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원상가 뒤편 한옥들이 즐비한 종로3가 익선동 골목이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100년이 넘는 한옥 100여 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곳에 최근 전통의 매력에 푹 빠진 젊은이들이 갤러리, 카페, 공방 등을 차리며 들어선 것.
1920년대 부동산 개발업자에 의해 조성된 이 한옥 마을은 재개발 바람이 두 차례 비껴가면서 지금의 모습을 보존할 수 있었다. 좁은 골목은 가게 정면 뒤로 물러설 곳이 없어 사진을 담기 어려울 정도지만 막힌 듯 이어지는 골목길은 보물찾기를 하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유일한 상업형 한옥 마을인 익선동 일대는 다양한 상권들이 생겨나면서 마을 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불편하고 낡았으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 처마 밑에서 즐기는 파스타, ‘열두달’
맛집은 익선동 한옥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열두달’은 한옥마을 초입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음식 편집숍이다.
‘ㅁ’자 모양으로 마당을 둘러싼 형태를 하고 있는 이 곳에는 7개 매장이 입점했다. ‘SKIM45’에서는 각각 도수와 향이 다른 7~8종의 생맥주 중 마실 맥주를 고르고, ‘mmham’에서 수제햄&치즈플레이트를 안주로 시켜서 한옥 안뜰에 놓인 테이블에서 먹고 마시면 된다. 안뜰은 유리로 지붕을 얹어 고개를 들면 기와지붕과 한옥 처마가 보여 서울 하늘을 바라보며 마시고 즐길 수 있다. 연근크림파스타와 통닭다리살이 인기 메뉴이며 제철음식으로 시즌별 새로운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주말 ‘열두달’에서 식사를 하려면 30분 정도 줄을 설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조금만 참으면 달콤하고 고소한 파스타로 위안을 받게 될 것이다.
한옥마을 초입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맛집 ‘열두달’ |


◇ 익선동의 향에 취한 사람들, ‘프루스트’
갈색 벽돌 벽 대신 새하얀 외벽이 이목을 끄는 ‘프루스트’는 조향사 문인성씨가 차린 향수 공방 겸 카페다. 이름은 프랑스 문호 마르셀 프루스트에서, 상품은 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얻었다.
카페에 들어서면 향의 향연이 펼쳐지는 클래스 공간과 조용히 홍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공간으로 나뉜다. 이곳에 들어서는 고객들은 사전에 예약만 하면 300여 개의 향을 직접 블렌딩해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다. 잠시 향에 취했다면 야외에 마련된 테라스에서 탁 트인 하늘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 또한 ‘프루스트’만의 매력이다.
앞집 ‘익동다방’에서 ‘프루스트’의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는데 ‘프루스트’는 ‘도라토레’ 슈즈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 청계광장에서 시즌마켓 럭키백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으로 고객들을 만나고 있었다.
색다른 향과 함께 할 수 있는 향수 공방 겸 카페 '프루스트' |

◇ 한옥마을 쇼핑 플레이스, ‘수집&빈티지보니’ 골목을 돌면 익선동 한옥 마을과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편집숍인 ‘수집’과 ‘빈티지보니’를 만날 수 있다. 2500여 명의 핸드메이드 작가들의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강민우 ‘수집’ 대표와 그의 아내 이주아 ‘빈티지보니’ 대표가 이 집의 주인이다. 익선동의 유일한 패션 편집숍인 이곳은 익선동 한옥마을의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한국적인 멋과 유니크한 의류, 가방, 주얼리, 리빙용품들로 가득 채웠다. 강 대표는 1970년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세트장 같은 이곳이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핸드메이드라는 ‘수집’의 콘셉과 꼭 맞아 지난해 터를 잡았다고.
‘빈티지보니’는 형형색색의 빈티지 의류와 액세서리들로 키덜트, 빈티지 마니아들을 사로잡는다. 세계 각국의 빈티지 소품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이 매장은 홍대에서 10년간 빈티지숍을 운영한 이 대표의 노하우가 그대로 발휘됐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넘쳐나는 ‘수집&빈티지보니’ |

◇ 까페야 갤러리야? ‘식물’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사진을 전공한 루이스 박이 2년 전 이곳에 처음으로 카페 겸 바를 냈다. 그는 영국에서 아티스트들이 동쪽으로 옮겨간 후 그 지역이 발전했던 것처럼 북촌과 서촌에 이어 종로와 을지로의 시대가 열릴 것을 보고 이곳을 그의 공간으로 점 찍었다.
‘식물’은 한옥 3채를 허물어 개조한 곳이다. 기와로 된 지붕을 털어내고 벽체는 그대로 두었다. 수십년의 세월 동안 개보수를 거친 탓에 다양한 벽돌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내부 가구들도 주인장의 모습을 닮아 독특하다. 빈티지 소파, 일러스트와 작업한 의자, ‘킨더가튼’과 콜래보레이션한 가방 등 이곳은 카페와 전시회장의 모습을 하고 있다. ‘톰보이’가 팝업 전시회 장소로 이곳을 선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팝업이 열릴 예정이라 빼놓지 않고 봐야 할 익선동의 랜드마크다.
익선동에 가장 먼저 자리 잡은 카페&바 ‘식물’ |

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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