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메이저 기업들이 신규 수익 모델로 리테일 사업에 착수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이태원 ‘시리즈코너’ |
패션 메이저 기업들이 리테일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LF,코오롱 등 대기업은 물론 MK트렌드, 아이디룩 등 중견 패션 기업까지 다수의 기업들이 리테일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과거 제조업시대에 패션 기업들은 기획과 생산은 물론 생산·유통까지 직접 전개했다. 당시에는 시장이 성장기였기에 수요가 생산량을 뛰어넘어 소비자들은 브랜드에서 제안하는 상품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며 수익성 또한 뛰어났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 해외 경험의 기회가 늘어나며 패션과 브랜드에 대한 폭넓은 정보력을 지닌 스마트 소비자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저마다의 확고한 취향과 니즈를 갖추게 됐다. 이같이 지역별 상권별로 세분화된 소비자 성향을 기존의 획일적인 상품 구성과 매뉴얼로 대응하는데 한계를 느낀 패션 기업들은 잘 만들어진 여러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유통하는‘리테일’을 새로운 생존 방안으로 주목하게 됐다.
◇ 한국형 리테일 비즈니스 출범

리테일 비즈니스 모델하면 흔히들셀렉트숍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브랜드 발굴·유통에 집중하는 셀렉트숍을 선택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시리즈코너’나 ‘지오다노컨셉’처럼 기존 제조업 방식에 리테일을 적절하게 융합한 사례도 눈에 띈다.
이들이 적용한 것은 PWC 법칙. 이 방식은 일본의 셀렉트숍이 활성화 되는데 한 몫을 했다. P(Private Brand)는 직접 제작한 상품으로 이익 구조의 기반을 다진다. W(Double Label)는 다른 브랜드의 상품 사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매출을 주도하게 하며, C(Collaboration)는 트렌트를 반영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김묘한 CMG대표는 “오너들의 단독 결정에 의해 좌우되던 제조업 시대와는 달리 리테일 시대에는 기존 패션 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중간 프로세스에 수 많은 간섭자, 즉 룰브레이커(Rule Breaker)가 등장할 것”이라면서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리테일은 제조업 방식과는 DNA부터가 다르다. 전문가들은 ‘리테일은 곧 디테일’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그만큼 보다 다양한 분야에 신경을 써야 하며 적용 방식도 시기 적절하게 변화해야만 한다.
리테일의 첫 번째 필수요소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다. 그런데 이러한 콘텐츠에 대한 니즈는 각 상권별로 천차만별이므로 해당 매장의 판매직원(Retailer)에게 바잉의 권한을 부여해 소비자 니즈에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해야만 한다. 또한 상품의 전개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수익률을 부여해 효율성을 꾀하고 판매 호응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
브랜드 활용 방식도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랫폼플레이스’는 셀렉트숍 형태의 매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라코스테’ ‘프레디페리’ 등의 일부 브랜드는 직접 홀세일에 나서 유통을 통한 수익창출을 꾀한다.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강화한 ‘KM플레이’ 명동점 |
◇ 순풍맞은 리테일사업
리테일 비즈니스 모델 도입 초기에는 실패를 하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는 기업도 더러 발생했다. 하지만 몇 년간의 시행착오 과정을 거치며 노하우를 쌓아 리테일 사업의 기반을 다지고 수익 모델로써의 가능성을 보이는 곳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LF의 ‘어라운드더코너’. 이 셀렉트숍은 정보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한 MD를 통해 적중률을 높여 수익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2년차인 올해 안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간 유보해왔던 유통망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라운드더코너’는 서울 가로수길 1호점, 홍대입구 2호점에 이어 최근 새롭게 리모델링한 코엑스에 3호점을 열었다. 이달 신세계백화점 충청점과 내달 타임스퀘어에도 신규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2개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어라운드더코너’의 안착 비결에는 잘 구축된 브랜딩이 꼽힌다.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이 함께 하는 편집스토어를 모토로 내세운 ‘어라운드더코너’는 브랜드 캐릭터를 만들어 홍보물은 물론 PB 상품들에도 적용해 친근감을 높이고 통일된 이미지를 부여했다.
상권별로 MD를 차별화한 것 또한 주목할만한 점이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소비자와 해외 관광객이 많은 가로수길점에는 유니크한 상품과 함께 대중성을 지닌 상품을 함께 구성하고, 홍대점은 자유롭고 젊은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리테일 스토어를 표현했다. 또 가족단위 고객의 방문이 많은 코엑스점은 리빙과 인테리어 소품 분야의 상품을 보다 강화했다.
또한 LF는 ‘어라운드더코너’의 성공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신규 리테일 브랜드 ‘엣코너’를 하반기에 선보인다. 컨템포러리 여성복을 지향하는 이 브랜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감도 높은 디자인의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안할 방침이다. 매장은 자사 브랜드와 더불어 외부 브랜드를 함께 구성하는 편집형으로 꾸며질 계획이다.
아이디룩은 별도 법인 아이디조이 설립을 통해 리테일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아이디조이의 수장으로는 편집매장 ‘두 번째 뜨는 달’을 통해 근린 상권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이은경 대표가 낙점됐다. 이 대표는 보끄레머천다징에서 중국 영업과 판매 사원 교육을 거쳐 판매 총책 이사직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이후 의류 제조업체인 이케이미쉘을 설립해 수출을 하고 있으며, ‘두 번째 뜨는 달’을 통해 소매에까지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 대표는 북유럽 감성의 ‘레코브’와 프리미엄 버전인 ‘레이크브릿’을 통해 근린 상권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엠케이트렌드는 2012년 ‘KM플레이’로 셀렉트숍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대문을 기반의 소싱을 통해 저렴한 가격의 상품을 발빠르게 공급해왔던 이 숍은 다양성을 요구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가로수길점을 스타일 복합 문화 공간으로 리뉴얼했다. 다양한 콘셉의 여성복, 남성복 등 의류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커피숍, 네일숍까지 추가해 체험형 매장으로 거듭났다.
2호점인 명동점은 라이프스타일을 테마로 삼았다. 패션의 영역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을 반영해 리빙, 인테리어소품 및 스테이셔너리, 키덜트, 향 관련 제품 등 다양한 상품군을 두루 갖췄다.
국내외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는 ‘비이커’ |
6년전 이탈리아 편집숍 ‘10꼬르소꼬모’를 들여오며 리테일 사업에 뛰어든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은 2010년 미국 남성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한 데 모은 ‘블리커’를 론칭하며 직접 브랜딩한 자사 모델을 제시했다. 이후 ‘일모스트리트’‘마인드앤카인드’ 등을 ‘비이커’로 통합했다.
이 매장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선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의 국내 시장성을 시험하는 테스트마켓으로써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실제로 ‘비이커’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아 단독 론칭한 ‘래그앤본’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선전하고 있다.
코오롱 FnC 부문의 남성복 ‘시리즈’는 편집형 매장을 통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이태원의 플래그십 스토어 ‘시리즈코너’다. 이곳은 의류, 가방, 신발, 액세서리와 함께 가구, 식기, 세정제, 아로마테라피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까지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팝업스토어 공간을 통해 신선한 콘텐츠를 제안하고 있으며, 카페를 갖춰 휴식의 기능까지 갖췄다.
매장에서 함께 소개되는 홀세일 브랜드들은 집객력을 높일뿐만 아니라 매출까지 일으키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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