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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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오전 11:29:28








빅데이터 시대의 물결은 이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우리 패션산업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다가왔다.

사실 그 어느 소비 산업 부문보다 잘게 쪼개어진 무수한 경우의 조합이 요동치는 우리 패션 산업의 속성은 오래 전 이미 빅데이터 분석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보다 많은, 보다 자세한, 보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에 대한 열망적 기대는 실제 비즈니스 실행 과정에서 제대로 접근되지 못했다.

우리는 그저 믿고 있다. 그것은 단지 노력 대비 아웃풋이 미진한 예전 아날로그 기술의 제한성 때문이었다고. 정말 그럴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 우리는 기존 제한성으로부터 해방된 빅데이터 시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우물쭈물하고 있는가?

빅데이터 앞에서 여전히 멈칫대고 있는 막연함의 이유는 결국 문제의 본질이 구슬 수량의 크기나 품질이 아니라 구슬을 꿰는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 누구에게 절을 해야 할 것인가

빅데이터를 실현해야 할 시대가 왔음을 이제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빅데이터 그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먼 옛날 불치병으로 죽음의 끝단에서 용케 명의를 만나 모진 병마를 딛고 생명을 건진 한 양반이 중인 신분이던 그 명의 대신 그저 약방문을 신주로 모시고 큰 절을 올렸다는 우화가 지금 빅데이터를 둘러싼 우리 패션업계의 현상과 묘하게 닮아 있다.

지금 우리는 오로지 ‘빅’과 ‘데이터’만 얘기하고 있다. 사람 생명을 구한 것이 과연 약방문을 써 준 명의일까? 아니면 그 명의가 써 준 그 약방문일까?

이제 비로소 우리는 되묻게 된다. 패션 산업에서 과연 빅데이터란 무엇인가?

빅데이터의 매력은 많은 양에서 좋은 질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경험을 전제로 하기에 배가된다. 여기서 빅데이터의 핵심은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검증된 데이터가 보다 정교하게 해석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 기술이 아닌 상상력이 관건

전술하였듯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로 이제 적어도 데이터 프로세싱 영역(획득, 가공, 분석)에서만큼은 기술적 제한이 거의 없을 듯 보인다.

빅데이터 관련 수단과 도구의 혁신으로 이젠 시간, 비용, 완성도 측면 모두에서 예전의 현실적 제한 조건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물질적 풍요가 반드시 삶의 품질과 비례하지 못하듯 정작 실제 패션 비즈니스 과정에서 빅데이터 체감 효과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비즈니스는 곧 상적 행위의 결합이다. 상적 행위는 곧 데이터의 교환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데이터는 패션 비즈니스의 장에서는 변방으로 취급되었다. 데이터는 곧 결과의 관리라는 협량한 기능만으로 위축되어 변화와 예측의 첨병이라는 핵심 가치는 아예 기대조차 없었던 것 같다.

빅데이터 시대의 의미는 기술 혁신의 차원이 아니라 상상력 혁신의 차원임을 인지해야 한다.

한 마디로 기술의 혁신으로 보다 용이해진 데이터 프로세싱의 과정에는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혜택을 추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목표와 의도가 전제될 때 가능한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의 유일한 장애물은 무엇을 어떻게 획득·가공하는 기술적 제한성이 아니라 비즈니스 과정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하는 상상력의 부족이라는 것이다.

빅데이터의 상상력은 이제까지 관숙된 데이터의 단순 연산 조작(calculating)과 차원이 다른 교차 검증과 분석 그리고 제언 마저도 가능한 computing을 의미한다.



◇ 불변의 제품 스타일코드

우리 패션 제품마다 부착된 제품 태그는 그저 이름표를 대신하는 물표일까? 바코드로 압축된 판매시점에 대한 전표 도구일까?

수십 년 전 수기 작업 시절의 제품 스타일코드 체계가 빅데이터 시대를 논하는 지금의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는 브랜드-제조연도-시즌-아이템-컬러-사이즈-Tag가격, 이 정도의 제품 정보이면 이미 충분하다는 믿음이 굳건한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동안 바코드, QR코드 등 예전과 차원이 다른 엄청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도구의 개발에도 제품코드에 담을 제품정보 추가에 그리 인색했을 리가 없다.

우리는 늘 소재, SCM, 고정고객, 판매접점 등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텅 빈 제품코드의 빈자리는 그대로 남겨둔 것이다.

좀 과장된 표현일진 모르겠지만 이를 유추해보면 빅데이터 역시 자칫 칼집에 갇힌 전가의 보도가 될지도 모르겠다.



◇ 융합이 곧 창조 - 데이터 큐레이팅

최근 ‘창조’라는 단어가 이 시대 최고의 키워드로 군림하고 있다. 창조 단어의 본래 의미는 ‘예전에 없던 새로운 것의 구현’이지만,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목격되는 창조의 성공사례는 기존의 것들에 대한 혁신적인 결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빅데이터의 실현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패션 기업의 입장에서 개별 기업 차원의 고유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이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는 있다.

이는 마치 신선한 우유를 마시기 위해 개별 가정이 농장과 우유가공 공장을 유지하지는 않는 것과 같다. 한 마디로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는 거의 모든 부문의 데이터를 현저하게 경제적인 비용으로 획득, 가공, 의미추출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수 많은 데이터 소스와 벤더 그리고 가공 등 빅데이터 밸류체인(Value Chain)의 효율적 이용이 현재시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판단된다.

현명한 소비자가 결국 시장의 주인으로 자리매김 되었듯, 현명한 데이터 큐레이팅 고객으로서 우리 패션기업이 추구하는 빅데이터 효과에 대한 정확한 기대가 전제되면 빅데이터는 우리 패션 기업들에게 더 없이 유용한 도구가 되어 줄 것이다.

빅데이터 관련 도구가 어깨를 짓누르는 또 하나의 짐이 될지 또는 무거운 나머지 짐을 편하게 지고 갈 수 있는 지게가 될지 그 결과는 온전히 이를 활용하는 기업의 몫인 것이다.
 



최현호 MIP컨설팅 대표
jacob@mpiconsul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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