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플레이어가 리테일 시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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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디지털 취급 업체들 패션 브랜드 도입 앞장

2012-05-04 오후 3:49:23

문구·디지털 취급 업체들 패션 브랜드 도입
해외 네트워킹 유리한 무역 기업들 속속 출사표


패션 피플 사이에서 가장 ‘핫’한 가방 브랜드로 꼽히는 「백스바르셀로나」의 국내 전개사인 ‘더네이처컴퍼니’는 식품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나라통상’이 모기업이다.


나라통상은 17년 이상 미국 다이아몬드사와 파트너 관계를 맺어온 기업으로 해외 견과류와 건과류 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오며 식품 무역에서는 손 꼽히는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 창업자인 허성길 회장의 2세 허재영 대표가 일선에 합류하면서 나라통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나라통상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더네이처컴퍼니’를 설립했다. 지난 2010년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던 허 대표가 스페인 식품 전시회에 참관했을 당시 현지 파트너를 통해 「백스바르셀로나」를 접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브랜드 전개에 나서게 된 것이다. 우연치 않게 찾아온 기회가 패션 시장의 가치를 알아 본 허 대표의 젊은 경영 마인드와 맞물려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 더네이처컴퍼니는 현재 프랑스 스니커즈 브랜드 「페이유에」도 시장에 안착시키며 빠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허 대표는 “평소 패션 시장에 관심이 많아 스페인 출장길에 우연히 「백스바르셀로나」를 소개받게 되었을 때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우리가 가진 기존의 무역 인프라를 바탕으로 소수의 전문 인력으로 사업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 진출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근 크게 활성화하고 있는 국내 리테일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속속 가세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나라통상처럼 기존 패션을 주종목으로 다루지 않던 기업들의 패션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원숍원 브랜드’ 체제가 익숙했던 국내 유통 구조의 한계로 수입 브랜드 도입은 엄두도 못 냈던 과거와 달리 리테일 시장의 포문이 열리면서 패션 기업뿐 아니라 몇몇 비패션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패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문구류와 디지털 제품을 취급하던 업체와 무역 전문 기업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은 기존 사업 포맷에서 얻은 인프라와 소비자 성향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패션과 소비자층 같아 유리
디자인 문구와 디지털 기기를 유통, 판매하는 업체들은 패션 아이템으로 콘텐츠를 확장하는데 비교적 유리한 입장인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문구·리빙·디자인 소품과 IT주변기기 및 액세서리 등 패션과 인


한 상품군을 취급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사업에 적용해왔다.


따라서 주요 타깃층이 패션 브랜드와 거의 유사하다는 이점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킬만한 콘텐츠로서 패션 아이템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기존 사업 플랫폼을 유통과 콘텐츠 측면의 패션 비즈니스로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1300K’와 ‘mmmg’, ‘텐바이텐’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모두 문구류 전문 온라인 쇼핑몰로 출발해 사업 영역을 확대한 케이스다.


생활 디자인 대표 기업 1300K는 최근 키치 감성의 영국 캐주얼 브랜드 「레이지오프」를 국내 독점 론칭하며 패션 홀세일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mmmg도 스위스 재활용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을 국내 유통하며 패션 브랜드 전개 사업에 발을 들였다.


특히 mmmg는 이태원 매장 2층에 국내 최초 「프라이탁」 단독 매장을 선보일 정도로 쇼룸 사업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텐바이텐은 신진 디자이너 육성에 적극적이다.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의 의류, 잡화 브랜드와 콜래보레이션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편집숍 ‘29cm’를 운영하면서 디자이너 패션 분야 활성화에 한 몫 하고 있다.



디지털 제품을 취급하다 패션의 영역까지 발을 들인 사례도 적지 않다.
‘카이젠트레이딩컴퍼니’의 한국인 대표는 애플 기기 관련 사업에 종사하다가 자연스럽게 IT 주변기기와 액세서리 용품을 접하게 되었다. IT 분야에서 패션 아이템의 가능성을 엿본 한 대표는 2010년 프랑스 랩탑 가방 및 IT 액세서리 브랜드 「꼬떼씨엘」을 론칭하며 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2009년 가전제품과 MP3 주변기기 유통 회사로 출발한 이도컴퍼니는 IT 분야의 성장 가능성만큼 그에 따른 전용 액세서리의 수요도 증가할 것을 예측해 브랜드 도입을 시작했다. 현재 노트북, 카메라 가방으로 유명한 「부크」와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시나리오」 등을 멀티숍 위주로 공급하면서 패션 시장에서의 유통 사업도 원활히 전개하고 있다.    


네트워크 통해 자연스럽게 기회 생겨
무역 전문 회사들이 패션 사업을 시작한 계기에는 ‘해외 네트워크’가 주효했다. 거래하고 있는 국가의 파트너들과 친분을 쌓게 되면서 인맥을 통해 자연스럽게 현지 패션 브랜드들을 소개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 무역회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이머징마켓으로 떠오른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대 놓고 한국 디스트리뷰터를 찾는 해외 브랜드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국내 트레이딩 관계자 중 이 같은 러브콜을 받지 않은 사람도 드물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부분의 무역 회사들도 이 같은 제안이 나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사업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여기에 유통하는 아이템만 달라진다는 차원에서 보면 큰 위험 부담 없이 사업을 다각화 하기에 좋은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국내 리테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본 많은 무역 전문 회사들이 패션 브랜드 전개에 나서고 있고 오랜 트레이딩 사업으로 구축했던 실무 경험을 앞세워 시장에서 선전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일모스트릿, 에이랜드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리테일숍에 입점한 스웨덴 슈즈 브랜드인 「그램」의 국내 공식 수입원인 킵스코는 패션 브랜드 디스트리뷰션을 위해 지난해 사업부를 확대 편성했다. 페트병의 원료인 페트칩을 수출하는 화학 트레이딩 회사지만 패션 시장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디스트리뷰션을 위해 전문 인력을 투입한 것이다. 킵스코의 유상훈 팀장은 “무역업을 하다 보니 중남미, 아프리카 등 거대 홀세일 비즈니스 기업들로부터 오퍼를 받는 일이 종종 있어 자연스럽게 신발 수입부터 시작하게 되었다”며“브랜드 디스트리뷰션은 기존 우리 업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사업을 다각화 하기에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램」을 통해 본격적으로 패션 시장에 뛰어든 킵스코는 올해 독일 아동용 가방 브랜드 「에르고」의 시판을 앞두고 있으며 추후 패션 브랜드 국내 유통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욕구를 포착하고 사업의 기회로 만드는데 발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존 패션·유통 기업이 관행과 구조적인 문제로 변화에 더딘 반면 오히려 비패션 분야의 기업들이 리테일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리테일 시장이 3~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활성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세한 신 플레이어들의 활약이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데 좋은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패션의 수용 영역이 점차 라이프 스타일까지 확대되어 특색 있는 후발 주자들의 패션 시장 진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창우 29cm 대표


“스토리가 있는 브랜딩 도울 것”
‘29cm‘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텐바이텐 대표이사로 재직할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물론 텐바이텐에도 패션을 취급하는 카테고리가 있지만 이는 판매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브랜드에 담긴 ‘스토리’를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단순히 아이템 ‘몇 개’를 팔았냐에 집중하는 판매상이 아닌 브랜드에 명확한 자기 색깔을 불어넣고자 하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텐바이텐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문구 쇼핑몰로 시작한 텐바이텐의 사업 확대에 있어 가장 큰 관건은 ‘다양함’이었다. 고객들이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찾아 얻어갈 수 있도록 전 분야의 다양한 아이템을 구비해 놓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29cm는 ‘차별화’가 키워드다. ‘멋지고 착하고 엉뚱한 것들을 고객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다르게’라는 우리의 캐치프레이즈처럼 확실한 콘셉과 제대로 된 브랜딩 욕심을 가진 브랜드가 맘껏 이야기를 펼 칠 수 있는 곳이 바로 29cm다.


기존 사업과 달라 겪게 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브랜드를 어떻게 차별화해 소개할까’를 고민하다 우선 온라인 홈페이지부터 색다르게 꾸며보자고 생각했다. 일반 쇼핑몰들이 아이템별 카테고리를 전면에 내세우는 반면 우리는 브랜드 이름이 바로 보이도록 구성했다.
또한 ‘멋진 것’, ‘착한 것’, ‘엉뚱한 것’이란 테마에 따라 브랜드를 집중 소개하는 섹션도 마련돼 있다. 그렇다 보니 처음 홈페이지를 방문한 고객들은 난감해하거나 심지어 어렵다는 반응도 보이더라(웃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쇼핑몰과 달리 ‘색다른 놀이 공간’으로 즐길 수 있어 더 재밌다고 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앞으로의 계획은?
6월 중으로 쇼룸을 오픈할 예정이다. 사실 현재 진행상황에선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동안 29cm가 보여줬던 ‘특별함’을 그대로 담은 쇼룸이 될 거라는 것이다. 다양한 제품이 보기 좋게 진열된 일반 쇼룸과 달리 우리는 상품보다 디자이너들의 영감을 보여주고자 한다. 아티스트의 작업 과정에서 그들이 영감을 받은 대상을 그림, 구조물들로 표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선보일 것이다.



유상훈 킵스코 패션사업부 팀장


“무역 인프라 업고 패션 유통도 자신”
패션 사업을 하기 전 어떤 일을 했나?
킵스코에 오기 전에도 무역업에 종사했다. 대형 트레이딩 기업에 근무하다 8년 전 멀티숍 사업을 전개하면서 본격적으로 패션 시장에 발을 들였다.
무역 회사에서 쌓은 경험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수입 브랜드를 도입해 8개 대리점을 내며 사업을 확장시키던 중 「그램」이란 브랜드를 접하게 되었고 당시 패션 분야에 관심을 보이던 킵스코에서 같이 일해 보자는 제안을 해 패션사업부 전문 인력으로 투입되었다.


킵스코가 패션 사업에 진출한 계기는?
무역업의 특성상 해외 파트너들과 잦은 접촉으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업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중남미, 아프리카의 홀세일 브랜드 업체로부터 오퍼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패션 리테일 시장이 활성화되는 시기에 좋은 브랜드를 수입해 멀티숍 입점 위주로 유통하면 어렵지 않게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김홍근 부사장을 필두로 나를 포함해 브랜드 론칭 및 유통 경험이 있는 몇몇 전문 인력들이 모여 패션 사업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사업 철학이 있다면?
첫 번째는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을 것’이다. 수익을 내는데 집중하느라 자칫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경우를 종종 본 적이 있다. 그러나 판매에 앞서 수입 상품을 국내에 도입하는데 가장 고려해야 할 부분은 제대로 된 브랜딩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두 번째는 ‘안 팔리는 브랜드는 없다’이다. 어떤 브랜드의 어떤 제품이든 간에 분명 만들어진 목적이 있고 디자이너의 의도와 소신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내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소신을 가지고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향후 계획은?
현재 「그램」은 대형 패션 스토어와 개인형셀렉숍 등 다양한 유통망을 확보한 상태다. 국내 시장에 북유럽 감성의 스니커즈 브랜드가 드물다보니 독특한 신발을 찾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올 6월부터는 독일의 하이엔드급 아동 가방 「에르고」를 소품 멀티숍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또한 스웨덴 시계 브랜드 전개도 앞두고 있으며 추후 더 많은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할 계획이다.



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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