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00억원대 기업으로 진입한 식음료 전문기업의 조직진단 컨설팅에 참여하면서, 이 기업의 과거 궤적과 경영관리 전략이 일반적인 우리 패션기업과 사뭇 달라 매우 놀랐다.
또 지난주 페이스북에서 접한 유명 전직 패션 비즈니스 컨설턴트의 커멘트가 한 주간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시장조사에 관한 지식이 없으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시장 조사가 해외 쇼핑이 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전략구축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가장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곳이 바로 시장조사입니다. 그러나 시장조사만큼 무시되거나 하찮게 다루는 과정은 없을 것입니다.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척 보면 안다’라는 식의 시장조사 마인드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척 보면 안다는 마인드 태도가 우리 패션기업들의 경우 어디 시장조사에만 국한된 것일까?
◇ 오너 중심 경영관리의 한계
한 기업이 탄생되어 지속성장 한다는 의미는 기업의 모습이나 조직 뿐만 아니라 소구되어야 할 핵심경쟁 역량의 내용 또한 변용적으로 진화되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정의는 우리 패션 기업의 다수 경우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일반적인 제조 기업과 달리 일정 구간 외형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패션 비즈니스의 속성상 조직이나 프로세스 경영관리의 타임 갭이 불가피하다고도 한다. 장인이니, CD니 포장되며 가장 효과적인 경영은 독재경영 이라고도 한다.
실제로 수 많은 경영 교과서에서 회의의 무용론은 쉽게 발견되기도 한다. 성과의 성패와 무관하게 과제의 추진 과정만을 생각해보면 이 말은 정확하게 들어 맞는다. 하지만 지난 40여 년 우리나라 패션산업의 역사에서 수 없이 목도되었듯, 한 개인 오너의 역량에만 의존되었던 패션기업의 결과는 한결같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전세계를 무대로 효과적인 경영관리 성과 구현에 성공하고 있는 수 많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 기업들의 경우도 과연 그러할까?
다른 소비재 서비스 산업 부문과 달리 유독 글로벌 패션 기업 지위 획득의 경우가 거의 전무한 우리나라 패션기업의 현주소는 이 같은 오너 중심 경영관리의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한 마디로 성장을 전제로 하지 않은 지속 경영은 가능하지 않다. 한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된 성장 구현에는 반드시 한계가 있다.
◇ 일은 곧 의사결정
우리는 흔히 출근하며 일하러 나간다 라고 표현한다. 직장은 곧 일터이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요구되고 수행되는 일은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자. 어느 포스트의 어느 포지션이든 차원의 높낮이와 무관하게 일이란 곧 의사결정과 그 의사결정의 실행으로 정리된다.
그런데 사실 우리 패션기업의 다수 구성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소위 일의 내용을 보면 생산라인의 단순 작업자의 그것 마냥 의사결정 보다는 그저 지시된 것의 단순 수행이 중심이다. 왜 그럴까? 이는 전술하였듯, 패션 기업의 초기 조직화 단계에서 굳어진 오너 중심 경영 프로세스 때문이다.
실제로 수 천억 원 규모를 가동하고 있는 대형 패션 기업의 직무분장 및 실행 시트를 분석해 보면 놀랍게도 소규모 개인 패션 기업의 그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엄청나게 커진 규모를 감당해 낼 만한 조직의 체계나 정립된 프로세스의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이는 대규모 전문 패션기업의 조 단위 경영시대 진입 선언에도 불구하고 실제 결과가 난망한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아이의 옷이 더 이상 커져버린 몸집을 감당하지 못하듯, 의사결정의 일이 구현되어야 할 조직이 과성장 돼버렸다는 것이다.
◇ 의사결정의 기본은 데이터
애널리스트들의 농 중에 회계사들은 죽은 숫자를 다루지만, 자기들은 살아있는 숫자를 다루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패션기업의 차원에서 거론하는 관리회계는 죽은 숫자인가 또는 생물인가? 이에 대한 판단은 의외로 간단하다.
관리회계의 결과에 대한 과업 차원 실행 조치가 있으면 생물이고, 관전평만 남으면 죽은 숫자이다. 사실 이상하리만치 우리나라 패션기업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숫자와 거리가 멀다. 패션기업의 경영 행위가 성과를 목표로 하는 다른 산업의 경영 행위와 결코 다른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팩트에 대한 해석과 판단은 상이할 수 있지만, 팩트 자체를 배제한 해석과 판단이 성립될 수는 없다. 패션기업의 수 많은 경영전략 실패사례에서 팩트에 대한 왜곡이나 해석 오류의 경우가 원인이 된 적은 거의 전무하다.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조직문화와 프로세스의 정립은 특히 성공가도 기업이 자칫 빠져들기 쉬운 기대의 일방성에 대한 안전판의 역할이 된다. 충분히 아는 길이지만, 그래도 네비게이션과 함께 하는 것처럼.
최현호 MPI컨설팅 대표
jacob@mpiconsul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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