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는 친환경 패션이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발맞춰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친환경 섬유 소재가 각광받고 있다. 이제 ‘친환경’을 내세운 패션 의류가 아니면 팔리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친환경 섬유는 3년 이상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으로 토양을 아끼고, 석유 사용을 줄여 자원을 보존하면서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등 환경 오염 발생을 크게 줄여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소재다.
우선 오가닉 코튼 등 유기 섬유와 재활용 폴리에스터·나일론 리사이클 섬유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모달·텐셀, 대나무, 한지 섬유 등 천연 섬유가 포함된다. 아직까지 친환경 섬유 시장 규모는 협소한 수준이지만, 수요가 급증하며 섬유·패션 업계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섬유 시장 규모는 2015년에 1조 7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친환경 섬유 제품 비중이 10% 수준인 1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친환경 섬유 시장 규모는 200 ~300억 원 수준에 불과해 미미한 실정이지만 갈수록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중산층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이미지 업그레이드를 추구하고 있는 월마트를 비롯 나이키·갭·막스앤스펜서·리비스트라우스·리즈클레이본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친환경 섬유·의류를 활발히 구매하고 있다. 특히 월마트는 ‘친환경 프로젝트’를 가동해 구매하는 모든 의류에 친환경 소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한-EU, 한-미 FTA발효를 계기로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서 이를 더욱 강조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아 이제부터는 이를 등한시해온 국내 패션 브랜드들마저 머뭇거릴 시간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환경과 자연 보호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강조되면서 ‘그린 스트레스’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이를 브랜드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내외 소재 개발 동향
우선 국내 대표적인 오가닉 코튼 원단의 국제 인증 업체인 케이준 컴퍼니는 렌징사와의 협력으로 개발 출시한 오가닉 코튼·텐셀 혼방 직물을 선보였다. 강성문 사장은 “유럽과 일본 시장을 내다보며 이 제품을 론칭 했는데, 원단 터치가 좋아 여성 블라우스나 침구류에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라고 말했다.
케이준컴퍼니의 오가닉 코튼 직물은 국내 최초로 네덜란드 콘트롤 유니온사로부터 GOTS와 OE 스탠더드 인증을 획득해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인정받는다.
부득이 염색할 경우에도 Oekotex인증을 받아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저화학 염료만을 사용하고 있다. 케이준의 오가닉 코튼 원단은 국내 브랜드 사용량의 60% 이상을 점유하며 40개 이상의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유기 면사는 물론 다양한 유기농 면사 소싱처를 개발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100% 오가닉 코튼을 공급하고 있다. 유아동복·이너웨어·침구류는 물론 스포츠·캐주얼웨어까지 전 복종에 걸쳐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원사 업계의 친환경 섬유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원사는 물론 칩까지 GRS 인증을 받은 휴비스의 재활용 원사 ‘에코에버’는 버려지는 페트병을 수거해 다시 원사로 뽑아낸 섬유로 쓰레기 매립량을 감소시키며 제조 과정에서 30% 정도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국내 최초로 나이키 공식 인증 업체로 ‘남아공 월드컵’ 축구 선수단 유니폼에 사용됐으며, SK와이번스 그린 유니폼으로도 재탄생했다. 스포츠·아웃도어 의류에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또 옥수수 생분해 원사 ‘인지오’는 옥수수 생분해 물질인 PLA(Poly Lactic Acid) 섬유로 석유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사용 후 땅에 묻으면 일정한 온도와 습도에서 1년 이내 썩어 없어져 환경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피부 트러블 발생이 없어 여성복, 유아복으로 인기가 높다.
듀폰의 옥수수 폴리머를 사용해 친환경적인 ‘메모리-에코’는 접었을 때 한 손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지고, 이를 다시 펴서 손으로 문지르면 주름이 말끔히 사라져 접기 전 상태로 회복되는 ‘형상 기억 섬유’다. 선명한 색상 발현으로 고급스럽고 화사한 느낌의 여성복에 적당하며 버버리 등 유럽 명품 의류에 사용되고 있다.
효성이 개발한 리사이클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섬유 제품인 ‘리젠’은 컨트롤유니온사로부터 GRS(Global Recycle Standard) 인증을 획득했다. 나일론의 경우 바다에 버려지는 폐 어망을, 폴리에스터의 경우 폐 페트병이 원료로 사용했다. 이 제품은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백팩, 신발, 수영복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리사이클 원사 사용으로 연간 3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코오롱패션머티리얼는 탄소 발생량을 84% 줄이는 효과가 있는 폴리에스터 재활용 섬유인 ‘에코프렌’을 의류에 적용해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인증 전문 기관인 컨트롤유니언사에서 GRS를 획득했다.
웅진케미칼이 폴리에스터 제품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섬유인 ‘에코웨이’는 사용한 폴리에스터 의류를 수거해 화학 분해시키고 중합하는 완전 순환형 재활용 방식을 통해 생산된다. 직물 브랜드인 ‘에코윈’도 있다. ‘에코실’을 대표 브랜드로 모달·텐셀을 비롯 레이온 혼방사를 생산하는 삼일방직은 최근 한국소재연구소와 ‘에코실-KO 클러스터’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친환경 트리코트 니트 직물 등 경기 북부 18개 업체들이 개발한 원단을 여성복·골프웨어 등과 함께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쉘러는 울을 안감으로 사용하고 브러쉬드 처리해 부드러움을 높여주는 ‘네이처테크’를 출시했다. 이는 세탁이 가능하며 세계에게 제일 까다로운 환경 규격인 ‘블루사인’ 인증을 받았다. 렌징사는 다양한 모달·텐셀 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인비스타는 폐 페트병을 활용한 리사이클 섬유인 ‘쿨맥스 에코테크’를 개발했다. 듀폰이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개발한 친환경 섬유 ‘소로나’는 기능성 의류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리사이클 원단의 경우 우븐은 대구섬유마케팅센터(DMC) 회원사를 비롯 대구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니트는 한국섬유소재연구소를 주축으로 경기 북부 지역에서 생산된다. 휴비스와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이 이들 업체와 클러스터를 운영 중이다. 7월 6일 신제품 발표회를 개최해 다양한 원단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한지 섬유의 경우 상영방적, 지리산 한지 등 전북 지역 업체에서 주로 생산된다.
국내 의류·패션 적용 사례
오가닉 코튼의 경우 3년 이상 농약이나 화학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건강한 토양에서 재배한 면화를 사용해 다소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지만 유아복·이너웨어 등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압소바의 오가닉 침구 세트는 전년 대비 3~15%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닥스골프의 경우 대나무 섬유로 바지를 제작, 피부에 닿는 촉감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친환경 브랜드 이새는 오가닉 코튼, 케나프, 린넨, 모시, 한지 섬유 등으로 티셔츠를 만들고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염색을 한다. 케나프는 열대 식물로 비료나 농약 없이 물만으로 재배가 가능하고,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다른 식물에 비해 5~7배로 높아 환경 보호에 큰 기여를 한다. 파타고니아는 유기 울 및 재생 섬유를 사용한 친환경 아웃도어 의류, 풋웨어를 선보였다. 여미지가 전개하는 ‘마코’는 친환경 리사이클 티셔츠를 출시했다. 이는 코오롱패션머티리얼 의 ‘에코프렌-R’을 사용한 것으로 빠른 건조와 통기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친환경 섬유는 시장이 아직 협소하고 원료 공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인증 기관들이 선진국에 집중되어 있어 이를 획득하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다. 리사이클 섬유에 사용되는 페트병도 재활용 시스템이 잘 갖춰진 일본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섬유에 비해 원가가 오히려 비싸 패션 업체들이 사용을 기피해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친환경 섬유는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어 사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단체·업계가 합심해 국내 친환경 섬유·패션 시장을 지키고 이를 발판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계기를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근 국내 친환경 섬유 업계는 스스로 구심체를 만들기로 하고 한국친환경섬유협회를 발족시켰다. 이 협회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이기도 하다.
▲555호 4~5면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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