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다펑 부회장 “내년부터 상하이로 장소 옮겨 재정비 해야”
중국 내 대표적인 의류박람회인 ‘CHIC’가 시장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사진은 3월 26일부터 4일간 베이징에서 개최된 CHIC 전시장 입구. |
중국 내 대표적인 의류박람회인 중국국제의류&액세서리박람회(이하 CHIC)가 끝없는 벼랑으로 떨어졌다.
올해로 22년째를 맞은 이 행사는 그동안 중국 내 OEM 봉제 산업의 성장에 이어 최근 7년간은 중국 로컬 브랜드의 대리상 확장에 절대적인 기여를 해 왔다.
그러나 3월 29일 막을 내린 올해 행사는 참가기업 규모는 물론 방문 바이어 숫자에서 예년에 비해 비교도 안 될만큼 줄어든 초라한 모습이었다.
중국 유력 패션 매체인 복식도보 위둥성 주임은 “선전과 항저우의 주요 여성복 기업을 비롯 메이저 기업들의 불참이 두드러졌다. 남성복 또한 ‘리랑’ ‘치필량’ ‘쥬무왕’ 등 푸젠성 기업들이 불참했다.
중국 내 패션시장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며, 특히 대리상 사업의 한계가 치명적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메이저 기업 가운데는 ‘보시뎅’ ‘야걸’ ‘샨샨’ ‘홍두’ 등이 참가했지만, 이들은 모두 공산당 관련 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메이저들이 불참한 것이다.
반면 광동성 바이마와 베이징 따동먼 등 지역별 도매상가들이 대거 전시업체로 참가하는 등 전시회 정체성을 떨어뜨렸다.
또 쓰쓰 아동복관 등 구가와 지역별 단체관과 상담실을 겸한 포럼관이 대부분 공간을 떼웠다.
CMG 김묘환 대표는 “바이마와 따홍먼 등 유통업체가 전시에 참가했다는 것은 공급자와 채널이 동시에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봉제와 부자재 등을 구분없이 구성함으로써 전시회 정체성이 모호해졌다”고 평가했다.
중국 전역에 트렌드를 발빠르게 반영하는 SPA 브랜드와 온라인 브랜드가 득세함에 따라 6개월 단위 수주로 사업을 전개하는 대리상 체제로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피하기 어려운 것도 전시회 침체의 주 원인이었다.
전시회 규모 축소와 정체성 불투명이란 평가가 잇따름에 따라 CHIC 주최측도 향후 방향성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3월 27일 한국관을 찾은 쩐다펑 중국복장협회 부회장은 “베이징에서의 CHIC의 수명은 다했다. 내년부터는 상하이로 장소를 옮길 것이며, 전시회 성격과 참가업체 구성도 대대적으로 혁신할 것이다. 향후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희망한다”고 언급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 한국 주최측은 “매년 변화없이 형식적 참가” 참가업체는 “우왕좌왕”
한국 기업들은 올해 전시회에 76개사 170개 부스 규모로 참가했다. 우성아이앤씨의 ‘본지플로어’와 ‘예작’을 비롯 골프웨어 ‘커터앤벅’, 이너웨어 ‘트라이’, 중국 시장서 성장한 여성복 ‘졸리앤딘’ 등이 주축을 이뤘다.
그러나 대리상을 모집하는 몇몇 대형사 외에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었다. 전시회 자체가 위축된 탓도 있지만, 중국 로컬 브랜드의 대리상 모집이 주 목적인 전시회에 소규모 개인 기업들과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으로 참가업체를 구성함에 따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디자이너 브랜드 대표는 “수주 홀세일을 기대하고 참가했지만, 바이어들은 대부분 총판이나 대리상과 관련된 상담을 원했다. 사전에 전시회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며 답답함을 하소연했다.
한국패션협회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브랜드 육성 프로젝트’에 참가 중인 브랜드들이 참가했지만 18㎡의 좁은 공간에 10여개 브랜드의 샘플을 디스플레이한 탓에 브랜드 이미지를 깍아내리는 역효과만 있었다.
최근 중국 패션시장이 I.T와 랜 크로포드, 조이스, 피플러스 등 유력 리테일러들에 의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이들과 실질적인 교류가 가능한 전시회를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중국 치필량 그룹 윤대희 고문은 “한국이 중소 기업이 자체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다행히도 최근 중국 주요 도시에 오픈하는 쇼핑몰과 패션 스트리트에는 홍콩이나 일본에서 진출한 셀렉트숍과 중국 로컬에서 생겨난 셀렉트숍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유니크한 감성의 홀세일 브랜드를 제대로 구성해 중화권 리테일러와 만남의 기회를 만든다면 컨벤션은 산업의 성장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시회에 참가하기 이전에 현지 시장환경과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충분한 자문을 구하고 난후 전시회를 기획해야 하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가 일어나기 위한 운영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참가업체와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같은 전시회에 참가하더라도 공간 구성과 실속있는 프로그램과 상담을 통해 주목받은 ‘이탈리아 전시장’은 이런 배경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