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이란 뭘까? 백과사전에서는 쇼핑을 생활필수품이나 상품을 사는 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상품을 사는 일이라고 하기에 요즘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은 한층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요즘 소비자들에게 쇼핑은 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이라기 보다 차라리 하나의 즐길거리다. 새로 생긴 편집매장을 둘러보고 외국에서만 보던 브랜드의 옷을 직접 입어본다. 옷 구경하다 지치면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패션 스타일을 훔쳐보면서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이 뭔지 점쳐보기도 한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쇼핑 패턴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셀렉트 숍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다양한 패션 아이템 외에 문화 콘텐츠를 매장에 접목시킴으로써 고객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플랫폼 플레이스, 매그앤매그, 라빠레뜨 등 셀렉트 숍과 커스텀멜로우, 에잇세컨즈 등 브랜드는 매장 안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수만 가지의 패션 아이템만큼이나 다채로운 이들 브랜드의 문화 콘텐츠를 들여다 본다.

매장 안에 갤러리가?
에잇세컨즈 크리에이티브 워크숍
제일모직(대표 박종우)이 야심차게 선보이는 한국형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모든 매장을 쇼핑 뿐만 아니라 ‘패션과 예술이 조우’하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에잇세컨즈」 관계자는 “패션은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듯 예술도 마찬가지”라며 “「에잇세컨즈」의 옷과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내는 예술의 조합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패션과 예술의 창의성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에잇세컨즈」는 지난달 23일 오픈한 가로수길 1호점 매장을 마치 갤러리처럼 꾸며 패션과 예술 작품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만들었다.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상설 갤러리는 물론 파티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해 단순 옷가게가 아닌 하나의 문화 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다.
특히 오픈 당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에잇세컨즈 크리에이티브 워크숍’이라는 테마의 전시회는 아티스트와의 콜래보레이션으로 눈길을 끈다. 총 14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크리에이티브 워크숍은 패션과 예술의 장벽을 허물기 위한 작은 시도로, 매장 곳곳에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전시하여 고객들에게 쇼핑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4층에 마련된 상설 갤러리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갤러리에서는 작품 감상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마음에 드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골라 티셔츠로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개별 아티스트들의 시그니처 캐릭터나 작품 중 일부를 디지털화해서 직접 디자인할 수 있는 캔버스 기계가 바로 그것. 터치 스크린 위에 손가락을 이용해 디자인을 선택하고 위치나 크기를 조정해 ‘OK’버튼만 누르면 세상에 딱 하나뿐인 나만의 티셔츠가 즉석에서 프린트되어 나온다.
5층에는 파티나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오픈 당일에는 비주얼 아티스트 룸펜스의 영상이 공간 전체를 가득 메운 가운데 자정까지 디제잉 파티가 열렸다. 한쪽에는 오중석 사진작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포토 갤러리가 마련되어 많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에잇세컨즈」는 ‘패션과 예술의 조우’를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아티스트들과의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회화,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조형과 공간, 스트리트 그래피티, 비디오 아트와 뉴미디어, 음악,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아티스트과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예술과 패션을 아우르는 창의적인 시도를 선보이겠다는 의도다.

무료로 전시 공간을 빌려드립니다
플랫폼 플레이스 629 프로젝트
「프레드페리」와 「라코스테」 「디젤」 「고메」 등 해외 슈즈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플랫폼(대표 장철호)은 지난 2009년 편집매장 플랫폼 플레이스 도산공원점을 오픈하면서 쇼핑과 문화를 접목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플랫폼 플레이스는 각각의 브랜드 본연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려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종의 콘셉 스토어다. 매 시즌 스니커즈, 스트리트 웨어, 가방, 양말, 향수, 헤드폰 등 재미있고 유니크한 브랜드를 다양하게 선보임으로써 플랫폼 플레이스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플랫폼 플레이스가 여타 ‘패션과 문화의 공존’을 주장하는 편집매장과 다른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섣부르게 판단하기는 이르다.
플랫폼 플레이스는 ‘플랫폼 플레이스 629’라는 프로그램을 실시함으로써 정기적으로 아티스트들을 후원하고 있다.
2010년 6월 처음 시작된 ‘플랫폼 플레이스 629’는 매년 6명의 아티스트(혹은 그룹)를 선정해 2주 동안 하루 9시간씩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 선정되면 전시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시 지원금 150만원도 받을 수 있어 아티스트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전시 방법도 간단하다. 도산공원점 1층 매장 내부 벽면과 2층, 그 밖에 매장 내·외부의 빈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어떠한 종류의 설치도 가능하다. 전시 기간은 2주로 명시되어 있지만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어 신인 아티스트들에게 인기가 높다.
지금까지 플랫폼 플레이스에서 전시를 한 아티스트는 총 9명으로 지난 2010년 6월 29일 신주영 작가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한 신 작가는 “편집매장에서 전시회를 한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면서 “도산공원의 한적한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져 주변의 반응도 좋았다”고 말했다.
전시회는 조소, 드로잉에서부터 출판 과정 프리젠테이션, 공간의 섹션화를 통한 비디오, 조각, 사진 작업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플랫폼 플레이스 관계자는 “플랫폼 플레이스 629는 아티스트에게는 전시 기회와 공간을 마련해주고 일반 소비자에게는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와 교류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장치”라며 “2012년 하반기부터는 플랫폼 플레이스 홍대점 2층에서도 전시회나 공연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쇼핑과 문화 강좌를 한 곳에서
「라빠레뜨」 커먼플레이스
지난해 12월 17일 명동 한복판에는 때아닌 백마(白馬)가 나타나 일대 소란이 일었다.
보끄레머천다이징(회장 이만중)이 전개하는 셀렉트 숍 브랜드 「라빠레뜨」이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에 앞서 시그니처 캐릭터인 말을 실제로 명동 한복판에 등장시킨 것이다. 명동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은 도심 한가운데를 유유히 활보하는 말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말을 등장시킴으로써 이슈몰이에 성공한 「라빠레뜨」는 같은 달 22일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면서 또 한번 화제를 몰고 왔다.
그 동안 소규모 매장만 운영하던 것에서 벗어나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상 4층짜리 대형 건물로 「라빠레뜨」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층과 2층은 가방 뿐만 아니라 의류, 화장품 등 여러 종류의 상품이 어우러진 편집매장으로 꾸며졌다. 3층에는 고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카페를, 4층에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가능한 작은 공연장이 들어섰다. 오픈 당일 4층 공연장에서는 가수 장재인과 박소윤의 공연이 열려 명동을 찾은 해외 관광객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기도 했다.
「라빠레뜨」는 3층과 4층을 합쳐 ‘커먼플레이스’라고 이름 붙였다. 커먼플레이스는 아트컴퍼니 바삭이 운영하고 「라빠레뜨」가 후원하는 것으로, 매달 공연, 전시, 문화강좌, 저자 낭독회, 캠페인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아트 플랫폼을 지칭한다.
커먼플레이스에서는 인디밴드 콘서트, 업사이클링 강좌, 공정무역토크 등 다채로운 커리큘럼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달에는 화이트데이를 맞아 슈가크래프트 컵케이크 강좌가 열린다. 슈가크래프트란 영국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기법으로, 설탕을 기본으로 케이크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장식하는 공예를 말한다.
또한 오는 15일에는 서민경제전문가 선대인의 강연, 24일에는 히말라야 커피 농부들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상영 등이 예정되어 있다.
「라빠레뜨」 관계자는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4층 문화공간과 3층 카페를 활용해 다양한 공연과 강좌, 전시회 등을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현재 인디밴드 공연과 신인 작가들의 작품 전시 등을 기획 중으로, 문화 콘텐츠를 통해 끊임없이 고객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들만의 리그-영 젠틀맨 소사이어티
커스텀멜로우 H스토어
‘의류 매장은 단순히 옷을 파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효용성을 가져야 한다’
남성 캐릭터 캐주얼 「커스텀멜로우」는 이같은 브랜드 철학을 반영해 지난해 9월 홍대 앞에 ‘H 스토어’를 오픈했다.
처음 홍대 앞에 「커스텀멜로우」 매장이 생긴다고 했을 때 업계 관계자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홍대 앞은 상권의 특성상 브랜드 매장이 정착하기 어려운데 과연 「커스텀멜로우」가 어떤 매장을 오픈할 지 궁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를 뒤집기라도 하듯 「커스텀멜로우」는 판매 보다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콘셉을 강조한 매장 ‘H 스토어’를 공개했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구성된 H스토어는 영 젠틀맨을 위한 클래식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이 공존하는 콘셉 스토어를 표방한다. 패션에 국한되지 않고 영 젠틀맨의 라이프 스타일에 부합하는 다양한 아이템을 제안하여 기존 매장에서는 볼 수 없는 유니크함을 전달하겠다는 것.
지상 1층은 의류를 비롯해 디자인 문구, 향수, 바이크 등이 구성되어 있어 「커스텀멜로우」의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는 콘셉추얼한 공간으로 기획했다. H스토어의 메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 1층은 상설 전시와 미니 공연이 이루어지는 트랜스 홈 형태의 멀티 쇼핑 장소다.
지난해 9월 1일 오픈 당일에는 「커스텀멜로우」가 지속적으로 후원해 오던 ‘Boy, myself’ 프로젝트의 전시회가 열렸다. ‘Boy, myself’는 ‘소년’이라는 단어가 가진 순수, 반항, 미완성의 이미지를 주제로 11명의 아티스트가 각자의 방식으로 전하는 감성 스토리 프로젝트로, 「커스텀멜로우」는 10대의 감수성을 잊지 않은 20~30대 남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살려 이 프로젝트를 서포트해왔다.
10월과 11월에는 총 3차례에 걸쳐 인디 뮤지션의 어쿠스틱한 감성을 담은 미니 콘서트를 열어 소비자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갔다. ‘어쿠스틱 씨어터 H’라는 이름의 미니 콘서트는 노리플라이, 데이브레이크, 칵스 등 탄탄한 연주력과 섬세한 감성으로 인디 밴드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하여 그들만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했다.
12월에는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후원하는 취지의 ‘청춘만감 플리마켓’을 열어 20~30대 남성 고객은 물론 여성 고객들로부터도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종훈 브랜드 매니저는 “H 스토어는 「커스텀멜로우」의 문화적 DNA를 발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브랜드는 물론 20대의 감성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만나는 곳
매그앤매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마 기쁨과 놀라움이 더해져 보통 때의 2배 이상으로 기분이 좋을 것이다.
매그앤매그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그런 곳이다. 그저 다양한 상품이 있는 편집매장이라고 생각하고 매장 안에 들어서는 고객들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준다.
지난달 9일 오픈한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평범한 패션 편집매장을 넘어 다양한 문화 요소를 더해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고객들에게 새로움을 전달하는 것을 추구한다.
패션 의류와 액세서리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찾기 힘든 아트 매거진, 음반 등 감각적인 라이프 스타일 제품과 소비자가 직접 부품을 선택하고 조립하는 리퍼블릭 픽시 바이크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와 국내외 희소가치가 높은 유니크한 아이템을 한 자리에 모아 단순히 쇼핑을 위한 장소가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콘셉을 강조하고 있다.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가 선사하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 그 첫 번째는 오픈 당일 있었던 미니 공연이다. 매그앤매그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기도 했던 미니 공연은 매장 3층 미러 룸에서 진행됐다. 가수 장재인은 밖을 내다볼 수 없는 미러 룸 안에 앉아 조곤조곤 읊조리듯 노래를 불렀고, 관객들은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밤이 깊어지면서 공연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열정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DJ소울스케이프, DJ 진무 등이 멤버로 있는 360사운즈가 등장하면서 매장이 아예 클럽으로 탈바꿈한 것.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한 고객은 “쇼핑하러 들어왔는데 우연히 미니 콘서트도 보고 신나는 디제잉 파티도 즐겼다”면서 “매장 인테리어도 편집매장이라기 보다는 홍대 앞의 잘나가는 라운지 같은 느낌이라 더욱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양 패션부문에서 운영하는 멀티 셀렉트 숍 매그앤매그는 온라인에서 론칭해 작년 2월에 가로수길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가로수길 매장도 보통 편집매장과는 확연히 다른 콘셉이다. 1층은 팝업 스토어와 갤러리 등을 열어 유동적으로 구성을 바꾸고 메인 매장인 지하 1층에는 ‘매그봇’이라는 로봇이 매장 안을 왔다갔다하는 등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매그앤매그 관계자는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자기만의 고유함을 잃지 않으려는 요즘 소비자들의 성향과 단순한 쇼핑이 아닌 복합 문화공간을 추구하는 매그앤매그의 콘셉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명동은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만큼 쇼핑 관광 명소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콘텐츠를 적극 개발해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한지형 기자
hj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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