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피형 ●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
점포주…월방·생산업체…가격 높여 위험회피
저가 캐주얼업체를 거래처로 둔 한 머플러 프로모션 업체는 A업체에게 일반적인 납품가보다 2배나 높은 가격을 불렀다. 2배나 비싼 가격탓에 A업체는 ‘이 가격에 어떻게 거래하나? 다음에 보자’는 말과 함께 발길을 다른 업체로 돌렸다.
스웨터를 취급하는 또 다른 프로모션업체는 B 거래처에 납기를 11월 이전에는 도저히 못 맞춘다고 말했다. 물량이 적지 않았지만 5개월짜리 어음에 좋지 않은 소문도 있어 거래를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악성 오더를 받지 않으려는 프로모션 업체들의 도피형 아이디어가 적지 않다. 아무리 오더를 많이 받더라도 부도 한방이면 모든 것이 '도로아미 타불'인 탓에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정.
그래서 거래를 피하고 싶지만 차마 ‘불안해서 거래 못하겠다’는 말은 못하고 가격을 높이거나 납기를 못 맞춘다는 말로 피해 가고 있는 것.
한 프로모션업체 사장은 “불황이라고 하지만 가격과 납기만 맞추면 오더는 얼마든지 딸 수 있다. 그러나 미덥지 않은 오더를 받기보다는 마진이 적어도 안전한 업체와 거래해야 한다. 책임도 못 지면서 일단 하고 보자는 업체는 무조건 피한다”고 말했다.
최근 동성로와 광복동, 충장로 등 주요 상권에는 이른바 ‘월방’이 유행하고 있다. 월방은 보증금 없이 1~2천만원의 선금을 받고 2~3개월씩 임대해주는 매장으로, 재고상품이나 보세품 등을 팔고 있다.
월방은 마땅히 오픈할 브랜드가 없거나 웬만한 브랜드를 운영해도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점포주들이 ‘일단 잠시 쉬고보자’는 결론을 내리면서 생겨났다.
동성로 한 점주는 “지난해까지 1억원 이상 팔던 매장이 올 들어서는 4천만원도 못팔 만큼 떨어지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판매직원 급여도 부담돼 점포를 닫고 월세를 놓았다”고 말했다.
월방과 함께 '전전세’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 전전세는 월방보다는 장기간인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
최근 명동에서 대리점을 철수한 한 점주는 자신이 장기 임대한 30평짜리 매장을 월 4천만원에 전전세를 놓았다. 점포를 재임대한 A패션기업은 그 자리에 직영점을 오픈했다.
정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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