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가 발효되면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사진은 한세 베트남 공장. |
지난 10월 5일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TPP)은 우리 섬유산업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침체된 섬유 경기를 다시 한번 회복시킬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TPP는 높은 수준의 자유화를 지향하는 21세기형 멀티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현재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미국, 호주, 페루,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캐나다, 일본 총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 베트남 진출기업 수혜
지난 11월 6일 TPP의 구체적인 협정문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원산지 누적기준’은 우리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원산지 누적기준’은 TPP 회원국들이 역내에서 생산한 원자재를 사용해 최종 제품을 만들 경우 원자재의 원산지를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의류를 생산할 경우 부가가치 기준을 60%로 정했다면, 역내에서 생산된 원자재와 공정 등의 부가가치가 60%를 넘을 경우 특혜관세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TPP 회원국인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이 많은 섬유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한세실업, 팬코 등 189개 국내 기업이 의류를 생산 중인데, 이 중 호치민 등 남부 지역에 159개 업체, 하노이 등 북부 지역에 50개 업체가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의류산업협회는 지난해 ‘베트남ㆍ인도네시아 진출 의류 아웃소싱 기업 디렉토리’를 발간했다)
이들 기업이 베트남 등 TPP 회원국(역내)에서 완제품을 생산한 후 미국과 일본 등에 수출할 경우 ‘원산지 누적기준’을 충족시킨다면 미국(최대 32%)과 일본(최대 9.2%) 등 해당 세관에 관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즉 TPP 회원국 간의 이동이나 제조에 관해서는 무관세 적용 등 특혜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원산지 누적기준’은 역내산 원자재 사용을 촉진하고, 역내 교역과 투자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크다.
◇ TPP 가입 필요성 대두
그러나 국내 섬유산업을 위해서는 서둘러 TPP에 가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업계 전문가는 “한국이 TPP에 불참할 경우 국내 원사ㆍ직물 업체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비록 한국의 원사 가격이 일본산보다 저렴하더라도 TPP가 발효되면 베트남 진출 섬유수출 기업들은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기존의 사용하던 한국산 원사를 일본산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원자재 수출 비중은 67.6%로 최종재의 31.6%에 비해 월등히 높다. 원자재를 가지고 베트남, 중국 등 국가에서 저임금으로 완제품을 생산해 미국, 일본 등에 수출한다.
한국이 TPP에 불참할 경우 TPP 회원국들은 한국산 대신 일본산으로 원자재 수입선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산 원자재 가격이 비싸더라도 최종재로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무관세 혜택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 섬유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TPP 회원국들이 일본으로 원자재 수입선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이상규 휴비스 상무는 “한국이 TPP에 미가입할 경우 휴비스 등 국내 화섬 업계에 부정적인 요인이 나타날 것으로 보여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주종 품목인 장섬유의 경우 당장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TPP를 계기로 베트남이 부상하면서 국내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벤더 기업들뿐 아니라 향후에는 직물 원단 업체들도 주시장인 미국 시장(원단→봉제→의류)을 염두에 두고 베트남 진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원사의 경쟁력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역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본 원사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어 휴비스, 효성 등 등 국내 차별화 원사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국내 패션 기업의 경우에도 TPP에 가입하거나 한-베트남 FTA가 발효되면 베트남에서 생산된 의류를 국내에 들여올 경우 관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투자 메리트가 증가할 전망이어서 베트남 진출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생산현장 공동화 우려
향후 TPP가 정식 발효되면 국내 생산현장 공동화를 가속시킬 우려가 있다. 최근 팬코와 덕산엔터프라이즈의 베트남 공장 건설과 같이 해외 투자가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는 “물론 TPP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회원국의 비준을 위해 2~3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발효되더라도 관세 철폐를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TPP가 발효되면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국내 섬유기업들이 또 다시 TPP 회원국으로 공장을 이전해 국내 생산 현장은 텅 비게 될 우려가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환 기자
nwk@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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