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인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브랜드도 세계문화유산처럼 시간과 역사에 의해 만들어진다. |
2001년부터 시작한 브랜드 컨설턴트와 유니타스브랜드의 편집장으로 지내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브랜드에 관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그들로부터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브랜드를 알고 있는 사람이나 브랜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나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은 항상 똑같았다.
“브랜드가 뭡니까?” 이런 본질적인 질문의 의도는 다양하다.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드러내기 위한 사람, 자신이 알고 있는 브랜드의 정의에 대해 확인하고 싶은 사람, 브랜드에 관해 뭔가 새롭게 알고 싶은 사람, 자신도 브랜드에 관해 정의하지 못해 헷갈리는 사람, 나의 의견이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지 확인하여 나를 같은 편(?)이라 생각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정말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 등이다.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 그들의 질문에 솔직히 나는 아직까지 명쾌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궁극적인 방향에 대해서 이렇게 주장했다.
“브랜드는 시대의 유산HERITAGE이다.”
이 글은 브랜드가 가야할 궁극적인 모습인 헤리티지와 헤리티지가 되기 위한 브랜드에 관한 관점의 변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할 것이다. 어찌보면 ‘브랜드’라는 개념의 이해부터 시작할 것 같다.
- 브랜드의 탄생
상품에 관한 사용자들의 만족한 이야기(STORY)가 관계와 시간에 의해서 숙성이 되어 브랜드의 역사HISTORY가 만들어진다. 생산자와 사용자의 오래되고 자랑스러운 이야기HISTORY는 세대를 지나면서 브랜드안에는 HERITAGE(유산, 전통, 문화)가 갖게 된다. 이것이 브랜드의 기원과 완성이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회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 일간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아주 심플하게 정리를 했다. “명품이란 역사다. 브랜드 역사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전 세계 소비자의 마음속에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것은 역사뿐이다.여기에 제품의 독창성과 수준 높은 품질이 더해진 것이 명품이다. 한국 소비자가 사는 명품 브랜드는 상품뿐만 아니라 유럽의 문화를 구매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다.” 그의 말은 너무나 간단 명료하며 이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누구나 알고 있는 명품 제조법을 정리해 본다면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검증된 세 가지 코드만 알면된다. 품질을 대표할 수 있는 정통(MASTER), 브랜드의 이야기와 시간의 경외 감을 만들어 주는 전통(HISTORY), 그리고 시대의 거울이라 할 수 있는 트렌드(TREND)가 그것이다.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코드가 단계별로 성장하는 병렬적 진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처음에는 품질로 신뢰감을, 그 다음은 일관성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인지도와 충성도를, 마지막으로 트렌드를 통해서 시대 정신과 가치를 상징하는 ‘스타일리시한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코드의 횡렬적 조합과 운영을 통 해서 ‘시장을 아우르는 강력한 명품 브랜드’가 된다.
이런 정답에 가까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지금 우리 나라 패션 브랜드가 연구해야 할 것은 100년 브랜드를 연구해서 만든 불로초 공식이 아니다. 이런 명품 브랜드 공식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헤리티지가 되기 위해서 지식이 필요한 것일까? 브랜드가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국가와 역사의 유산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브랜드를 어떻게 경영해야할까? 너무나도 근본적인 질문이다.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이 마케팅이란 궁극적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패션 브랜드가 지금 하고 있는 마케팅을 보면 브랜드 구축이 아니라 매출 촉진에 가깝다. 최근 시장에서 헤리티지 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예전에 팔렸던 상품과 상표를 레메이크하는 브랜드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들의 제품을 살펴보면 과연 그들이 이해하는 헤리티지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프리미엄, 리미티드 혹은 럭셔리라는 말을 식상해서 헤리티지를 쓰는 것 같다. 10년전 혹은 20년전의 자신이 컨셉중에서 그 일부를 복원(?)하여 헤리티지라고 부르는 것은 자기복제와 자기기만일 뿐이다. 그들이 말하는 헤리티지는 복고풍 내지는 업그레이드 수준이다.
그러니깐 프리미엄, 럭셔리, 명품, 헤리티지라는 단어는 ‘판촉 촉진 용어’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말장난일 뿐이다. 헤리티지가 주는 본질적인 의미를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
헤리티지(HERITAGE)는 어근 상으로 'GHE(GO)'라는 개념에서 만들어진 단어다. 그래서 그 의미는 'STATE OF GOING'으로 볼 수 있다. 이 단어의 진짜 의미는 (대대로)물려 받은 것, 전통, (문화적)유산'이라는 뜻이고, '상속 재산, 세습 재산'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헤리티지 라인의 정확한 의미는 전 세대가 물려 주었던 것의 기념이다. 나는 지금 외국어의 어원을 따지면서 잘못쓰고 있는 영어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브랜드를 헤리티지가 있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 단어의 기원을 확인했을 뿐이다.
만약에 브랜드가 개인의 상표가 아니라 국가의 유산이 될 수 있으며, 10년 대박 장사가 아니라 100년을 바라보고 경영을 한다면,(할 수 있다면, 믿고 있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헤리티지 브랜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헤리티지를 만들 수 없지만 100년뒤에 헤리티지 브랜드가 시장에서 넘쳐날 것이다.
다행히 지금 시장에서 20~30년 브랜드도 많아지고 있기에 아마도 제대로 생존하면서 그날까지 브랜드로 존재하고 있다면 우리도 역사가 있는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 이미 우리 나라 패션 브랜드에서는 이미 2와 3세 경영자들이 브랜드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후계자들은 경영의 연장선에서 일하고 있을뿐, 브랜드의 헤리티지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과연 헤리티지는 해외 명품 브랜드만이 누릴 수 있는 역사의 특권일까? 모든 성인에게는 과거가 있듯이 모든 죄인에게는 미래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현제의 럭셔리 브랜드에도 과거가 있다. 그들의 기원을 살펴보자.
루이비통의 창업자인 루이비통은 이삿짐 센터 직원이었다. 현재 루이비통의 회장인 이브 카르셀은 첫 직장에서 수건과 살충체를 팔던 영업사원이었다. 에르메스의 창업자 티에리 에르메스는 말 장식품을 파는 상인이었다. 샤넬의 창업자 코코 샤넬은 아버지가 버린 고아였고 술집 가수였다. 몽블랑 창업자중 한 명인 클라우스 요하네스포스는 문방구 주인이었다. 영국 트래디셔널 캐주얼의 상징인 폴로의 창업자 랄프 로렌은 영국사람이 아니라 유대인이다.
헤리티지가 된 대부분의 명품이 처음에는 다 이렇게 시작했다. 지금의 명품은 시간이 많들어낸(숙성으로 완성된)걸작품이다. 무엇보다도 브랜드는 브랜드가 브랜드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되었다고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오래된 상표는 두가지의 길로 결정이 되는데 하나는 쓰레기이고 또 하나가 브랜드다. 예를들어 150년된 루이비통 백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에 팔릴 것 같은가? 같은 해에 만들어진 알지못하는 유리타백이 있다면 얼마에 팔릴 것 같은가? 시간이 지날수록 브랜드가 브랜드가 되려면 처음에 브랜드에 관해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고양이 새끼나 호랑이 쌔끼가 처음에는 야옹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것처럼 브랜드 유전인자의 첫 설계가 중요하다.
권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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