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통가를 떠들썩하게 하는 이슈는 단연 공정거래위원회와 백화점 빅3의 수수료율을 둘러싼 신경전이다.
요지는 공정위는 영업이익의 일정부분(5~10%)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수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고, 유통업체들은 일정 부분 내리긴 하겠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공정위가 이래라 저래라 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화점 영업이익은 거의 100% 수수료 수입이다. 때문에 수수료를 흔들면 영업이익은 곧바로 타격을 받는다. 백화점들이 정부를 상대로 하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끝까지 버티는 이유다. 그런데 이게 과연 올바른 구조일까? 만약 백화점들이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직매입 상품 비중을 높인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빅3 백화점의 통상 수수료는 30~38% 수준이다. 평균 잡아 1억원 팔면 3500만원 정도가 백화점 몫이다. 그런데 직매입으로 구조를 바꾸면 최소 45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이익을 낼 수 있다.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입가(판매 가격의 40~55%)를 적용한 계산이다. 물론 정상가로 매입한 물량 전체를 털어낼 수 있다는 것은 무리에 가깝다. 그렇다면 평균 할인율을 15%로 상정해보자.(물량의 50% 정상가 판매, 나머지 30% 할인 적용) 정상 가격은 1억원이지만 매출은 8500만원이 나온다. 매입 원가 4500만원(45% 매입 기준)을 제하고 백화점 수입은 4000만원이다. 수수료 수입보다 500만원이나 많다. 그런데도 왜 국내 대형 백화점들은 수수료라는 끈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버티고 있는 것일까.
대형 백화점이 수수료 인하를 놓고 공정위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 사이 ‘작은 거인’ 이랜드는 ‘직매입’이라는 화두를 국내 유통업계에 던졌다.
작년 6월 송파 가든파이브에서 직매입을 처음 도입했던 NC백화점은 분당 야탑, 부산 해운대로 영역을 확대해왔고 지난달 29일,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의 ‘NC백화점 강서점’을 오픈하면서 직매입에 대한 의지를 더욱 확고하게 드러냈다. 내친김에 다음달에는 불광동 2001아울렛을 NC백화점으로 전면 확대 개편하고, 연내 광주 밀리오레 자리도 NC백화점으로 문을 열겠다는 전략이다. 또 부산대 앞 효원굿플러스도 분양주들과의 협의가 완료되는대로 조속히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일단 성장 가능성을 확인 했으니 점포 수를 늘려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수수료 의존 NO!, 직매입이 살 길이다
NC백화점이 직매입을 주요 전략으로 들고 나오게 된 배경은 지난 2008년 홈에버를 매각했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 사실상 이랜드그룹 소속 브랜드들의 유통 창구 역할이 강했던 2001·뉴코아아울렛과는 달리 협력업체 비중이 높았던 홈에버(옛 까르푸)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수수료 수입에 의존했다.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방법 밖에는 없는데 이러한 방식의 성장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당시 박성수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자금난이 심하더라도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된다면 포기하지 않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새로운 유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박성수)회장님의 의중이었다”는 것이 당시 홈에버 매각에 관련됐던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시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우리는 까르푸를 인수해 홈에버로 영업하는 2년 동안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다”면서 “기존 유통업태의 한계를 깨달았으니 재빨리 새로운 유통업의 형태를 구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부터 시작된 한국형 신 유통 모델에 대한 연구의 첫 성과가 지난해 문을 연 NC백화점 송파점이고, 시행착오를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한 점포가 바로 최근 문을 연 강서점이다. 특히 강서점은 롯데쇼핑이 공을 들이고 있는 김포스카이파크와 직선거리로 3.5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이랜드 입장에서도 심혈을 기울였다.

강서점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가든파이브에 있는 1호점인 송파점에 비해 직매입 브랜드 가 2배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 국내 최초로 해외 유멍 화장품 직매입 매장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오픈한 송파점이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가방의 거품을 뺐다면, 강서점은 해외 유명화장품의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이다. 이에 따라 명품 가방에 이어 해외 유명 화장품 도 기존 백화점에 비해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유명패션업체를 직매입 파트너로 끌어들인 것도 특징이다. 수수료 부담 없이 마케팅과 재고를 부담할 필요가 없고, 백화점 입장에서도 차별화된 상품과 가격으로 NC 백화점만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 대기업과 중소 패션업체의 동반성장 유통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NC백화점 강서점은 지하7층 지상 10층 규모로 연면적 10만9904㎡ (3만3000평), 영업면적 6만㎡(1만8000평)로 강남 뉴코아나 송파 NC백화점보다 규모가 크다.
명품 매장 ‘럭셔리 갤러리’, ‘뷰티 갤러리’
대부분 명품과 유명화장품 매장이 입점한 1층은 백화점의 얼굴이다. 강서점은 부족한 2%를 채워 빅3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고객 집객력을 끌어올렸다.
직매입 백화점의 아이콘이 된 ‘럭셔리갤러리’를 국내 최대규모인 2300㎡(700여평) 로 1층에 배치했다. 럭셔리 갤러리는 선진운영방식과 이랜드 특유의 바잉파워가 접목돼 탄생한 직매입 명품 편집매장이다.
규모에 걸맞게 송파점 오픈 당시 보다 3배 이상 늘어난 70여개 명품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보다 쾌적해진 공간에서 백화점 대비 20~40% 저렴한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최근 급성장하는 남성 명품 수요를 반영해서 ‘남성 명품관’을 기존보다 2배 늘리고, ‘여성 명품제화존’ 도 30% 확장 했다.

샤넬, 랑콤, 에스티로더 등 빅3 백화점에서 최고급에 해당하는 20여개 명품 화장품을 직매입한 ‘뷰티갤러리’를 165㎡(50평)규모로 선보였다. 화장품 직매입은 이랜드가 직매입 사업을 단순한 수익차원이 아닌 백화점 명품 유통방식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직매입 방식인 만큼 전문 MD들이 직접 구매한 인기상품으로 꾸며졌으며, 가격은 백화점에 비해 평균 20% 가량 저렴하다.
놀이공원이 백화점 안으로 들어오다
강서점에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매장의 40%가 휴게 공간과 놀이시설, 카페, 외식,교육 공간이라는 것이다. 백화점과 쇼핑몰, 놀이공원 장점만을 결합한 신개념 유통점이다. 테마파크인 ‘코코몽 키즈랜드’가 들어서는 8층에는 7미터 높이의 대관람차가 들어선다. 9층 일부를 복층 구조를 활용해 교외 놀이동산에서 볼 수 있었던 놀이시설을 백화점 안에 구현한 것.
엔씨 송파점에서 처음 선보였던 코코몽은 1년여 만에 20만명 이상 유료 관람객이 입장할 정도로 인기가 선풍적이다. 이를 토대로 업그레이드 된 코코몽을 선보이는 강서점에는 범퍼카 시설이나 캐릭터 퍼레이드를 진행해서 백화점에서 놀이동산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문 교사들이 짜여진 교육+놀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돌봐주는 ‘아이케어 서비스’는 단순히 어린이 놀이공간을 제공하는 다른 백화점과 차별되는 요소다.
층마다 테마카페를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캐주얼 매장에는 곰 캐릭터 브랜드인 ‘티니위니’ 의 브랜드 컨셉을 토대로 캐릭터 인형과 머그컵 등을 판매하는 카페가 들어서며, 유/아동 층에는 해당 층의 브랜드 해 컨셉을 담아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판매하는 키즈카페가 들어서는 식이다.
이외에도 옥상에는 음악공연이나 공연체험을 할 수 있는 공연장과 휴식공간을 갖춘 200평 규모의 하늘공원도 조성했다.
이랜드 대표 브랜드 주요 콘텐츠로 입점
이랜드 유통사업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는 차별화된 자체 컨텐츠다. 자체 유통점이지만 이랜드가 보유한 100여 개의 자체 컨텐츠 중 지역상권과 시장조사를 토대로 ‘대표 브랜드’를 엄선해 이번 NC백화점 강서점에 입점시켰다.
인테리어 생활용품 전문매장인 모던하우스는 2650㎡(800평) 규모로 대폭 확대했다. 주변 상권 특성을 반영한 전략으로 도심형 생활용품 매장 가운데 국내 최대규모다. 모던하우스는 30여명의 상품기획자(MD)가 20개국을 돌며 소싱한 8000여개의 최다 상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으며, 가격은 기존 매장의 50~60% 수준에 불과해 주부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특히 강서점에는 매장의 40%를 가구로 채웠다.
또한 「미쏘(MIXXCO)」 「스파오(SPAO)」 등 토종 SPA 브랜드도 500㎡ 규모의 대형매장으로 입점한다. 이와 함께 카테고리킬러로 주목되는 스포츠 아웃도어 편집매장 「스포블릭(SPOBLIC)」도 470㎡ 규모로 선보인다.
국내 브랜드 직매입, 동대문 편집 ‘트렌드 컬렉션’
‘NC컬렉션’은 국내 유명 브랜드 상품을 직매입한 편집매장이다. 「킨록」 「워모」 「까르뜨블랑슈」 등 남성 6개 브랜드와 「탑걸」 「나이스클랍」 「안지크」 등 여성 브랜드 10여 개 등이 선보인다. 가격은 기존 백화점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재고와 물류, 매장 임대/운영 등의 부담은 NC 백화점에 맡겨 기존 백화점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대신, 국내 패션업체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NC백화점은 올해 국내 패션기업들에게서 100억 원 가량의 제품을 직매입 방식으로 구입할 계획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의 직매입은 기존의 유통관행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며 “백화점이 단순한 유통채널로 수수료 이익을 거두는 곳이 아니라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좋은 상품을 발굴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게 이랜드식 직매입”이라고 말했다.
3층의 편집매장 ‘트렌드컬렉션’도 주목 할만하다. 빠른 유행 변화에 대응이 어려운 백화점 브랜드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동대문 상품을 사입해 매장을 구성한다. 82.5㎡(25평) 규모에 가벼운 단품 아이템부터 액세서리까지 최신 유행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 이밖에 「H&M」 「자라」 「트루릴리전」 「홀리스터」 등 해외 유명 캐주얼 브랜드들의 이월제품으로 구성된 편집매장 ‘글로벌 컬렉션’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가능성’은 확인, 정착 위해서는 단점 보완 시급
이랜드그룹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해외 여행이 흔해지면서 국내 백화점의 턱없이 높은 판매 가격에 불만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일정부분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NC백화점이 진정한 직매입 백화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가장 크게는 직매입 상품 중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물량이나 신상품 공급에 한계가 있는 병행수입 구조인 만큼 너무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또 국내 브랜드 직매입 매장인 ‘NC컬렉션’의 완성도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여성층은 자사 브랜드 2개를 포함해 모두 10개 브랜드로 구성되어 있는 수준이고 남성층 역시 자사 브랜드 1개를 포함 7개에 불과하다. 구성 브랜드가 미약하다보니 매장 면적도 협소하고 그나마도 콘셉이나 타깃 연령대가 천차만별이어서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공격을 받기 십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내셔널 브랜드들을 직매입한다는 의도는 좋지만 국내 패션기업 현실상 NC백화점만을 보고 별도의 상품 라인을 기획한다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 “차라리 국내 패션산업의 새로운 활력소로 떠오르고 있는 인디 디자이너, 인디 브랜드를 적극 유치하고 직매입을 통해 육성한다면 패션·유통산업의 발전이라는 명분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568호 4~5면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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