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올리, 동광인터내셔날, 인동에프엔 등 중견 여성복 기업들이 홀세일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우선 소싱 인프라 구축과 전문인력 세팅 등 기반 투자에 역점을 두고 경험치를 쌓는 중이다. ‘미래를 대비한 투자’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재 시점에서 실 매출보다 들어간 비용과 노력이 크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 기업은 자체 브랜드로 오랜 기간 백화점과 대리점 영업을 해왔고 보유 브랜드와 매장 수를 늘리며 국내 사업으로만 1000억, 2000억대 외형을 이뤘다. 내수시장에서 업력과 매출 규모를 이룬 중견사들이 기존 브랜드를 가지고 홀세일 비즈니스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배경은 리테일로 브랜딩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홀세일 비즈니스에 대해 대물량 수출이 아닌 채널다각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도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고유의 스토리라는 콘텐츠를 확산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수로 브랜딩하고, 해외 홀세일 비즈니스로 수익 창출’이라는 미래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들 기업의 상품 기획 주기가 국내외 트레이드쇼에서 보듯 6개월 앞선 컬렉션으로 진행되는 수주시즌과 맞물려 있다는 것도 홀세일 비즈니스에 도전하는데 잇점이 됐다. 일반적으로 여성복 기획은 주요 소재 선택은 1년, 풀 컬렉션 기획은 6개월 전 이뤄진다. 초단기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월, 주 단위까지 좁혀지기도 했지만 이는 일부 아이템, 스팟 개념이다.
‘숲갤러리’ 중국 칭따오 오커스쇼핑몰 매장 |
◇ 왜 홀세일 비즈니스 인가
① 시즌 기획력과 콘텐츠 확장
백화점을 주력 채널로 운영해 왔고 최근 2~3년 간 홀세일 비즈니스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 아이올리(대표 최윤준)다. 아이올리는 별도법인 랩코리아를 통해 전개하는 여성 영캐주얼 ‘랩’으로 국내에서는 코스트코, 2016년에는 중국, 올 초 일본 시장에 진출해 홀세일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랩’은 여성 캐주얼에서 화장품, 남성라인까지 차근차근 콘텐츠 확장에 나서 성과를 얻고 있다. 주요 거래선은 글로벌 편집숍 IT(it). ‘랩’은 현재 중국 본토와 홍콩에 있는 IT(it) 38개 점과 IT 온라인 채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랩’은 디스트리뷰터 없이 IT 본사와 직거래를 하고 있으며 월 1회, 서울 성수동 아이올리 사무실에서 품평회를 진행해 오더를 받는다. 올 해는 다운 제품만 5000장 등 겨울용 헤비 아우터 오더가 늘아 예상 거래액을 80억원(공급가기준) 정도로 보고 있다.
아이올리는 올 3월 말 하라주쿠에 ‘랩’ 1호점을 내면서 일본 시장에도 첫 발을 디뎠다. 하라주쿠 플래그십스토어에는 국내 판매 제품과 동일한 의류와 액세서리, 화장품 ‘랩코스’가 구성되어 있는데, 일본 파트너 기업이 매장 임대와 인테리어 비용을 지불한 것은 물론 제품도 전량 사입했다.
아이올리는 내년 상반기 새 매장 오픈을 기점으로 현재 모습과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대에 올린다. 오프라인은 소비자에게 체험과 놀이의 공간을 제공하고 수익은 온라인에서 올리는, 1인 미디어 시대에 맞춘 C2C 모델이다. 이에 앞서 온라인 브랜딩을 위해 YG의 공식 벤더사와 계약을 맺고 아마존 재팬에도 입점했다. 현재 판매 제품은 모두 벤더가 사입했다.
이와 함께 아이올리는 대만과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B2C로 브랜딩, 오프라인은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동광인터내셔날(대표 이재수)의 ‘숲’은 국내에서 오랜 기간 쌓은 브랜드 이미지를 숍 브랜딩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동광은 최근 중국 칭따오 이춘지역에 있는 오커스쇼핑몰 2층에 100㎡ 규모로 여성 영캐주얼 ‘숲’과 ‘비지트인뉴욕’을 복합구성한 ‘숲 갤러리’ 단독점을 열었다. 작년 12월 광저우에 위치한 현지 유력 쇼룸 플랫폼인 썬인스카이(sun in sky) 입점에 이은 2호점이다.
동광의 중국 비즈니스 파트너는 오커스 쇼핑몰 외에도 많은 수의 패션 편집숍을 운영 중이지만, 특정 브랜드의 메인 인테리어를 적용한 매장은 이번 ‘숲 갤러리’가 처음. ‘숲 갤러리’의 전 제품 사입은 물론 인테리어비용도 모두 투자했다. 수주 사입에 그치지 않고 ‘숲’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는 콘텐츠 전부를 흡수한 것이다.
동광의 홀세일 비즈니스 전략 역시 트레이드쇼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브랜딩을 고도화해 홀세일과 함께 생산, 유통, 마케팅까지 전 분야 협업이 가능한 파트너십 모색에 맞춰져 있다.

② 글로벌 소싱 인프라 기반 공급경쟁력
안정우 에비나 대표는 “바이어의 기준을 충족하는 디자인과 품질 수준을 전제할 때, 바이어 마진이 높은 가격이 착한 가격”이라면서 “브랜드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스케줄과 수주 성과, 코스트(Cost) 관리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에비나는 홍콩 IT와 인도네시아 타임인터내셔널, 중국 VIP 등 7개국의 검증된 리테일러와 파트너십을 구축, 현재 국내 70여 브랜드의 홀세일 비즈니스를 매니지먼트하는 전문 기업이다.
아이올리(대표 최윤준)의 경우 홀세일 전체 물량이 늘면서 베트남 생산라인 구축, 검증된 협력사 네트워킹에 힘을 쏟고 있다.
‘랩’ 사업본부장 조광희 이사는 “바이어 눈높이에 맞춘 세일즈 전략이 ‘랩’의 노하우”라면서 “국내외 판매가가 같이 가는 투명한 가격정책을 원칙으로 두고, 타깃과 채널에 따라 상품과 디자인을 차별화하고 리테일러가 원하는 가격에 맞춰 상담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랩’은 IT, VIP.com 등 판매 채널을 늘리면서 타깃 소비자가 겹치는 플랫폼에 일부 독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IT에는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남성 라인을 공급한다거나 당초 기획에 소재와 디테일 등에 변화를 줌으로써 각 플랫폼의 니즈를 수용하는 것이다. 또 IT가 매장 또는 온라인 채널에서 홍보 프로모션을 할 수 있도록 동영상 제작 등 현지 마케팅 툴을 만들어 주고 있다.
디자인 차별화로 마크 업이 다소 낮아질 수도 있지만 바이어와의 신뢰는 결국 적정 마진을 가져갈 수 있는 수주, 때로는 그 이상의 것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지난해 ‘랩’이 디즈니 캐릭터 협업라인을 출시하자 IT는 디즈니 측과 직접 협상해 중국 내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해 줬다.
‘쉬즈미스’와 ‘리스트’, 두 개 브랜드를 전개하는 인동에프엔(대표 장기권)은 홀세일 비즈니스 전용 브랜드 ‘시스티나’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시스티나’는 아우터 아이템에 강점을 가진 브랜드로 내년 상반기 선보일 예정. 베트남 현지의 전용 생산라인을 통해 특히 다운과 코트 등 중의류에 있어 안정된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가졌다는 점이 론칭 배경이 됐다.
인동은 향후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국내외 홀세일 비즈니스로 가져간다는 비전을 세우고 생산 인프라 만이 아니라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와 계약해 디자인 감도를 더할 계획이다. 글로벌 소싱력을 가진 프로모션, 소재 전문기업들 또한 탄탄한 생산인프라를 가지고 홀세일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탑나인(대표 장현자)은 국내 대형 유통사들에게 우븐 셔츠를 주력 품목으로 ODM을 공급해오다 여성 편집숍 브랜드 ‘탑나인’을 론칭, 올 9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CHIC-영블러드’ 참가를 시작으로 홀세일 비즈니스에 나선다.
‘탑나인’이 자부하는 강점은 원단 핸들링. 오랜 기간 중국 유력 원부자재 기업과 거래해 온 이력을 바탕으로 일본이나 이탈리아산과 비교해 품질 수준이 대등한 최고가 원단을 발굴, 소싱하고 바이오 워싱을 한 고밀도 면 등 특수 가공 원단을 직접 발주하기도 한다. 때문에 주력 아이템 역시 블라우스와 셔츠, 원피스 등 우븐 소재로 잡고 있다.
30년 업력의 소재기업 영우티앤에프리드(대표 전재성, 이영숙)는 여성복 ‘우아솜메’를 론칭, 국내는 온라인 B2C, 해외는 트레이드쇼 참가를 통한 홀세일 비즈니스를 영업 전략으로 잡았다.
영우는 ‘직접 개발, 국내 생산’을 원칙으로 교직물을 국내외 패션기업들에게 공급해 왔고 작년 하반기 디자인스튜디오 ‘파이시언스’를 인수하며 ‘우아솜메’를 선보였다. ‘여행을 입다’를 콘셉트로 잡은 ‘우아솜메’는 스몰 브랜드를 추구한다. 원부자재 수급의 우위, 아이템 전문화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구축하고 디자인 차별성을 부각시켜 홀세일 비즈니스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간다는 전략이다.
이채연 기자
leecy@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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