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밸류 패션·유통 공화국 ‘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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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패션·유통기업 M&A 성공…자기완결형 사업구조 구축

2006-05-10 오전 11:10:56

“롯데에 넘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랜드에 넘어가게 돼 오히려 부담을 덜었다”(이마트, 홈플러스) “한 마디로 허탈하다. 롯데쇼핑을 상장하면서 할인점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주주들에게 약속했는데 좋은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무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수할 생각은 없었다.”(롯데마트) “이랜드와 박성수 회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또 다른 유통 강자의 출현은 브랜드들의 방향 설정의 변화를 의미해 두려움이 앞선다”(A 패션기업 사장) “코앞에 있는 까르푸가 패션아웃렛 매장으로 변한다는 것은 목동 로데오상권의 존폐가 걸린 문제다”(목동의 한 대리점주) 지난 4월 27일 이랜드가 한국까르푸를 인수한 사실을 발표한 이후 나타난 패션?유통업계의 표정이다. 상장을 통해 3조원의 실탄을 장전하고 경쟁에 뛰어든 롯데를 비롯해 신세계, 삼성테스코 등 쟁쟁한 경쟁자를 누르고 인수에 성공한 이랜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 이후에 표출된 패션업계와 유통업계, 그리고 이랜드의 표정을 살펴봤다.   

이랜드+까르푸, 위협요소 아니다?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할인점 업계 1, 2위인 이마트와 홈플러스는 “롯데에 넘어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가 인수할 경우 당장 홈플러스는 2위를 내주게 되고 이마트는 1위 자리를 위협받기 때문이다. 이들은 롯데의 인수를 막기 위해 인수협상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롯데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무리한 조건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애써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또 할인점 업체 사이에서는 매출규모와 운영 방향 면에서 경쟁상대로 볼 수 없다는 안도 섞인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랜드도 “기존 할인점 업체들과 경쟁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며 기존 업체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상황과는 달리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눈앞의 숫자를 더한 순위만 놓고 따질 문제가 아니다.

당장 패션부문을 키우려는 할인점들의 전략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할인점 업체들은 패션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20% 내외인 의류·패션분야의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속내를 드러낸 업체도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패션부문을 강화해 2009년까지 자체브랜드(PB) 매출을 전체의 2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홈플러스는 초기부터 테넌트팀을 운영하며 일반 브랜드들의 입점에도 열을 올려왔다.

롯데도 백화점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던 핵심 인력을 계속 마트로 보내 롯데마트의 패션부문 확대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할인점들이 패션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업체간 과당 경쟁으로 인해 할인점 업태의 주력 업종인 신선식품과 공산품의 수익률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기 때문. 이런 배경 때문에 할인점들은 매출의 15%에서 많게는 30% 이상을 수익으로 거둘 수 있는 패션브랜드를 입점시키거나 아예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하게 되면서 기존 할인점들의 브랜드 유치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까르푸로 인해 유통 파워가 배가된 이랜드에 줄서기를 하는 브랜드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랜드쪽으로 기우는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기존 할인점들은 향후 전략 사업에 위기가 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랜드의 유통 점포는 2001아울렛 9개 점과 뉴코아아울렛 11개점, NC백화점 2개 등 모두 22개. 여기에 까르푸의 32개 점포를 더하면 단숨에 50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하게 된다.

이미 뉴코아의 사례에서 보여준 것처럼 까르푸를 리뉴얼하는 과정에서도 이랜드의 주특기인 패션을 집중적으로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인수를 총괄한 오상흔 뉴코아 대표도 “패션사업과 접목시켜 2∼3년 안에 영업이익을 10%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까르푸가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던 신선식품에서도 뉴코아의 킴스클럽과 킴스클럽마트(전 해태유통), 파머스렛에 까르푸까지 통합된 노하우가 더해지면 기존 할인점을 능가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이랜드의 구상대로 까르푸를 패션이 특화된 새로운 형태의 할인점으로 리뉴얼하는 데 성공할 경우 이랜드는 매스밸류 유통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백화점에서는 롯데가 입점 브랜드들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매스밸류 유통에서는 이랜드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롯데 이상의 권력을 휘두를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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