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험 믿고 외형 키우기보다 체계적 관리 우선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철저한 수익관리를 통한 ‘효율 경영’이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 내수시장이 본격적인 성숙기로 접어들고,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국내외 SPA가 지방 상권까지 진출하면서 재고 소진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과거 성장기 방식대로 유통망과 물량으로 떨어지는 외형을 맞추려고 한 탓에 상당수 기업은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으로 무장한 경영자들이 떠오르고 있다. 성장기에는 감성(感性)을 바탕으로 자신있게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사람이 우선시 됐다면, 성수기에는 최적의 재고를 기획해 이익을 최대화 시킬 수 있는 이성(理性)이 강한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경영자는 한준석 지오다노코리아 사장, 이춘수 신성통상 사장, 김석주 지엔코 사장, 김성민 제이앤지코리아 사장 등이다.
한준석 사장은 2000년대 5~6년의 혹독한 구조조정기를 거쳐 최근 다시 캐주얼 마켓의 리딩 기업으로 올라서며 최고의 전문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오다노코리아는 최근 본지가 발표한 ‘지속성장 50대 기업’에서 수익율 부문에서 17위에 오르는 등 탁월한 성과를 나타냈다.
이춘수 사장은 지난 4년간 신성통상이 매년 두 자릿수 이익율을 나타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에이션패션까지 맡아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신성통상은 지난해 200억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에이션패션은 50여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과 CFO 출신인 김석주 사장은 특유의 관리력을 앞세워 취임 3년만인 2010년부터 오랜 부실을 털어내고 적지않은 이익을 내고 있다. 지엔코도 50대 선도기업 가운데 이익률 19위를 기록했다.
김성민 사장은 2009년 창업 이후 5년만에 50대 선도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감성에 이어 이성도 우수한 오너 경영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제이앤지코리아는 기업의 면역 역량(Immunity)에서 11위에 랭크돼 향후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성장기 방식의 ‘외형 키우기’로는 생존 어려워
경영 컨설턴트 윤태규 MPI 이사는 “전반적인 시장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기업의 포토폴리오를 짜야 한다. 특히 ‘유니클로’ ‘자라’ ‘데상트’ 등 관리 능력이 우수한 글로벌 기업들이 영향력을 확대함에 따라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경영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더욱이 유통망과 물량에 의존해 ‘외형 키우기’로 일관했던 사람들에게는 책임 추궁이 뒤따랐으며, 지난 연말에는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다.
한 중견기업 경영자는 “재고 하나만 보더라도 매출에 도움이 되는 재고와 할인을 해도 안 팔리는 악성 재고로 나눠진다. 관리자는 이에 대해 사전에 판단해야 하고, 상품 설계에서부터 수량, 소싱, 물류, 재고처리, 재무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성장기에는 영업이나 소싱 등 어느 한 부문에만 특화된 사람도 가능했지만, 성숙기 시대에는 각 분야별, 과정별 사업의 본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영자는 “사실 기획 단계에서 어떤 상품이 잘 팔릴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만들면 팔리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기획해서는 안 된다. 성장기에는 시장만 잘 선택하면 아마추어와 프로가 비슷하게 평가받지만 성숙기에는 실력이 확연하게 드러나 옥석(玉石)이 가려진다”며 시대에 따른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인선 과정과 평가 방법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중소기업 오너들은 인맥에 의존하고 있어 오너의 개인적 성향이 절대적인 판담 기준이다.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검증 툴부터 갖춰야 한다. 지연과 학연은 물론 백화점과 대기업 등 과거 출신으로 평가하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며 인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재무 전문가를 영입해 경영 효율을 높이는 방안과 대기업이 가진 시스템에 전문가의 감성을 더한 시스템도 성숙기 시대 필요한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시스템에 석정혜 디자이너의 감성을 더한 ‘쿠론’의 성공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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