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난다’ 월매출 8억? 내셔널 브랜드 매출 크게 웃돌아
최신 트렌드의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온라인 및 동대문 브랜드가 백화점 매출을 일으키는 효자 콘텐츠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롯데 건대스타시티점 지하 ‘피그먼트’ 매장 |
# 서울 자양동에 거주하는 주부 이미영(36) 씨는 최근 마트 가기 전에 꼭 들르는 곳이 생겼다. 바로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 지하에 위치한 패션존이다.
평소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백화점에 잘 가지 않았지만 온라인 브랜드와 동대문발 브랜드가 모여있는 이 곳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 트렌드의 옷을 살 수 있어 종종 찾고 있다.
이 씨는 “마트와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오며 가며 한 번씩 들르게 된다”며 “새옷 산다고 하면 고개부터 가로젓던 남편도 가격표를 보더니 흔쾌히 사라며 허락해줬다”고 말했다.
성숙기에 도달한 백화점이 활기를 되찾기 위한 창구로 온라인 및 동대문발 브랜드에 주목하고 있다.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은 온라인 브랜드를 영입해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깊어진 불황에 굳게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동대문발 브랜드의 저렴한 가격대로 열어보려는 전략이다.
온라인 및 동대문발 브랜드 유치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롯데백화점이다. 롯데는 2012년 9월 영플라자 명동점을 리뉴얼하며 온라인 브랜드 ‘스타일난다’를 영입했고 기대 이상의 높은 매출을 기록하자 다음해에 ‘나인걸’ ‘난닝구’ 등을 잇달아 입점시켰다.
올해는 보다 적극적으로 온라인 브랜드를 확대했다. 롯데 영플라자 명동점은 지난 3월 ‘체리코코’ ‘립합’ ‘매그제이’ 등 10개의 온라인 브랜드를 신규 오픈했다. 건대 스타시티점 또한 같은 3월 5층에 영 패션 특화존을 설치하며 ‘스타일난다’ ‘츄’ ‘토모톰스’ 등 온라인 브랜드 및 동대문발 브랜드 5개존을 영입한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지하1층에 ‘임블리’ ‘피그먼트’ 밀스튜디오’ 등 6개 브랜드를 모아 패션존을 신설했다.
그밖에 노원점, 영등포점 등 젊은 소비층이 많은 점포들도 온라인 브랜드 및 동대문발 브랜드의 유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영플라자 명동점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 ‘립합’ |
◇ ‘스타일난다’가 가져다준 달콤한 대박
처음 온라인 브랜드가 백화점에 입점할 당시만 하더라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오프라인 매장 경험이 부족한 온라인 브랜드가 백화점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브랜드들은 이러한 걱정을 ‘대박 매출’로 불식시켰다. ‘스타일난다’는 롯데 영플라자 명동점 매장에서만 월 평균 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나인걸’과 ‘난닝구’는 각각 3억원과 2억원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올해 신규로 입점한 브랜드들도 선전하고 있다. 롯데 영플라자 명동점에는 온라인브랜드 ‘로미스토리’와 ‘체리코코’가 월 평균 1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립합’과 ‘임블리’ 등이 7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건대스타시티점 지하 패션 특화존의 ‘피그먼트’는 1억원, ‘밀스튜디오’는 9000만원, ‘에이스’는 8500만원, ‘톰앤래빗’과 ‘로미스토리’는 7500만원을 기록해 원래 위치하고 있던 레스토랑 매출의 2배를 넘어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이나 동대문발 브랜드는 마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존 브랜드보다 수수료를 낮게 책정해 이익률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셔널 브랜드 대비 2배가 넘는 매출을 올려 결과적으로는 훨씬 많은 이익을 남기는 셈”이라며 “아직 백화점 판매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매출이 이정도니 앞으로의 매출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타일난다’ 롯데 영플라자 명동점 |
◇ 비법? 소비자가 원하는 걸 제대로 안다!
온라인 브랜드가 백화점 안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꼽힌다. ‘스타일난다’는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를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유니크한 캐주얼룩을 선보여왔다.
또 최근 백화점에 입점한 ‘로미스토리’는 빅 사이즈 여성 쇼핑몰 시장을 개척한 대표주자이며 ‘체리코코’는 로맨틱한 여성을 타깃으로 브랜드를 전개해왔다.
이렇듯 브랜딩이 다져지자 온라인 브랜드에는 마니아층이 형성됐고, 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까지 끌어올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됐다.
동대문발 브랜드는 짧은 시간내에 빠르게 성장해온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기까지는 많은 세월이 소요됐다. 동대문발 브랜드의 오너들은 대부분 동대문 도매나 패션업계에서 수십년간 실력을 갈고 닦은 베테랑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신 트렌드의 옷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가장 눈여겨 보아야할 점은 현장 중심의 바잉. 이들은 상권별로 소비자들이 니즈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판매 사원에게 바잉 권한을 부여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시기적절하게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한 패션업계 전문가는 “불황이 깊어지며 소비자들이 가격대가 높은 패션 상품 구입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온라인 브랜드와 동대문발 브랜드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할뿐만 아니라 글로벌 SPA브랜드가 채워주지 못했던 국내 트렌드, 한국인 체형에 맞는 사이즈 등의 요건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당분간 그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그먼트' 롯데 건대 스타시티점 |
'로미스토리' 롯데 영프라자 명동점 |
'에이스' 롯데 건대 스타시티점 |
◇ 또 한번의 도약 위한 선결과제
이들 브랜드가 국내 패션시장을 리딩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꼭 풀어야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는 상품의 차별화다. 현재 대다수의 온라인 및 동대문발 브랜드가 동대문에서 사입한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트렌드에 휩쓸린 바잉 때문에 같은 상품이 여러 브랜드에서 겹치는 현상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조금씩이라도 자사 브랜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아이템을 선보일 수 있도록 PB 브랜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제작이 버겁다면 브랜드 콘셉과 잘 맞아떨어지는 상품을 바잉해 더블 라벨로 선보이거나 함께 콜래보레이션 라인을 제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안정적으로 브랜드만의 색을 갖춰가기 위해서는 직영 매장이 필수다. 백화점 등의 위탁매장은 매출에 의해 존폐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변화를 시험해보기 어렵다.
필요하다면 자본시장과 결합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외 금융계에서는 패션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투자할만한 재목들을 찾고 있다.
일례로 동대문 소싱을 기반으로 시작한 일본 브랜드 ‘마우시’를 전개하는 바로크재팬리미티드사는 프랑스 투자회사인 CLSA 캐피탈 파트너즈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전세계 3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투자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입 금액의 비공개다. 현재 온라인 및 동대문 브랜드의 매출 금액은 깨끗하게 노출되는 반면 도매시장의 거부로 인해 사입 금액이 베일에 쌓여있다”며 “동대문 소싱을 활용한 패션시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라도 매입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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