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갈등, 어디까지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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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16 오전 10:30:59

결국 사고가 터졌다. 최고조에 달한 롯데와 신세계 사이의 감정 싸움은 법정 고소로까지 이어지며 패션업계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잔뜩 움츠린 채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책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지난해 8월 신세계 본점 재오픈을 기점으로 악화 일로를 치달은 롯데와 신세계의 갈등. 지나친 경쟁심리는 이제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비단 롯데와 신세계만의 문제만이 아니다. 십수년이 넘도록 뿌리깊게 이어져온 백화점과 백화점, 백화점과 입점업체의 갈등, 그 현주소를 살펴봤다.  


꼬리 밟힌 위장 방문
5월 3일 신세계백화점은 롯데백화점 매입부의 모 부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를 혐의로 내세웠다. 지난달 17일 밤 롯데의 모 부장이 의류업체 직원을 사칭하고 신세계 본점에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롯데 부장은 신세계가 철저한 보안 속에 매장개편을 서두르자 이를 확인하기 위해 위장 잠입(?)했다가 폐쇄회로TV에 꼬리가 밟혀 결국 고소를 당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휴점일에 매입부장이 개인 차원에서 확인차 방문한 것이라 백화점 차원에서는 할 말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롯데는 백화점 매장개편 때면 서로 으레껏 그래왔던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신세계는 문제의 폐쇄회로 화면과 함께 이전 다른 사건 때 받아뒀던 사과공문까지 언론사에 배포하면서 사건의 공론화에 나섰다.

신세계는 이번 매장개편을 예년보다 2개월이나 앞당겨 단행했다. 입점업체들끼리도 서로 누가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보안을 유지해 비밀작전을 방불케했다. 지난해 8월 리뉴얼 오픈 당시 주요 브랜드들을 입점시키지 못한 데 따른 후속 전략이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목이라도 내놓겠다고 배수의 진을 친 임직원들의 자세도 입점업체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결국 신세계는 「코데즈컴바인」「TBJ」「애스크」 세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상황을 파악한 롯데는 이들 세 브랜드를 운영하는 업체에 영업정지와 퇴점조치라는 강수로 맞대응했다. 예신, MK트렌드, 리얼컴퍼니의 「마루」 「노튼」 「스멕스」 「코데즈컴바인」 「티비제이」 「앤듀」 「버커루」 「도크」는 브랜드별로 1~4개씩 롯데백화점 주요 점포에서 퇴점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백화점 봄 정기세일 때는 ‘서비스 부족’을 이유로 주말 3일간 영업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롯데가 강수로 나오자 신세계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자신들을 믿고 입점한 협력업체에 가혹한 불이익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협력업체 보호 차원에서 롯데의 이 같은 처사는 묵과할 수 없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신세계는 협력업체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롯데의 부당압력이라고 주장하며 언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롯데는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브랜드의 영업정지나 퇴점은 매출실적이나 기여도 등을 평가해 백화점이 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이다.


입점업체, 우리가 봉이냐?
백화점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입점업체들이다. 이번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체 관계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속이 타들어가는 표정이 역력하다.

관련 브랜드 사업본부장은 “우리라고 들어가고 싶어 들어갔겠는가. 신세계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어 롯데 눈치를 보면서 들어갔다. 신세계의 의지가 워낙 강해 롯데에서 어느정도 패널티(불이익)를 받더라도 감수하고 좋게 풀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롯데에서 이렇게까지 나올지는 상상도 못했다. 더군다나 신세계에서 매출이라도 나오면 그나마 덜 억울하겠는데 매출도 바닥이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원망스럽다”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신세계 본점에서의 매출은 아직까지 형편없다. 젊은층 소비자 유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입점업체들은 이래서 깨지고 저래서 깨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비단 이번 건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신세계 본점 리뉴얼 오픈 때 한 여성복 브랜드는 문을 연지 3일만에 매장을 철수했다. 롯데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는 후문이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지난해 8월 주요 브랜드들을 입점시키지 못해 실패한 매장 개편이라는 지적을 두고두고 듣고 있다. 이번에도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에서도 신세계는 강경한 전략을 펼 수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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