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편집숍이 수익성을 보증하는 볼륨화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쿤 위드 어 뷰』 강남점 |
국내 브랜드도 아이덴티티 확실하다면 직매입 OK
백화점 편집숍이 진화하고 있다. 그간 다양성을 원하는 소비자 니즈에 맞춰 편집숍을 시도해온 백화점은 이제 한발 더 나아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새로운 수익 모델로 만들어가고 있다.
◇ 百 편집숍, 볼륨화 시동
지난달 29일,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4층 여성복 조닝에는 이색적인 매장이 등장했다. 매장 2개를 합친 것보다 큰 109㎡ 규모의 공간에는 톡톡 튀는 스트리트 감성의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들어차 젊은 소비자의 발길을 유혹했다.
구분된 각각의 섹션은 천장의 검은색 파이프가 둥글게 얽혀 서로를 연결해 마치 미래 도시를 연상케 한다.
이 매장은 수입 브랜드 편집숍 『쿤 위드 어 뷰』의 세 번째 매장이다. 2011년 편집숍 1세대 『쿤』을 인수한 AK플라자가 대중의 입맛에 맞춰 만든 편집매장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수입 브랜드가 아닌 내셔널 여성복 브랜드 한 가운데 자리를 잡은 것일까.
백화점 관계자는 “엘리베이터 옆, 동선이 가장 좋은 자리에 이만한 규모의 자리를 내어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 시즌 비슷한 인테리어와 상품을 답습하고 있는 여성복 조닝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일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는 편집숍이 내셔널 브랜드 사이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볼륨화 모델로 성장해왔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그간 백화점이 편집숍을 도입하기는 했으나 가격 경쟁력에 부딪히다보니 실질 매출을 올리기보다는 보여주기식의 구색 MD용으로 활용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부담 적은 가격대로 승부수
백화점은 ‘편집숍이 비싸다’는 편견을 벗어던지며 볼륨화 모델로 한발 다가서고 있다.
『쿤 위드 어 뷰』는 100만원대 상품도 있지만 20~30만원대 상품이 주를 이룬다. 재킷 하나에 20~50만원 하는 주변 여성복 브랜드와 비교해봐도 승산이 있는 가격대인 셈이다. 『쿤 위드 어뷰』는 이미 수익성에 대해서도 인정을 받았다. 이 편집숍은 서울 가로수길에서 모체인 『쿤』의 월평균 매출인 2억원의 배가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또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편집숍 『코스』를 선보여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블라우스, 니트의 경우 4만9000~9만90000원, 재킷은 7만9000~10만원대에 불과하다. 또 시즌별로 기획상품을 마련해 매출 볼륨화를 도모하기도 한다. 지난해 겨울에는 8만9000원짜리 코트를 출시 2개 점포에서 1000장 가까이 판매했으며, 올 봄에는 구슬 블라우스를 3만7000원에 내놓아 4개 점포에서 5000장을 소진했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코스』는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5개 점포를 확보했으며 롯데백화점 자주 편집숍 사상 최단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직매입에 뛰어든 백화점
백화점은 합리적인 가격대를 구사하기 위해 점차 직매입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직매입은 재고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3~4배의 마진율을 보장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은 편이다. 이는 더 이상 신규 점포가 어렵고 노후화된 콘텐츠로 소비자가 백화점을 이탈하고 있는 현재의 위기 상황과도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직매입의 수익성을 검증한 뒤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내년부터 자체 편집숍인 『코스』와 『아카이브』의 직매입 비중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이미 내년 S/S 시즌 바잉을 완료한 상태며 기존보다 30~50% 가량 직매입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종견 롯데백화점 MD 전략담당 PB 팀장은 “위기의식을 느낀 백화점이 차별화 콘텐츠를 갖추기 위해 직매입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며 “롯데백화점은 직매입 외에도 콘텐츠의 차별성과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제3의 거래형태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그랜드 오픈에 맞춰 직매입 편집숍인 『PH3.0』을 선보였다.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편집숍인 『PH3.0』은 2030 젊은층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내년부터 점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정준영 현대백화점 바이어는 “수수료 매입으로 운영하던 『데님바』를 2년 전부터 직매입으로 전환 운영한 결과 수익성이 10% 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경험이 바탕이 돼 『PH3.0』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백화점 자체가 직매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3개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 1년에 75억원 가량을 투자해주는가 하면 미처 소진하지 못한 재고를 직원 대상 판매나 아울렛, 해외 명품대전을 통해 털어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직매입에 대해 이해를 못하던 동료 직원들 또한 중요성에 대해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백화점의 변화를 반기는 추세다.
한 전문가는 “국내 백화점은 특정 매입 즉 수수료 매입이라는 기이한 구조를 너무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그 결과 소비자를 잃고 한계에 봉착했다”며 “직매입을 통해 스스로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 파악하고 확보한 물건을 다 팔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면 백화점은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은시내 기자
cesn@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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