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공장 위주로 들어선 개성공단에 제직과 염색가공 업체를 유치, 원단에서 봉제까지 일괄 생산 시스템을 갖춘 복합 ‘소싱 클러스터’를 조성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진은 개성공단 전경 |
봉제공장 위주로 가동되고 있는 개성공단에 제직과 염색가공 공장 등을 입주시켜 의류 생산 일괄공정 체제를 갖춘 ‘소싱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현재 123개 입주기업 중 봉제를 비롯한 섬유 관련 업체만 70여 개 사가 가동 중인데, 여기에 제직ㆍ염색가공 업체들까지 동반 진출하면 원가절감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어 내수 패션기업 최적의 소싱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상태 한국섬유수출입조합 이사장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기획안을 지난 1월 9일 섬유 패션업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김재홍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에게 건의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은 김일호 산업부 섬유세라믹 과장은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내에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하고 긴급 예산을 편성, 컨설팅 업체에 용역을 의뢰해 사업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한계 상황을 맞고 있는 섬유 패션업계의 미래 먹거리를 개성공단에서 찾아 보자는데 민관의 의지가 투합한 것이다.
◇ 내수 패션기업 최적의 소싱처
개성공단은 ‘남북 교류 및 협력의 장’이란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많은 장점을 지닌 곳이다. 현재 가동 중인 한 봉제공장을 예로 들면 월 평균 인건비가 150달러(16만원) 내외로 저렴할 뿐 아니라 서울에서 거리가 가까워 원부자재 조달이나 생산제품 반입을 위한 물류비가 적게 들고 단납기 소량 다품종 생산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봉제공장만 해도 이처럼 비교우위를 자랑하는데 이곳에 제직과 염색가공 공장까지 들어서게 되면 경쟁력은 더욱 배가될 수밖에 없다. 같은 공단 내에서 봉제에 필요한 원단을 직접 받을 수 있어 그만큼 원가절감 효과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직 업종의 경우 2000년을 전후해 극심한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대외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줄줄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베트남ㆍ인도네시아ㆍ캄보디아ㆍ미얀마 등)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옮겼다. 그러나 중국에 이어 ‘제2의 세계 공장’으로 떠오른 동남아에도 임금 인상 쓰나미가 몰려오면서 이들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캄보디아에서 봉제공장을 운영 중인 한 업체 대표는 “생산성 향상은 더딘데 임금은 가파르게 올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수지를 맞추지 못할 정도”라며 “각종 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제 지급액은 최저 임금액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하소연했다.
◇ 섬산련에 TF팀 구성 사업 타당성 검토
수출과 내수 확대가 어려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기획된 개성공단 ‘소싱 클러스터’ 프로젝트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산하 산업입지연구소가 주축이 돼 단지 조성에 따른 실무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고 통일부ㆍ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정부가 앞장 서 단지를 개발하면 입주 기업들이 비교적 적은 임대료와 투자 비용, 이자 부담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제직이나 염색가공 공장의 경우 여성 근로자가 대부분인 봉제공장과는 달리 남성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력 수급에도 용이할 것이라는 것.
패션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등 생산 코스트가 상승하면서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에서의 소싱이 갈수록 매력을 잃어 가고 있다”면서 “우선 말이 통하고 손재주 좋고 근면성이 뛰어나 생산성이 높은 개성공단에서 국내산 원사를 사용해 원단부터 염가공ㆍ봉제까지 일괄 시스템으로 생산하게 되면 전세계가 부러워하는 최강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겼다.
더욱이 개성은 근로자 이동이 없어 완성도 있는 제품 생산에 적합한 숙련공으로 양성이 가능해 국내에서는 이미 단절된 기능공의 맥을 이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기에 한ㆍ미 FTA 후속조치로 개성공단이 역외 가공지역으로 인정되면 ‘made in Korea' 원산지 라벨을 부착할 수 있어 수출 증대에도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봉제는 여성, 제직ㆍ염가공은 남성… 인력 수급 문제없어
개성공단은 부가가치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이곳에서 봉제공장을 운영 중인 만선코퍼레이션의 성현상 사장은 “현재 우븐 24개ㆍ니트 12개 등 36개 라인에서 1400여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작업한다”면서 “내수 패션 브랜드들이 원하는 소량 다품종 생산에 적합하도록 봉제 라인을 특화시켰기 때문에 재킷ㆍ블라우스ㆍ바지ㆍ원피스ㆍ스커트 등 고급 제품 봉제에 최적화된 공장으로 안성맞춤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곳에서 만선은 패션그룹형지ㆍ위비스ㆍ세정ㆍ인디에프ㆍ인동에프앤 같은 유력 내수 브랜드의 고가 아이템을 전문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 대박’이란 말과는 무관하게 북핵 문제가 걸려 있는 개성공단이 여전히 불안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ㆍ중국 등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어느 누구도 개성공단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얼음판을 걷는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북한은 개성공단을 ‘옥동자’로, 남한은 ‘평화의 마중물’로 여기고 있는 만큼 다시는 공장 가동이 멈추는 최악의 상태는 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개성공단에서 연간 9000만 달러 규모의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북한이 또다시 폐쇄라는 극단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 실례로 최근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응하고, 14개 지역을 산업특구로 지정한 것 등을 미루어 볼때 그들의 대외 전략이 개방쪽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김우현 기자
whk@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