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바쁜 일정에 쫓겨 점심때가 지나서야 협력업체 납품 건을 처리하기 위해 조급한 마음으로 서울의 강변북로를 타고 창고가 있는 구리시계를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난감한 일이 생겼다. 새로 도로를 확장정비한 뒤 별로 막히지 않던 이 도로가 꽉 막혀 불과 2Km남짓한 거리를 1시간반 이상이 걸려서야 겨우 빠져나갔다.
구리시에서 주관하는 한강변의 ‘코스모스 축제’ 때문이었다. 도로가 꽉 막히는 데도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구리시에 화를 내고 싶었지만 강변둔치에 허드러지게 피어있는 코스모스의 장관과 이를 즐기는 시민들을 보는 순간, 다소 마음이 가라앉았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지자체는 저마다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3~4개의 축제를 매년 열어 온 나라가 축제천국이 됐다. 그 축제도 주로 가을에 열리다 보니 9~10월은 전국이 축제마당인 셈이다. 각 지방이 펼치는 축제는 종류도 내용도 다양하다. 예술축제, 영화축제, 특산물축제, 지역출신 인물축제, 역사축제, 자연환경축제, 먹거리축제.......
그러나 축제문화의 역사가 짧고 축제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불필요한 축제도 많다. 그래서 무계획적이고 억지춘향식 축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마도 우리는 이쯤해서 우리의 축제문화 전반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그 많은 축제 중에 왜 ‘패션축제’는 없는지 자문해 본다. 물론 패션유관단체들이 주관하는 연례 패션쇼가 패션축제라면 패션축제일 것이고 동대문시장 등 패션유통업체 관계자들이 주관하는 축제도 패션축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 축제들은 극히 지엽적이거나 제한적이어서 대중들이 참여하는 축제가 되지 못한다. 만약 서울시가 도심에서 시민을 위해 펼치는 패션축제를 기획한다면 우리의 패션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들이나 패션기업들이 무역전시장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만 전시회를 갖지 말고 종로거리를 패션가장행렬로 수놓는다면 시민들에게 엄청난 볼거리를 주고 기업에게는 큰 홍보기회를 줄 것이다. 또 이러한 행사로 인해 우리 주변국들의 관광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패션선진국 프랑스의 아웃소싱 생산기지에 불과하던 이탈리아가 대중적인 국제패션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적 패션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21세기 ‘패션강국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 패션인들에게 생산적이면서 의욕을 북돋우는 일을 만들고 이에 시민들이 동참하는 행사라면 유럽의 국제 패션전람회보다 훨씬 더 큰 이슈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시가 패션유관단체와 기업의 지원을 받아 이 행사를 주관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패션유관단체의 힘만으로는 행사를 성공시키기 어렵다. 또 행사장이 지방일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 현대문화의 총체인 패션이 지방에서 꽃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옷을 잘 입기로 유명한 한국인, 솜씨가 섬세하고 변화에 감성적인 한국인들에게 패션은 가장 유망한 미래산업이다.
이 패션산업을 서울시가 부흥시킨다면 생산적이면서 시민들에게 문화의 풍요를 피부로 느낄수 있는 좋은 축제로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패션에 관한한 유럽이나 일본의 주변국 위치에 있다.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국부창출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면 참으로 보람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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