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여 개 잡화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수주할 수 있는 장터가 오는 20일 대치동 섬유센터 2, 3층에서 열린다. 품목별로는 신발, 가방, 양말, 모자, 액세서리 등이 있으며, 수입 홀세일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등이 대거 참가한다.
무엇보다 이번 수주 전시회는 국내 패션 유통시장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일환으로 마련돼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국내 패션 유통시장은 소비자들의 급변하는 구매 트렌드와 글로벌 SPA 브랜드의 잇따른 진출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하나의 매장에 하나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원 숍 원 브랜드(One Shop One Brand)’ 유통 방식은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미 소비자들은 한 장소에서 의류부터 액세서리까지 모두 구입할 수 있는 대형 매장에 익숙해졌기 때문. 멀티 브랜드 숍과 셀렉트 숍의 활성화와 지방 상권의 자립형 편집숍 증가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이에 따라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 아웃소싱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잡화류는 트렌드에 덜 민감해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류 브랜드에서 욕심 내고 있다. 그러나 자체 생산에 따르는 어려움이 커 선뜻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셀렉트 숍이나 편집숍도 타 매장과 차별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물색하고 있다. 규모의 대소를 막론하고 상권 별로 속속 생겨나고 있는 편집숍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독특하고 질 좋은 상품이 해답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장터는 전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에 열릴 브랜드 수주 전시회는 한 자리에서 40여 개 잡화 브랜드를 수주 상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 여름 단비 같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 트렌드 변화, 브랜드 아웃소싱이 관건
백화점, 「TNGT」 「폴햄」 등 발빠른 움직임
빠르게 변하는 소비 트렌드를 만족시키기 위해 기존 의류 브랜드에서는 잡화 브랜드 아웃소싱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툴 구축에 나서고 있다.
소비 트렌드는 캐주얼라이징이 보편화하면서 점차 인디비주얼하게 바뀌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편집숍, 해외 구매 대행 등 다양해진 유통 경로도 한몫했다. 굳이 백화점에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손쉽게 최신 유행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
패션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것은 비단 20대만의 얘기는 아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4050 세대도 젊은층 못지 않게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루비족(신선함(Refresh), 비범함(Uncommon), 아름다움(Beautiful), 젊음(Young)의 단어 첫 글자를 따서 조합한 말로, 평범하고 전통적인 아줌마를 거부하는 40~50대 여성을 일컫는다)’은 최근 패션계에서 가장 각광 받는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렇듯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고 인디비주얼 구매 패턴이 정착하면서 패션 시장은 물론 유통 시장 전반에 걸쳐 변화를 몰고 왔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빅3 백화점은 매 시즌 MD 개편 때마다 자주 편집숍을 강화하는 한편 꾸준히 신진 디자이너 팝업 스토어를 열어 성장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의 잇따른 한국 진출은 변화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시즌 별 해외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매주 신상품을 쏟아내는 SPA 브랜드 앞에서 6개월 전 선기획은 당연히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류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 잡화 비중을 늘리는 등 상품 구성을 다각화하고 있다. 일례로 「시슬리」는 ‘S백’이라는 쇼퍼백을 자체 제작해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세련된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중저가 가방 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던 것.
이후 다른 브랜드에서도 잡화 라인을 자체 제작해서 선보였지만 이렇다할 성공 사례는 없었다. 높은 백화점 수수료와 인건비, 재고 부담 등 여러 가지 애로사항에 부딪혀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 했다.
따라서 최근에는 브랜드 아웃소싱을 통해 잡화를 강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LG패션(대표 구본걸)은 지난 3월과 5월 「TNGT」 가로수점에서 2번에 걸쳐 ‘The TI:UM Project by TNGT’라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의류부터 가방, 구두, 액세서리까지 총 44개 브랜드가 참여한 티움 프로젝트는 기존 「TNGT」 상품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위비스(대표 도상현)에서 전개하는 「컬쳐콜」은 지난달 21일, 22일 양일간 본사에서 프라이빗 컨벤션을 개최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문성이 돋보이는 24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아웃 소싱을 시도한 것.
도상현 대표는 “「컬쳐콜」은 인디비주얼한 구매 패턴을 가진 소비자들을 겨냥하는 브랜드”라며 “이들의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30~40%는 과감히 아웃소싱해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쳐콜」은 연간 4~5차례 컨벤션을 열어 새로운 비즈니스 툴을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완사입해 숍인숍으로 입점 판매하는 형식의 아웃소싱도 시도되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폴햄」은 오는 9월부터 면적이 132㎡ 이상인 매장 30 곳에서 패션 스니커즈 「스페리」를 숍인숍으로 입점시켜 판매한다. 「폴햄」을 전개하는 에이션패션(대표 박재홍)에서 전량 사입하며 시즌 재고에 대해서는 「스페리」의 한국 공식 에이전트사인 네오미오(대표 조용노)에서 재매입한다.
「폴햄」 관계자는 “「폴햄」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기 위한 방안”이며 “궁극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올 추동 상품에 대해서는 매장별 상품 및 물량 구성을 마쳤으며 6월말 현재 내년 춘하 상품에 대한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보끄레머천다이징(회장 이만중)에서 전개하는 패션잡화 리테일 브랜드 「라빠레뜨」는 지난 4월 대구 동성로점에서 1억 5000만원을 판매하는 등 잡화 아이템만으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소싱한 10여개 브랜드의 다양성과 차별화된 상품력, 그리고 15~25만원대의 저렴한 판매가 등이 매출 신장에 일등공신이라는 분석이다. 상품을 100% 아웃소싱함에 따라 본사 운영팀은 바잉 MD 6명, 영업 5명, 웹기획 5명 등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매그앤매그」 「보이플러스」 등 편집숍 증가
경쟁력 있는 콘텐츠 중요성 더욱 커져
「ABC 마트」 「에이랜드」 등의 영향으로 편집숍, 셀렉트숍이 활성화 하면서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들 편집숍은 자체 제작 상품을 비롯해 수입 브랜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등으로 상품을 구성해 유니크함과 다양함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쟁력 있는 편집숍이 급속도로 늘어나자 탄탄한 제품력과 특이한 콘셉의 콘텐츠 구성이 차별화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숍으로 시작해 올 2월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매그앤매그」는 의류와 잡화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친 아이템을 폭넓게 구성했다. 자체 제작한 형광색 날염 티셔츠 ‘POP 티’와 헐리우드 스타가 즐겨 신는 샌들 브랜드 「티키즈(TKEES)」 등은 올 여름 시즌을 겨냥해 선보인 제품. 조립형 자전거 「리퍼블릭바이크」도 최근 픽시 바이크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오르고 있다. 그 밖에 사무용품, 뷰티 용품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최은주 디자인 실장은 “타 편집숍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브랜드를 단독 콘텐츠로 선보이기 위해 노력한다”며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이 높지 않고 이제 막 떠오르는 브랜드 중심으로 바잉한다”고 귀띔했다.
작년 3월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문을 연 「보이플러스」는 아이덴티티가 분명한 브랜드를 위주로 콘텐츠를 구성한다. 과감한 프린트가 특징인 「조이리치」와 손가락 모양 브로치 등 팝적인 성향이 강한 액세서리 브랜드 「bpb」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 편집숍은 위탁을 원하는 업체를 제외하고는 100% 사입으로 운영하고 있어 콘텐츠 구성에 매우 신중한 편이다. 현재 약 20개가 입점해 있으며, 상품의 특징을 잘 보여주기 위해 신규 콘텐츠를 무리하게 늘리지는 않고 있다. 이 밖에 해외 에이전트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POT」, 최근 홍대 앞에 문을 연 「LIE」 , 오는 8월 가로수길에 진출하는 「스파이시칼라」 등 편집 매장 오픈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지방 주요 상권에도 자립형 편집숍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 질 좋은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는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원더플레이스」는 지난해 9월 전주 중앙로에 약 264m²(80평) 규모의 1호점을 오픈하고 올 4월에는 대전 은행동에 약 991 m²(300평) 규모의 2호 매장을 열었다.
김영한 사장은 “오랜 시장 테스트 시간을 거치면서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했다”면서 “현재는 「플랙진」 「캉골」 「수페르가」 등 성장 가능성과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입점시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광주에 5층, 약 1652m²(50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는 김 사장은 “핵심 콘텐츠를 개발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 아웃소싱 장터 열린다
30여개 ‘잡화 브랜드 트레이드 쇼’ 주목
오는 20일 섬유센터 2, 3층에서 열리는 ‘브랜드 트레이드 쇼’는 다채로운 콘텐츠의 장터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수페르가」 「폴로」 「게스」 「DKNY」 등 해외 유명 신발 브랜드를 비롯해, 토털 브랜드 「조이리치」 도메스틱 가방 브랜드 「디얼스」 캡, 두건 등 액세서리 브랜드 「어반버프」, 기능성 신발 브랜드 「RYN」 등 30여 개 업체가 참가한다.
참관 바이어는 「ABC마트」 「레스모아」 등 슈즈 전문 멀티 브랜드숍과 백화점, 패션 기업, 온라인 유통업체, 그리고 전국 각지의 편집숍, 셀렉트숍 등이다.
메인 전시장인 2층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시 수주회가 열리고, 3층에서는 오전 10시에 ‘왜 패션잡화인가? 패션잡화로 완성하는 리테일 시대’라는 주제로 전문 세미나가 진행된다. 핫 아이템으로 부상한 패션 잡화를 어떻게 아웃소싱해 활용할 것이냐에 대한 해법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후 2시부터는 ‘2011 상반기 한국패션산업 결산과 하반기 전망’에 대한 마켓 분석 세미나가 이어진다.

한지형 기자
hj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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