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S/S 서울컬렉션이 10일간의 일정을 끝냈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기성 및 신인 디자이너 62명이 참가한 대규모 행사다 보니 웃을 일도 울 일도 많이 생겼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서 신진 디자이너들의 자격 시비는 다시 한번 불거져 나왔다. 그러고 보면 디자이너로서의 ‘화려한 스타 탄생’이라는 웃을 일보다 ‘냉혹한 평가’라는 울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크고 작은 무대 위 실수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 점은 신인이기에 그냥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신인 디자이너들의 패션 쇼는 리뷰를 쓰는 기자의 입장을 떠나, 한국 패션의 미래를 걱정하는 패션인의 입장으로 너그러워진다 해도 애써 쓴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이유는 ‘컨셉트 없는 컨셉트’ 때문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그러나 신인 디자이너라는 게 뭔가. 색과 형태, 문양, 소재 어느 것 하나라도 신인다운 참신성이나 천재성이 돋보여야 한다. 그것이 만용일지라도 말이다. 연예인들의 패션쇼 캣 워크도 문제였다. 언젠가부터 패션쇼가 불미스런 일로 퇴출된 연예인들의 복귀 무대가 되더니 지금은 쉬고 있는 연예인들의 ‘나 아직 살아있어요’ 하는 류의 얼굴 도장 찍는 무대가 된 느낌이다.
패션쇼 컨셉트나 테마와는 어울리지도 않는, 그렇다고 옷걸이(?)가 그리 양호하지 않은 몸매의 연예인을 무대에 세우는 용기는 무섭기조차하다. 언제부터 패션쇼는 자연스럽게 TV 오락 프로그램의 소스가 된 셈이다.
이유 없이 튀는 디자인은 신인 디자이너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다. 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신인 디자이너들의 숙명이자 존재 이유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유 없이 튀는 것보다 더 큰 죄악은 이도 저도 아닌 밋밋하고 익숙한 디자인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지루함과 모험을 시도하지 않는 안이함, 기성 디자이너들의 반밖에 되지 않는 패션쇼의 물량도 자신의 컨셉으로 전개하지 못하는 창의성의 부족, 그나마 한 무대 안에서도 서로 연결되지 않는 스타일의 단절성을 보여주는 신인 디자이너의 쇼는 세계적인 컬렉션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서울 컬렉션의 걸림돌이다.
세계적인 컬렉션의 경우 바이어와 프레스의 체재 비용을 감안해 일정을 1주일 내로 줄인 ‘패션위크’를 지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10일간의 서울 컬렉션은 시간 낭비이자 예산 낭비였다는 생각이다. 참가하는 인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지금 대한민국의 패션에는 수재들이 넘쳐난다.
유학파에서 박사 출신 교수, 연예인까지 이력도 다양하다.
하지만 서울 컬렉션이 세계적인 컬렉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인 디자이너들의 인해 전술이 아닌 기성 디자이너들의 노련미와 완숙미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다소 거칠지만 창의적인 천재 신인 디자이너의 발굴이다.
그런 점에서 다름 아닌 서울 컬렉션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신인 디자이너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오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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