‘황금’보다 ‘붉은’ 돼지의 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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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5 오후 2:59:55

재운을 상징하는 돼지해(丁亥年)가 밝았다. 육십갑자에서 돼지해는 을해, 정해, 기해, 신해,계해 모두 다섯 번 든다. 이 중 정해는 천간의 하나인 정(丁)을 써서 붉은 기운이 도는 해를 의미한다. 때문에 불이 활활 타오르듯 기운이 넘쳐 집안과 사업이 번성한다는 속설을 지니고 있다. 돼지해 중에서도 정해년을 최고로 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정해년은 육십갑자의 10간과 12지가 맞물려 돌기에 60년 만에 한번 돌아온다. 살아생전 많아야 두 번 정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호재를 관련업체들이 놓칠 리 없다. 해도 바뀌기 전부터 유아복과 유통업체 사이에선 돼지와 관련된 각종 판촉 및 마케팅 전략을 내놓고 있다. 저출산 영향 등으로 위축된 유아복 시장은 이로 인해 모처럼 활력을 찾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러한 호재가 근거 없이 떠도는 ‘황금 돼지’로 인해 거품으로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황금 돼지의 해’라는 말은 중국에서 급조된 신풍속이다. 역술가나 민속학자들조차 들어보지 못한 얘기라 한다. 더욱이 ‘황금 돼지’란 말은 중국 특유의 과장이 더해져 ‘600년 만에 돌아오는’ 이란 수식어까지 달고 회자되고 있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지나치면 모자람 만 못하다.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잡으려고 과욕을 부리다가 자칫 기회마저 잃을 수도 있다. 2000년 즈믄동이 열풍으로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예년보다 3만 명이 많아져 치열해진 것을 본 ‘예비맘’들이 출산을 미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거품은 사업에도 도움이 안 된다. 황금돼지의 해라 해서 출산율이 급격히 늘었다가 내년에는 출산율이 급감한다면 업체 입장에서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늘어난 출산율에 맞춰 사업 규모를 짜놓았다가, 갑자기 규모가 줄면 부실로 이어져 기업 내실만 악화될 수 있다. 재운과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붉은 돼지’의 기회는 십분 살리면서, 상업적 마케팅에 휩쓸린 ‘황금 돼지’라는 거품은 제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각종 매체에서 정해년을 맞아 출산율이 늘고,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등 관련 산업이 호황이라는 보도도 내용을 살펴 대처해야 할 것이다. 5개월 전부터 예약을 신청했다는 산후조리원도 강남의 유명 산후조리원 얘기고, 사상 최대의 경쟁률을 보였다는 초등학교 입학도 사립초등학교가 그랬다는 것이다. 소득양극화 영향과 교육열에 대한 부모들의 세태를 보여주는 뉴스라고 봄이 더 적절하리라 보인다. 때문에 관련업체도 말초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한탕을 노리려 하기 보다는,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제안하려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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