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복합쇼핑몰 ‘독배’에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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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보증금에 40%대 판매수수료까지 감당 어려워

2014-11-07 오전 11:02:23

“일단 입점하고 보자” 식의 주먹구구식 허세가 화를 불러









# 중견 패션기업 ‘A’는 최근 롯데월드몰에 2개 매장을 오픈했다. B브랜드는 165㎡, C브랜드는 400㎡ 규모로 적지않은 사이즈다. B브랜드는 보증금 4억원에 판매수수료는 25%, 매출보장제를 반영하면 매월 3600만원의 월세를 롯데에 지급하는 셈이다.


# 여성복 전문기업 ‘D’는 롯데월드몰에 264㎡ 규모의 ‘E’ 브랜드 매장을 오픈했다. 180㎡ 크기인 이 매장은 임대로 들어갔으며 보증금 5억6000만원에 22%의 판매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 브랜드는 최소 월세로 3500만원을 롯데에 부담해야 한다.


# 남성복 기업 ‘S’는 역시 롯데월드몰에 330㎡ 매장을 오픈했다. 보즘금으로만 12억원을 선납했고, 27% 판매수수료를 적용해 매월 8000만원의 월세를 보장했다.


 
패션 기업들이 복합쇼핑몰 시대를 맞아 몸에 맞지 않는 ‘독배’를 성급하게 들이켜 화를 자초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적지 않은 기업들이 최근 복합쇼핑몰에 입점하면서 적지않은 임대보증금과 더불어 적게는 23%, 많게는 27%의 판매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다. 백화점에 비해 판매수수료는 낮지만, 신용카드 수수료(3~4%)와 관리비(평당 책정), 유틸리티(전기 및 수도 사용료), 주차비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문제는 패션기업들의 높은 원가율과 고비용 구조로 인한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C’ ‘E’ 브랜드는 대부분 상품을 동대문에서 직접 사입하고 있다. 사입원가 대비 판매가는 평균 2.5~3.0 배수에 그치고 있어 유통비용이 높은 복합쇼핑몰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셀렉트형 점포를 선보이고 있는 여타 패션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부분 165㎡ 이상의 중대형 직영점을 오픈한 이들은 본사가 직접 기획한 PB 외에도 국내외에서 사입한 브랜드(Double Label)로 소비자들에게 재미와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방향성과 의도는 맞지만, 이 역시 수익성과 재고관리에서 뾰족한 솔루션을 찾지 못하고 딜레마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5~6년전부터 복합쇼핑몰 시대가 시작되고 백화점을 벗어난 채널 시프트에 대한 필요성이 심각하게 예고됐지만, 기업들의 안일한 대응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유통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복수의 유통 전문가들은 “국내 패션마켓은 이미 럭셔리에서 SPA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은 기업들의 격전지로 바뀌었다. 복합쇼핑몰 시대를 맞아 성급하게 허세를 부리기보다는 BEP가 낮은 채널에서부터 훈련을 거쳐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디자이너와 MD, 생산관리, 점포 개설자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업 시대 고비용 구조부터 개선한 이후 리테일시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 유통구조의 이익선상에서 출발해야


리테일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경영자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 중견업체 오너는 “리테일 사업은 철저하게 유통구조의 이익선상에서 출발해야 한다. 점포 하나 하나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제값에 공급하려면 브랜드와 유통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로 복합쇼핑몰을 개발하고 있는 대기업 유통에 대한 원망도 적지 않다.


한 패션업체 대표는 “최근 새롭게 개발되는 복합쇼핑몰 역시 패션기업에 ‘슈퍼 갑’인 대형 유통업체가 주도하고, 백화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똑같이 ‘가격’이 경쟁 요소인 글로벌 SPA에 비해 수수료는 여전히 10% 이상 높고, 위치 또한 우선권을 부여해서는 국내 중소기업의 생존이 어렵다. 새로운 채널인 만큼 저비용 구조로 개발해 유통과 콘텐츠 공급자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하소연 했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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