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 시장이 혼란스럽다. 연간 1천억원이 넘는 매출을 자랑하던 브랜드들도 맥없이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20~30%씩 떨어지는 매출은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특히 올 상반기는 악재가 겹치면서 사상 최악의 실적이라는 소리마저 나돈다. 만들어 놓은 상품이 팔리지 않으니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캐주얼 브랜드를 외면했을까. 현실을 점검해본다.
대학생 윤영미 씨(23세)는 중고등학생 시절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를 즐겨입었다. 가격이 저렴해 부모님이 쉽게 사주기도 했지만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대부분 그런 스타일의 옷을 입었기 때문에 일종의 모방심리도 있었다. 또래 친구들도 거의 비슷한 식이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중저가 브랜드들의 옷값은 어느새 10~20%씩 올라 있었고 딱히 마음에 드는 스타일도 없었다. 개성을 표출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면서 남들과 비슷한 옷을 입는 게 싫어졌다. 발걸음을 동대문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떨고 쇼핑하는 게 즐겁긴 했지만 동대문이라고 크게 싸지도 않은데다 품질이 좋지 않은 옷을 몇 번 고르고 나니 실망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온라인 쇼핑으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
윤 씨는 “싸이월드나 개인 블로그를 보면 해외스타가 예쁘게 입은 스타일 사진을 올려놓은 친구들이 많잖아요. 처음에는 재미로 보기 시작했는데 그 때 친구 중 한 명이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 스타들이 입었던 스타일을 본뜬 옷을 팔기 시작했어요.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있어 구입하게 됐고 지금은 인터넷 쇼핑 마니아가 됐죠” 라고 말했다.
캐주얼 소비자는 어디로?
캐주얼 브랜드들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주변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소비자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윤 씨가 캐주얼 브랜드에 등을 돌린 직접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윤 씨는 “수입브랜드나 가격이 비싼 브랜드 같은 경우는 옷을 산다기 보다 그 브랜드의 명성을 보고 사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중저가 브랜드는 저렴한 가격에 예쁜 옷을 입고 싶어서 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전부터는 중저가 브랜드에서 예쁜 옷을 찾기가 어려워졌어요. 간혹 있더라도 가격이 인터넷에서 파는 보세 상품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중저가 브랜드에서 옷을 사는 경우가 많이 줄어든 거죠”라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연령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목동에 사는 주부 김정희(47세)씨. 2004년 큰 딸이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이와 함께 캐주얼 브랜드가 밀집돼 있는 목동5거리 상설할인매장에서 주로 옷을 구입했다. 그러나 딸아이가 나름대로 멋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아이와 함께 쇼핑하는 즐거움도 사라졌다. 그러던 중 집 근처에 「크로커다일레이디스」라는 브랜드를 알게 됐다. 싸고 젊어보이지만 몸에 잘 맞지 않는 중저가 캐주얼이 다소 불편했던 김 씨는 이후 사이즈도 잘 맞고 가격도 저렴한 이 브랜드를 자주 찾게 됐다.
김정희 씨는 “둘째 아이도 요새는 카드를 달라고 해서 저 혼자 옷을 사러 가기 때문에 캐주얼 매장에는 들어갈 일이 없다”며 “처음에는 한두 개 밖에 없었던 중년 여성들을 위한 브랜드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옷 사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캐주얼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심어주지 못했고, 싸고 트렌디한 상품을 공급하는 데도 실패했다. 여기에 상품 구성도 과거 이지캐주얼이 유행하던 때에는 폭넓은 연령대가 입을 수 있었던 반면 트렌디한 스타일이 강조되는 최근에는 연령층이 좁혀진 것도 한 몫 했다.
중저가 캐주얼의 강력한 경쟁자 ‘인터넷’
중저가 캐주얼이 주춤하는 사이 인터넷은 거대한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각종 정보매체를 통해 트렌드 변화가 빨라지면서 값싸고 편리한 쇼핑을 원하는 젊은층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말하는 인터넷 쇼핑의 장점은 편리성과 싼 가격. 윤영미 씨는 “사실 동대문에서 정말 예쁜 옷 파는 곳을 잘 찾는 친구들도 많던데 저는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만 모아놓은 쇼핑몰이 있어서 굳이 발품을 팔지 않고서도 예쁜 옷을 살 수 있고, 가격도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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