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부터 국내 경제에 검게 드리워진 채 걷힐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불황의 먹구름. 이제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아 10년 장기 불황의 나락으로 빠져드는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지금, 전국 노면상권의 거품이 빠지는데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불황 초기에는 ‘위기가 기회’ ‘이럴 때일수록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쳐야 한다’고 외치며 매장 확보를 위해 달려나갔던 사람들도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불황에는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경쟁적으로 해주던 고마진, 시설 지원, 매출 보장 등의 거품 영업이 없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주요 브랜드 본부장과 영엄 담당 부서장, 그리고 점주들 역시 전국 상권 상권에서 50% 가까이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또다른 형태로 과열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노면 상권의 과열 경쟁, 그 현주소를 알아본다.
전국적으로 과열양상을 보이던 가두상권의 열기가 한풀 꺾였다. 장기간 불황의 여파로 매출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신규 투자 기피로 신규 브랜드도 예년처럼 런칭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최고 상권이라는 서울 명동의 한 점주는, “아무리 비수기라고 하지만 지난 8월 명동 상권은 전국 최고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매출이 떨어졌다. 월매출이 2억 넘는 매장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라고 상황을 설명한다.
명동은 올 봄만 해도 2억원이 넘는 매장이 10여 개는 되었고, 많게는 3억원을 넘어서는 매장도 나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월매출 3억원이 넘는 매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전 은행동, 광주 충장로 등 지방 대도시도 마찬가지. 월 1억원을 넘는 매장이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들도 중소도시 지역 상권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부평, 평택, 군산 등 지방 상권은 이미 매출이 50% 가까이 떨어졌다는 게 점주들의 전언.
불경기 속에서도 일부 잘 나가는 브랜드의 매출은 오르고 있지만 절대 다수는 매출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상권의 분산과 공급 과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노면상권 침체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핵심상권에서 과열경쟁의 산물로 나타났던 매출 보장, 시설 지원, 고마진 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경기 때는 광고 효과를 노려 무리를 해서라도 지원했지만 지금은 생존이 달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것.
김영관 지엔코 이사는, “전국 상권을 분석해 봤을 때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만으로는 50% 가까이 거품이 사그라들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러나 상권별로 핵심 20∼30개 매장은 입점 희망 브랜드가 줄지 않아 또 다른 형태의 ‘과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상황을 전한다.
그래도 거품은 존재한다
청주에서 A급지에 속하는 한 매장의 경우 최근 보증금 5억원에 권리금 5억원 등 모두 1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매장을 오픈했다. 여기에 월세 1천200만원과 판매사원 인건비, 관리비용을 모두 합치면 적어도 월 4천만원의 운영비가 소요된다. 따라서 35%의 마진율을 기준으로 봤을 때 월 1억2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손익분기점을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청주상권에서 1억 매출을 올리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 이런 까닭에 이 점포는 패션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사실상 매장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매출이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점포 보증금이나 권리금은 크게 내리지 않고 있다. 특히 A급 점포의 경우 오히려 더 오르는 추세다. 따라서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브랜드 본사의 지원 없이는 매장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국 주요 상권 점주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상황은 이런데도 건물주는 ‘장사할 사람은 많으니 답답할 것 없다’는 입장.
그도 그럴 것이 건물주 입장에서는 의류 매장은 물론이거니와 굳이 의류 매장이 아니더라도 A급지라면 임대를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 있는 마당에 이런저런 사정을 봐줄리 없는 것이다.
매출하락이 전반적인 상권의 거품을 걷는 데 일조했다면, 반대로 그래도 매출이 잘 나오는 주요 점들에 대한 입점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브랜드의 경우 마케팅 차원에서라도 핵심상권의 진입은 필수다. 때문에 한 달에 수천만 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라도 중심상권의 매장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대리점주 입장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를 말만 믿고 유치했다간 크게 낭패보기 십상이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안전장치’를 요구하는 것이다.
신규 브랜드의 시장 진입 요구와 대리점주간 이해득실이 맞아떨어지기에 서로가 가능한 것이다.
신규 브랜드가 런칭 초반 붐을 일으키지 못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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