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90% 이상 수도권 집중…관련 지원은 인색
지난달 29일 오픈한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 전경. |
섬유 도시, 대구에 지난달 29일 오픈한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매우 차갑다. “섬유패션 산업 지원 예산이 대구에 지나치게 쏠리고, 특히 하드웨어 만들기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는 작년 11월 대구시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안에 DTC를 준공하고 6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이번 공식 개관 행사를 가졌다. 대구시가 국비 676억원, 시비 401억원, 민자 53억원 등 1130억원을 들여 건립한 연 면적 4만9667㎡에 지하 2층, 지상 9층으로 구성된 DTC는 비즈니스센터, 섬유박물관, 국제회의ㆍ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다목적홀 등이 들어서 있다.
섬유박물관, 다목적홀을 제외한 업무 시설은 86실, 판매ㆍ근린 시설이 118실로 업무 시설에는 직물, 원사, 염색가공 등 섬유 관련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DTC가 섬유패션 산업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까? DTC 측에서는 섬유패션 산업의 ‘보물상자’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오히려 ‘돈 먹는 애물단지’라는 평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대구시의 위탁 운영을 맡은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가 올해 초 입주 희망 업체를 공모한 결과 신청 업체는 10개 미만에 불과했다. 이에 대구시는 당초 감정가액의 10%를 할인해 공모에 들어갔고, 개관식 행사 전 임대 계약이 체결된 것은 54실(45%)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DTC는 섬유박물관을 짓기로 했으나 박물관으로는 수입원을 마련할 수 없어 몸집을 키우게 된 것. 주변 상가보다 임대료를 낮췄지만 계약 실적이 오르지 않고 있다. 이는 섬유 기업이 밀집한 북구3공단과 서구 염색산업단지, 서대구공단과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좋지 않은 데다가 원래 사무실이 있는 업체들은 임대료 부담으로 입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대구ㆍ경북 섬유ㆍ패션 업계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가 2017년까지 DTC 위탁 운영금으로 25억원을 책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대구ㆍ경북의 섬유ㆍ패션 산업 경쟁력은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가격은 85.2%, 품질 및 기술은 85.8%, 브랜드력은 73.8%, 디자인력은 79.1%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과 품질에 비해서도 브랜드력과 디자인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김묘환 CMG 대표는 “하드웨어에 치우친 예산 지원은 대구 섬유 산지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더욱 필요하다. 업계와 단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 균형 발전을 원칙으로 섬유패션 관련 지원 예산을 들여다 보면 좋은 대안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 대구에 쏠리는 패션 지원 예산
이번 DTC 개관이 ‘제2의 밀라노 프로젝트’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998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밀라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구를 세계적인 섬유 도시인 이탈리아의 밀라노처럼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870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섬유패션 산업 관련 기관과 단체 10여 군데와 건물만 지어놓고 섬유 산업을 살리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DTC가 섬유패션 업계의 소프트웨어는 개선시키지 못하고 하드웨어만 늘어놓는 데 그친다면 또 다시 강한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편에서는 ‘왜 대구에만 섬유ㆍ패션 지원 예산이 쏠리나?’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대구가 ‘섬유 본산’으로 불려지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내 전역에 섬유 산지가 넓게 포진하고 있어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대구의 업체 수와 고용 인원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에 머무르고 있다. 2014년 기준 수출 실적도 31억2900만 달러로 전체의 2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대구시가 지난 2000년 북구 산격동에 패션쇼와 종합 전시 등을 목적으로 국비 123억원과 시비 61억원을 들여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를 건립했다. 이번 DTC 개관으로 중복된 센터의 역할이 의문시된다. 또 대구시는 올해 대구국제패션문화마켓 운영에 20억원, K-엑스포 개최에 50억원을 투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예산이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이미 개최하고 있는 ‘대구패션페어’가 자리잡지 못했고 해당 인프라와 콘텐츠가 부족한 상태에서 중첩된 B2B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억지처럼 보일 우려가 있다. 정작 쓰여야 할 곳에는 쓸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업계 전문가는 “실제 55조원 규모 패션 시장의 95% 비중을 차지하는 수도권에서는 1~2억원 단위의 예산 배정을 받기도 어려운 실정인데, 섬유패션 산업에서 생산이나 고용 비중이 15%에도 못 미치는 대구에 50%가 넘는 예산이 지원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면서 “섬유 산지라는 기득권에 발목을 잡혀 패션 예산까지 대구로 몰리며 전국을 대상으로 한 지역 균형 발전이 간과되고 있다. 정부, 지자체, 단체들이 나서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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