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시장 맏형’의 역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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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복지부동…‘상’도 ‘벌’도 아닌 어정쩡한 임원인사로 면피

2014-12-19 오후 6:41:38

연말연시 대부분 패션 대기업들이 잔뜩 움추린 가운데,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이랜드 그룹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최근 홍대전철역에 오픈한 이랜드 외식복합관 전경. 여기에는 ‘자연별곡’ ‘피자몰’ ‘로운’ 등의 외식 전문점과 ‘버터’ ‘슈펜’ 등 리테일형 모델도 복합으로 구성했다.



최근 제일모직, LF,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패션 대기업들의 임원 인사가 극히 소폭에 그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일모직은 고희진 상무 등 4명에 그쳤으며, 코오롱 패션부문은 김정림 부장과 박준성 이사 2명 뿐이었다. 조만간 발표를 앞둔 LF 역시 임원 승진인사 폭이 예년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극심한 실적 부진의 여파로 포상할 꺼리가 없다는 것이 기업들의 설명이지만, 최근 급변하는 시장환경을 감안한다면 “대기업은 내년에도 여전히 복지부동 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패션산업은 업종 특성상 변화하는 소비자들을 상대로 그들의 코드에 적합한 상품과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를 진작시키는 ‘컬처 비즈니스’란 측면에서 업종 선도 기업으로서 ‘맏형’의 역할이 아쉽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10일 개최된 ‘코리아패션대상’ 시상식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자리에는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유통 대형사 경영자들이 모두 참석해 유통과 패션기업의 상생협력을 다짐하는 등 훈훈한 분위기였지만, 패션 대기업 경영자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패션경영 컨설턴트는 “불황일수록 사업 포트폴리오가 명확해야 한다. 주력 사업은 국내시장 뿐 아니라 글로벌로 진출해 시장을 확대해야 하며, 리스크가 있더라도 신규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패션의 영역이 의류나 액세서리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최적의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최근 우리 대기업들은 과거에 잘 나갔던 브랜드에만 의존하거나 체질에 맞지 않은 사업에 매달리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내 패션시장은 최근 리테일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채널도 복합쇼핑몰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대형사들이 기존 모델에서 사이즈만 키우거나, 기존 브랜드를 편집해서 겉모습만 그럴듯하게 포장함에 따라 수익성을 맞추기 어렵다”며 보여주기식에 급급한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대형사의 소극적인 움직임은 ‘임원들의 복지부동’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원들이 경영 전면에 나선 오너들의 입맛에 맞는 사업에만 치중하고, 현장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라고 하지만 온라인 브랜드를 비롯 스트리트 패션, 동대문 홀세일 브랜드들이 고객 마음을 사로 잡으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패션 대기업들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 니즈에 발맞춘 다양한 플레이어가 새롭게 등장해 패션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데 아직도 패션 대기업들은 관료주의에 사로잡혀 경기 불확실성을 운운하며 방향성을 찾지 못한 채 복지부동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 이랜드, ‘休美樂’ 신규사업 진출 돋보여

이런 가운데 이랜드 그룹의 행보는 돋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라이프스타일형 리테일사업과 자연별곡 같은 외식사업, 엔터테인먼트 사업 등으로 과감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랜드는 부사장 승진 3명을 포함, 모두 17명에 대한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끈다. 특히 신규 임원 8명중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져 전통적으로 여풍이 강한 이랜드그룹의 면모를 보여줬다.

SK네트웍스도 ‘오즈세컨’과 ‘루즈앤라운지’를 대만과 중국 주요 쇼핑몰에 입점시키는 등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또 신세계인터내셔날(SI)은 자사 대표 브랜드 ‘보브’를 여성복 시장의 유일한 지속성장 브랜드로 만들었고, M&A한 톰보이를 효율위주 경영으로 부활시켜 제2 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있어 대기업 가운데는 상대적으로 활기 넘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패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저성장 기조의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도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면 반드시 실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면서 “다가오는 새해에는 자금과 인력, 글로벌 네트워크 등에서 비교우위 경쟁력을 가진 패션 대기업들이 앞장 서 우리나라 패션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작업에 솔선수범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김우현 기자
whk@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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