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F/W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는 참신한 디자인은 물론 대중적 인기까지 겸비한 신진 디자이너들이 맹활약을 펼쳤다. 사진은 ‘YCH’ 패션쇼 현장 모습 (출처=서울디자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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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F/W 헤라서울패션위크’가 국내외 패션 관계자들과 시민의 뜨거운 관심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달 27일 시작한 이 행사에 6일간 온·오프라인으로 방문한 관람객 수는 28만여 명에 달한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의 콘텐츠와 이슈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 준 힘은 신진 디자이너들에게서 나왔다. 참신함은 물론 탄탄한 브랜드 스토리, 대중성까지 두루 갖춘 이들은 막강한 관객 동원력을 자랑했다.
‘로켓런치’ ‘크레스에딤’ ‘비욘드클로젯’ ‘참스’ 등의 쇼에는 지난 컬렉션을 입고 방문한 열성 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SNS에는 패션쇼 관람 인증샷을 올리는 게시글이 줄지어 올라오기도 했다.
브랜드에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보내는 이들에게서 이제 패션계에 세대교체가 시작됐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반짝이는 그 순간을 되짚어 봤다.
‘YCH’ 패션쇼 현장 모습 (출처=서울디자인재단) |
◇ SEOUL COLLECTION
1980년대 모던 글램 룩을 선보인 ‘YCH’ |
'YCH'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새롭게 시작한 윤춘호 디자이너. 그가 말하는 ‘아름다움’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1980년대 모던 글램 룩을 테마로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한 룩을 선보였다. 어깨는 풍성하게 부풀리고 허리는 잘록함을 강조하는 다소 과장된 실루엣이지만 왠지 부담스럽지만은 않다. 아마 여성들의 마음을 꿰뚫을 줄 아는 윤 디자이너의 노련함이 빚어낸 완벽한 밸런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커다란 오버사이즈 핏의 블랙 테일러 재킷에는 반짝이는 은빛 실버부츠를 신어 각선미를 강조했고, 소매가 부풀려진 원피스는 두꺼운 가죽벨트로 허리를 동여매 여성성을 강조했다. 이때 스커트에는 절개선이 길게 들어가 걸을 때마다 스커트 끝단이 살랑이며 잔물결을 만들어냈다.
컬러는 그레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변주를 보여줬다. 그밖에도 그린이 감도는 옐로, 브라운, 퍼플 등의 컬러가 조화를 이뤄 1980년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밀리터리 룩을 페미닌하게 풀어낸 ‘요하닉스’ |
'요하닉스(YOHANIX)'
도시라는 전장에 우아한 전투복을 갖춘 여성들이 등장했다. ‘요하닉스’의 새 컬렉션 무대에 관한 이야기다.
하늘거리는 플리츠 스커트, 걸을 때마다 찰랑이는 테슬이 매력적인 드레스, 여성스러운 실루엣이 가미된 와이드팬츠. 페미닌하기 그지 없는 아이템에 시크한 무드가 풍기는 것은 이들이 밀리터리에서 시작한 아이템들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다수의 아이템이 밀리터리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군복은 패션에 많은 영감을 미치는 존재다. 하지만 그 변신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요하닉스’가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김태근 디자이너는 현실에 부딪혀 가수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소녀 가장의 사연에서 영감을 얻어 ‘꿈’을 주제로 컬렉션을 풀어냈다고 밝혔다.
10주년을 맞아 위로와 감동을 전한 ‘소울팟스튜디오’ |
'소울팟 스튜디오(SOULPOT STUDIO)'
23세, 최연소 데뷔로 주목을 받았던 김수진 디자이너가 어느덧 10주년을 맞았다. 험난하고 고독한 길을 꾸준히 걸어온 그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젊은 여성 디자이너들을 향한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 지금껏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전장을 뛰고 있는 동료들 덕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소울팟스튜디오’의 컬렉션은 조각과 모음이 두드러졌다. 스커트나 팬츠에 커다란 절개선이 들어가거나 아예 두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그 사이를 끈이나 메쉬 소재의 이어주는 형상이었다. 와인 컬러의 수트도 마찬가지다. 미묘하게 톤과 질감이 다른 원단의 조각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다. 마치 자꾸 벌어지는 상처를 조금씩 꿰어 놓고는 짐짓 아무일도 없었던 체하는 것처럼.
무대의 마지막은 ‘소울팟스튜디오’가 전하는 메시지로 장식됐다.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지금껏 개척 정신을 갖고 사람들과 연대하며 걸어온 ‘소울팟스튜디오’,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중요한 건 아직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다.
사춘기의 반항심을 그려낸 ‘참스’ |
'참스(CHARM’S)'
방황하는 사춘기의 모습은 뻔할까? 아니 펀했다! ‘참스’는 사춘기(Puberty)를 테마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의 반항심을 컬렉션에 담아냈다.
요란한 차임벨이 쇼장을 메우자 모델들이 벽을 깨부수고 나왔다. 사회가 정해 놓은 한계나 규범따윈 나와 상관없다는 듯한 당당하면서도 다소 건방져보이기까지 하는 포즈로 런웨이를 누볐다. 모두를 똑같아 보이게 만들었던 제복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 시절의 옷을 오버사이즈 코트, 파워숄더, 트레이닝복 등 멋스러운 스쿨 룩으로 재탄생시켰다.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또 있다. 바로 디즈니의 캐릭터 ‘커밋’. 귀여운 얼굴과 다양한 표현력으로 온라인에서 패러디 열풍을 불러일으키키도 했던 개구리 커밋은 자유분방한 사춘기의 모습 그대로였다.
◇ GENERATION NEXT
아방가르드한 스트리트 캐주얼을 지향하는‘바이디바이’ |
'바이디바이(BY.D’BY)'
‘바이디바이’의 송부영 디자이너는 “스트리트 캐주얼도 아방가르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바이디바이’의 컬렉션은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고급 초콜릿을 꺼내 먹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이번 컬렉션은 ‘링크 오브 싱크(Link of Think)’를 주제로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해 완성된 디테일을 보여줬다. 오버사이즈핏에 반짝이는 메탈의 지퍼와 링 등이 곁들어졌지만 테일러드 형식이 중심을 꽉잡고 있다. 자유에 대한 열망을 가슴 한켠에 간직한 젠틀맨의 모습처럼 말이다.
영국 펑크 스타일이 돋보이는 ‘디안티도트’ |
'디앤티도트(D-ANTIDOTE )'
쇼장에 리믹싱한 펑크록이 울려퍼졌다. 영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컬렉션에 녹여내는 ‘디앤티도트’의 이번 컬렉션은 영국의 대표적인 밴드 ‘섹스 피스톨즈’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국적 색채의 변주.
영국 펑크록을 대표하는 레드 체크무늬는 때로는 촘촘하게 때로는 거칠게 얽히며 보는 재미를 선사했다. 선명한 레드, 옐로, 블루 컬러는 ‘디앤디토드’ 특유의 경쾌함을 살렸으며 오렌지와 메탈릭한 실버 컬러는 유쾌함을 더했다.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실험적인 컬렉션을 완성한 ‘한철리’ |
'한철리(HANCHUL LEE)'
‘한철리’의 쇼를 보고 있자니 레고블럭이 떠올랐다. 주어진 도안 그대로 블럭을 쌓는 사람이 대다수라면 이한철 디자이너는 밑판부터 자신만의 스타일로 조합하는 사람이다. 이번 시즌의 옷도 그랬다.
‘진화’를 테마로 한 이번 시즌은 옷의 구성 요소를 전부 새롭게 조합해 ‘한철리’만의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클래식한 테일러 코트 뒷판에는 와일드 아웃도어 룩을 연상시키는 복잡한 스트링 구조물이 더해지기도, 빨간색 레터링이 인상적인 패딩과 레이어드 되기도 했다.
‘한철리’는 지난 시즌에 보다 더욱 진화한 실루엣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1920년대 수트를 재해석한 ‘앤앤더클라우드’ |
'앤앤더크라우드(ANNE AND THE CRWD)'
1920년대 수트가 현대를 위한 워크웨어로 재탄생했다. 테일러 코트는 롱 슬리브로, 혹은 풍성한 A 라인으로 바뀌었다. 그레이 컬러의 제복은 러플 칼라가 덧입혀졌고, 퍼플 컬러의 스트라이프 수트나 펜슬 스커트 밑단은 마치 꽃봉오리 같은 볼륨감 있는 모양새를 갖추며 페미닌한 무드를 극대화했다.
‘앤앤더크라우드’는 이번 시즌 어거스트 샌더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당시의 복장을 현재의 시점에 맞춰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했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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