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문화’를 주제로 취재를 의뢰했을 때 대부분의 패션기업에서’대외적으로는(?) 안 주고 안 받기’라고 답했다.
인터넷 포탈사이트’다음(Daum)’ 국어사전에서 접대(接待)를 검색하면 ‘손님을 맞이하여 시중을 듦’ 이란 뜻으로 시작해 접대비, 접대부, 레지(register), 바걸(bar girl)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련어로 검색된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접대문화는 ‘술 접대’로 대표되면서 음성적이고 향락적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 패션업체의 영업 부장은, “술이 한잔 들어가야 친밀감이 생기고 속내도 털어놓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한국 접대문화에도 새로운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문화’ 접대, 새로운 기대감?
A기업의 영업부장 K씨는 최근 예술의전당에 들러 뮤지컬 ‘맘마이아’공연티켓을 30장 구입했다. 감사의 뜻을 전달할 사람들에게 새로운 접대를 해볼 생각으로 13만원짜리 VIP석으로 30장을 구매하는 데 모두 390만원의 경비를 지출했다.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삼삼오오 그룹으로 묶어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나 골프 접대에 드는 비용에 비하면 비용면에서나 이미지면에서 실속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K씨는 아직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관행에 젖어 온 한국 접대문화에 새로운 기운이 돌 것이란 기대감을 비쳤다.
“건강에 해로운 술보다는 공연이나 영화관람 등 문화접대가 더 의미 있는 것 같다.”
“룸살롱이나 골프 접대 같은 비용부담이 큰 접대에서 문화 접대로 변하면서 기업 접대비도 줄어드는 것 같다.”
최근 기업 접대문화의 한 대안으로 뜨고 있는 ‘문화’ 접대에 대한 접대를 받는 쪽과 하는 쪽의 의견이다.
지난 1월 5일부터 ‘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에 대해서는 접대 상대방의 인적사항과 목적 등을 적은 증빙서류를 5년 간 보관해야 한다’는 국세청의 ‘접대실명제’가 실시되자 일부 기업들은 문화접대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A백화점은 VIP 고객들 80명을 대상으로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뮤지컬 ‘맘마미아’공연티켓을 선물했다. 뮤지컬을 관람한 고객들은, “기존의 상품권 몇 장 선물받는 것보다 의미도 있고 감동적이었다”는 의견이다. 의류 수출업체인 E기업도 최근 바이어들에게 뮤지컬 공연 티켓을 선물했다. 이 업체 사장은 13만원짜리 VIP석으로 마련해 접대라기보다는 선물이라는 기분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이처럼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의 공연 티켓을 선물하는 문화접대가 고객이나 직원뿐만 아니라 바이어와 거래처 등 비즈니스 접대로도 확산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예술의전당측에 따르면 지난해 ‘리골레토’, ‘돈조반니’등 오페라 공연 구매 가운데 기업의 단체 구매가 25% 이상 차지할 만큼 기업 고객의 비중이 늘어났다고 한다. 삼성전자,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은 ‘백조의 호수’’명성황후’’투란도트’ 등의 공연 티켓을 1억원어치 이상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문화 접대의 분위기는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한 의류기업에서도 직원이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티켓 증정 차원에서 바이어나 거래처에게도 문화 접대를 고려하는 등 문화 접대가 접대문화의 한 대안으로 기대감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접대, 불가결한 비즈니스 도구인가?
‘문화 접대’가 새로운 접대문화로 떠오르고 있는 반면, 이면에서는 음성적인 접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의류업체에서 15년 이상 영업을 해온 한 영업 관계자는, “접대를 하는 쪽이나 받는 쪽이 대부분 남성들이며, 의례적으로 술 접대가 관행처럼 이어져온 터라 문화 접대가 화두로 뜬다고 해서 접대문화가 쉽게 바뀌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의류 영업 담당자들은 접대가 필요하지만 과도한 접대문화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지만 패션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술 접대나 골프 접대 등 비용부담이 큰 접대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업 담당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 패션업의 특성상 유통과의 ‘갑’과 ‘을’이란 접대관계는 없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 누구도 접대 사실을 노출하지 않지만 음성적으로는 여전하다”고 털어놨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음성적인 접대가 이뤄지는 동시에 수면 위에서는 감사팀을 두고 공정거래 관련 제도를 실시하는 등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백화점의 경우 감사팀에서 거래업체들을 대상으로 상세한 설문조사를 해 제재를 가하거나 공정거래 신문고 제도를 실시하기도 하지만 실효성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접대
백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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