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맥상… 민간 주도 조직위 만들어 새 판 짜야
옛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위용을 드러낸 우주선 모양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사진왼쪽). 오는 3월 21일 그랜드오픈에 맞춰 이곳에서 개관 축하 행사로 서울패션위크가 열릴 예정이지만 대행사 선정 논란 등 불공정 시비에 휘말린 서울디자인재단이 이번 행사를 제대로 치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갈 길이 바쁜 서울패션위크에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났다. 한 달이 채 안 남은 시점에 대행사 선정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서울디자인재단(대표 백종원)은 오는 3월 21일부터 6일 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14 F/W 서울패션위크’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그 동안 서울시에서 주관해오던 서울패션위크를 디자인재단으로 이관해 옛 동대문 운동장 자리에 웅장하게 들어선 DDP에서 개최하는 첫 행사여서 의미가 깊다.
거대한 우주선이 착륙한 듯한 모습의 DDP는 세계적 건축 디자이너인 자하하디드가 설계한 비정형 조형물로도 유명하다.
이 곳에서 개관 축하 행사로 열리는 서울패션위크인 만큼 국내외 패션계 및 프레스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완벽하게 치뤄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탓일까.
올 1월부터 사업이 정식 이관됐지만 이미작년 하반기부터 행사를 준비해 온 디자인재단은 지난 1월 23일에야 대행사를 선정했고, 행사를 불과 한 달여 앞둔 2월 초 참가 디자이너 선정(총 65명) 공고를 내는 등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 대행사 선정된 대홍기획만 DDP 내부 시찰 허용 논란
그러자 서울컬렉션과 제너레이션넥스트(GN)에 참가 신청서를 접수한 디자이너들은 컬렉션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며 볼멘 소리를 냈다. 이 뿐만이 아니다. 80여개 업체가 전시하는 서울패션페어는 물론 시민참여 문화이벤트 같은 크고 작은 부대행사도 원할한 준비에 차질이 불가피 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달았다.
이렇듯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는 와중에 지난주 돌연 대행사 선정에 불공정 의혹이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심사에는 대홍기획을 비롯 SBS컨소시엄, 유니원컨소시엄, 말이나그림컨소시엄 등 4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량 심사와 정성 심사를 거쳐 대홍기획이 최종 선정됐는데, 그 이면에 담합 의혹이 있었다며 탈락 업체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디자인재단 측에 심사 점수 공개를 요구하는 한편, 특별히 대홍기획 관계자만 불러 사전에 DDP 내부 시설물을 시찰하도록 배려한 경위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촉구하고 있다.
공식 오픈 일까지 일반인은 그 누구도 출입할 수 없게 돼있는 DDP 행사장을 대홍기획에만 허용한 것이 특혜 아니냐는 주장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상부 기관인 서울시는 팔짱만 낀 채 ‘강 건너 불구경’ 식이다. 김연아 선수의 편파 판정 논란이 떠오른다며 말을 꺼낸 업계 한 관계자는 “대행사 선정에 불공정 시비를 몰고 온 디자인재단 측도 문제지만 수수방관하고 있는 서울시도 직무유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진행될 디자이너 선정 등 모든 행사 일정에서 공정성을 담보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탈락 업체들은 디자인재단 측의 명확한 답변이 없을 경우, 서울시의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은 것은 물론 법적 조치까지 불사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 말 많은 ‘서울패션위크’ 환골탈태 각오로 새롭게 거듭나야
이 모든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차제에 별도의 민간 주도 조직위원회를 만들어 이곳에서 서울패션위크를 치뤄야 행사 진행이 투명해지고 효율을 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8회째를 이어가며 아시아 최고의 국제영화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부산시에서 예산을 지원하지만 집행위가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자율적으로 행사를 잔행함으로써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시켰다는 평가다.
따라서 서울패션위크 역시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되 50%를 넘지 않도록 해 조직위가 중심이 되는 민간 주도형 고유사업으로 전환해야 미래가 있다는 주장이다. K-팝에 이어 K-패션 시대를 열어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근본부터 재설계 할 때라는 것.
또 하나 서울시(서울패션위크, 텐소울), 산업통상자원부(인디브랜드페어, 글로벌패션육성사업), 문화체육관광부(컨셉코리아, 패션코드) 등으로 분산돼 있는 패션관련 사업을 하나로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디자이너 지원 사업을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지자체할 것 없이 공명심에 사로 잡히지 말고 냉철한 시각으로 사업 방향성의 재정립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디자이너연합회(CFDK)도 대승적 차원에서 패션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예산 지원에만 기대어 자생력을 잃어서도 안되고 “누가 감히 나를 평가한단 말인가”라며 심사를 거부하는 이기적인 모습도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패션 산업이 명실상부한 미래지향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한 축으로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현 기자
whk@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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