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이 협력 업체에 금품을 수수받은 협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중소기업과 상생하겠다던 홈쇼핑이 ‘유통 슈퍼 갑’으로 군림하며 지위를 남용하고 있어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사진은 홈쇼핑 촬영 현장. |
# A패션 업체는 B홈쇼핑 업체와 방송을 진행하면서 ARS 할인, 사은품 제공, 모델료 등 판촉 비용까지 더해 매출의 50%를 상회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부담했다. 무리한 요구였으나 방송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 A업체 사장은 편성 시간을 주요 시간대로 옮겨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담당 MD 및 편성 관계자를 찾아갔지만 오히려 매출의 일정 비율을 뒷돈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유통의 슈퍼 갑’ 홈쇼핑 업체들의 횡포가 끊이지 않아 협력 업체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홈쇼핑 6개사의 시장 규모는 8조7800억원에 이른다. 1995년 출범 첫해 34억원을 판매했던 홈쇼핑은 지난 2010년 8조원대를 넘겨 2014년에는 9조원대의 매출을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는 반면 협력 업체들에게 불리한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최근 검찰은 협력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받은 혐의로 전 롯데홈쇼핑 생활부문장 이 모씨와 전 상품부문장 정 모씨를 구속했다. 이씨와 전씨는 TV 편성 시간을 황금 시간대로 조정해주는 대가로 각각 9억원과 2억7000만원의 금품을 챙겨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2012년 말에도 홈쇼핑 4개 업체 관계자들이 협력 업체로부터 수억원대 청탁을 받아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사건이 벌어진 후 각 업체들은 MD의 권한을 분산하고 감시를 강화했지만, 오히려 조직적이고 단계적인 비리가 고착화된 것이다.
◇ 청탁·비리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 ”롯데홈쇼핑 사건 빙산의 일각일 것”
업계에서는 수면 위로 떠오른 롯데홈쇼핑 사태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홈쇼핑 MD, 편성팀 직원 등 개인이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지위를 악용할 수 있는 원인은 근본적인 구조가 바로 잡혀 있지 않아서인데 이는 비단 롯데홈쇼핑만의 일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홈쇼핑의 잦은 비리는 직원 개인의 의사 결정에 따라 브랜드와 방송 시간이 결정되는 현재 업무 프로세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홈쇼핑은 입점 업체들이 영업을 의뢰하면 MD가 상품을 검토하고, 회사 내부 회의를 거쳐 상품을 선정한다. 이후 편성팀을 통해 시간을 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MD와 편성팀의 권력이 크게 작용하게 된다.
협력 업체 입장에서는 판촉 비용까지 더해 과다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홈쇼핑의 횡포에 한마디도 할 수 없을뿐더러 방송을 따내기 위해, 더 좋은 시간대에 편성받기 위해 로비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홈쇼핑 채널의 황금 시간대는 오전 8시부터 오전 11시, 오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이 시간대에 방송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차이로 매출이 3~4배 가량 차이난다고 하니, 1분에 1000콜 이상의 주문을 받는 유통 판로로 성장한 홈쇼핑을 통해 ‘60분 스타’로 성장하기를 꿈꾸는 업체들은 앞다퉈 ‘을’이 되기를 자청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팀장은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판매 루트가 대기업 위주의 유통망으로 제한되면서 비정상적인 계약, 유통업체들의 횡포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됐던 일”이라며 “공정위라든지 각 기관에서 변화된 유통 상황에 맞춰 대기업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처벌해야 하는데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문제다. 표준계약서, 수수료 등 관련 규제에 적극 개입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홈쇼핑에서 무작정 대박 노리기보다 근본부터 다져야
하지만 반복적으로 고착화된 홈쇼핑 청탁·비리 사건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감시보다 홈쇼핑 업체와 협력 업체들의 근본적인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마련이다. 이에 협력 업체는 가장 본질적인 상품의 경쟁력을 키워 브랜딩을 통해 없어서는 안 될 브랜드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홈쇼핑 역시 상품에 근거해 업체를 선정하고, 중소기업의 판로를 확장시킨다는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의 시장 규모는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안방에서 즐기는 쇼핑이라는 장점을 통해 앞으로도 성장할 잠재력이 높은 채널이다. 하지만 진정한 메이저 채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함께 커나갈 수 있는 메이저 기업을 육성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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