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셀렉트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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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2014-04-16 오후 4:16:47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리테일 사업에 뛰어든 것은 겨우 2~3년에 불과하다. 새로운 영역인데다 가까운 일본도 리테일 시장이 활성화되고 셀렉트숍 모델이 자리잡기까지 10여 년이 소요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신진 디자이너의 발굴과 육성’ 깃발 아래 야심차게 시작했던 A사의 셀렉트숍은 수익성을 이유로 3년도 채 안돼 사업을 접어버렸다.

B사의 디자이너 셀렉트숍도 마찬가지. 신진 디자이너들의 든든한 판로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꺾여버렸다.

아직 리테일 시장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본력 있는 패션 기업이 리테일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는 그만큼 장래성을 내다보고 꾸준히 투자해서 키워나갈 각오가 되어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도 기업들의 포기는 빨랐다.

아쉬운 마음이 드는 사례는 또 있다. 리테일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무늬만 셀렉트숍’인 대형 매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C사는 지난해말 자사 브랜드를 한 데 모은 형태의 대형 매장을 선보이며 대대적인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D사 또한 셀렉트숍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으나 이를 채운 건 자기 브랜드뿐이다.

글로벌 SPA가 인기를 끌자 그 원인을 대형 매장과 다양한 상품에서 찾은 듯 한데, 소비자의 ‘다양함’과 이들 기업이 해석한 ‘다양함’의 거리가 너무 먼 것 같다. 이미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외면받기 시작한 자사 브랜드들을 한 데 모아둬봤자 소비자는 아무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한다.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각자의 콘셉과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브랜드들. 이를 위해서는 ‘내가 만들어 내가 판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 각 분야별로 퀄리티 높고 가치있는 브랜드는 세계 시장에 널렸다. 이 브랜드들을 잘 발굴해 잘 포장해서 팔면된다. 유통이야 말로 우리 패션 기업들의 전문 분야 아니던가.

성숙화된 백화점, 가두점의 침체 등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과거 모델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마음이 조급한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한 템포만 쉬어가자. 겉모습만 보고 급급하게 따라하기에 앞서 ‘리테일’의 본질에 주목해야만 한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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