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로데오거리를 지나다보면 눈에 띄는 의류 편집매장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큼지막한 간판은 없지만 독특한 외관 덕에 관심을 가지고 내부를 들여다보게 된다.
「보이플러스」가 문을 연건 지난해 3월. 겉보기에는 여느 편집매장과 다를 게 없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국내에 몇 안 되는 사입제로 운영하는 매장이라는 특징이 있다. 명동 편집매장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최부일 대표가 그간의 노하우를 접목해 만든 「보이플러스」는 일본에서 직접 바잉한 아이템을 비롯해 의류와 액세서리가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해외 브랜드는 시즌별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는 주 단위로 사입하기도 한다. 재고는 일년에 2회 세일 행사를 통해 소진하는데 입소문을 타고 많은 고객들이 매장을 찾는다. 눈치 빠른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기자들에게 세일 소식을 비밀에 부치기도 한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고객들이 유니크한 디자인을 찾아 편집숍으로 몰리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편집숍들이 많다. 통찰력 있는 바잉을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고 당장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위탁제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위탁제로 운영할 경우 리테일러는 재고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 디스트리뷰터의 성장을 더디게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국내 패션 산업은 백화점, 대리점 위주의 유통망으로 자리잡으면서 위탁이 당연시 되는 풍토가 조성됐지만, 경쟁력 있는 홀세일 브랜드가 속속 등장함에 따라 사입제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범람하고 있는 편집숍이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실력을 검증·발휘하기 위해서는 사입의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다. 또 홀세일 브랜드, 디스트리뷰션, 디자이너 등의 군소 업체가 성장하는 것에도 중요한 요소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테일러, 개별 브랜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언론 매체, 쇼룸 등 모두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편집숍으로 대표되는 리테일러는 재고 리스크를 감수, 인력·시스템 관리 투자를 늘리고, 개별 브랜드에 무엇보다 디자인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또 다수의 플랫폼은 중립적 입장에서 상생 구조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사입 편집숍의 등장
100% 사입, 또는 위탁·사입을 병행하고 있는 편집숍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에서도 판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백화점에서 차별화를 위해 자주 편집숍을 확대하고 있고, 중소업체들과 국내외 바잉을 통해 매장을 구성하고 있는 추세다. 위탁을 고집하던 편집숍의 강자 에이랜드도 사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압구정에 문을 연 ‘보이플러스’ 역시 100% 사입 구조의 편집숍이다. 슈퍼마켓(대표 최부일)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매장은 국내 브랜드 12개, 해외 브랜드 5~6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위탁을 원하는 2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입해 판매되고 있다. 사입으로 운영하는 대신 많게는 주 3회의 바잉을 통해 재고를 최소화 하고 1년에 2번 시즌 오프를 통해 재고를 소진한다.

김천규 점장은 “사입으로 운영하는 것이 리스크는 따르지만 책임감 있게 상품을 판매 관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특히 바잉만 잘 이루어진다면 더 큰 마진을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보끄레머천다이징(대표 박영배)에서 전개하고 있는 코인코즈는 사입으로 운영되고 있고, 라빠레뜨는 「조이리치」 등의 일부 브랜드를 사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까지 라빠레뜨를 15개점, 코인코즈는 중국 매장을 포함해 20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코인코즈」는 프랑스 브랜드 「설패스 투 에어」 「갓 리몬」 스웨덴 브랜드 「미니마켓」 등 해외 브랜드와 「쟈니헤이츠재즈」 「폴앤엘리스」, 슈즈 전문 브랜드 「엠씨넬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입과 국내 제품 비중은 7:3 정도다. 다만 국내 브랜드를 사입할 경우 매장 콘셉과 맞는 상품을 사입하는 것이 아니라 콘셉을 주고 자체 상품을 제작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매장 콘셉을 유지하는 것에는 좋은 방법일 수 있으나, 홀세일 및 인디 브랜드를 충분히 활용한 방법은 될 수 없다. 반면 「라빠레뜨」의 경우 직바잉, 소싱 상품과 함께 「조이리치」를 함께 구성해 매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라빠레는」는 서울 지역 3개, 지방점 6개 등에 「조이리치」를 사입해 판매하고 있다.
아이올리(대표 최윤준)에서 전개하고 ‘랩(LAP)’은 미국 자바 시장과 동대문 바잉을 통해 기존 백화점에서 찾아볼 수 없던 신선함을 부여하고 있다. 이미 「피엘라벤」의 ‘칸켄백’과 같은 히트 아이템도 내놓았다. 백화점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오픈 당시 1000원 티셔츠 행사를 벌이기도 했던 랩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으로 하여금 멀티 셀렉트숍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방적이고 폭넓은 상품을 수용하기 위해 별도의 디자인실을 없애고 모든 상품을 바잉을 통해서만 구성된다. 앞서 소개한 「칩먼데이」 「조이리치」 등의 브랜드를 비롯해「BLANK NYC」 「BENSIMON」 등 해외에서 핫한 브랜드도 다수 입점되어 있다.

자바 시장의 퀄리티를 의심하는 고객들은 걱정하기 않아도 된다. LA에 위치한 아이올리 지사에서 충분한 검품을 실시하고 국내 물류 창고에서 또 한번의 확인 절차를 거친다.
히트 상품으로 무장한 브랜드 속속 등장
스키니하면 「칩먼데이」, 과감한 프린트 「조이리치」. 디자이너 브랜드를 비롯해 대다수의 업체가 위탁으로 상품을 입고하고 있지만 「칩먼데이」 「팬필드」 「해피삭스」 등을 들여오고 있는 워크숍쇼룸(대표 박준상), 「케즈」 「스페리」 「잔스포츠」 등을 수입 전개하는 네오미오(대표 조용노), 「수페르가」를 유통하는 브랜드네트웍스(대표 변영욱), 조이리치코리아(대표 이은영)의 「조이리치」 등은 100% 사입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워크숍쇼룸의 「칩먼데이」는 지난 2008년 F/W 시즌 국내 론칭해 지방 상권을 포함해 50여 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에이랜드에서는 명동점에서 대규모 팝업 행사를 진행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본사의 영업 방침이 디스트리뷰터를 통한 홀세일로 직영점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이 유일하다.
연간 4회의 수주회를 진행하고 인기 아이템을 중심으로 하는 오더를 연간 2회, 트렌드 아이템이 5~6회 추가된다. 국내에서는 데님 라인이 특히 인기가 높아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워크숍쇼룸은 「칩먼데이」 외에도 「펜필드」 「해피삭스」 등을 전개하고 있다.
조이리치코리아에서 전개하고 있는 「조이리치」 역시 잡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의류 홀세일 시장에서 잘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다. 지난해 국내 론칭한 이 브랜드는 전개 초반 위탁으로 운영되다 현재는 사입으로 전환했다. 플로우에 입점해 인지도를 쌓은 후 에이랜드, 라빠레뜨, LAP 등의 편집숍으로 유통망을 확장했다. 현재는 30여개의 매장에 입점되어 있다. 2007년 LA에서 론칭해 미국과 일본에서 주목받은 「조이리치」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홀세일로 전개되고 있고, 매년 3, 9월 프리오더를 실시한다. 「조이리치」의 수주회는 가두 편집숍 바이어를 비롯해 롯데·신세계백화점 바이어도 찾고 있다.
국내 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조원정 매니저는 “전개 초반에는 인지도 때문에 사입 전개가 힘들었지만, 브랜드 상품력을 인정받아 현재는 100% 사입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국내 유통 환경이 개선되어야 하는 점도 있지만 디자인, 물량 등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조이리치」의 또 다른 강점은 자체 온라인 쇼핑몰이 있다는 것이다. 매출도 매 시즌 2배 정도 신장하고 있어, 쇼룸을 비롯한 브랜드 운영비를 모두 충당할 수 있을 정도다. 마진율도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조이리치」의 홀세일가는 판매가의 50% 전후로 대량 오더일 경우 5~10% 정도 조정이 가능하다. 조 매니저는 “리테일러 입장에서도 검증된 브랜드라면 30% 정도의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위탁보다 최대 60%까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사입이 효과적”이라며 “「조이리치」의 경우 1년 이상 시간이 지난 상품은 시즌 오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네오미오’ 독보적·「수페르가」 약진
국내 홀세일 비즈니스 시장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네오미오는 잡화 시장에서 그 위력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케즈」 「스페리」 등 트렌드에 맞고 해외에서도 각광 받고 있는 브랜드를 연이어 론칭했다. 이와함께 「버켄스탁」 「잔스포츠」 등을 전개하고 있고 최근에는 아동 신발 브랜드 「스트라이드 라이트」를 보유한 미국 ‘컬렉티브 브랜즈’와 국내 독점 유통과 라이선스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오미오는 마케팅에 소극적인 다른 홀세일 브랜드와 달리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리테일러가 물건을 사입해가는 만큼 판매에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케즈」는 청담동 페이스 갤러리에서 론칭 행사를 열고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개에서 각각 다른 테마로 진행된 쇼케이스는 오리지널 컬렉션을 비롯해 빈티지·콜래보레이션 제품 등을 선보이며 브랜드만의 감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에이랜드와의 2주간의 팝업을 통해 브랜드를 적극 알렸다. 브랜드네트웍스에서 전개하고 있는 「수페르가」는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에이랜드를 포함해 풋마트, 에스마켓 등 슈즈 전문 멀티숍을 중심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 「컨버스」를 전개해본 변영욱 대표는 국내 슈즈 시장에 홀세일 비즈니스가 활성화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브랜드네트웍스와 자회사인 레더를 통해 매분기마다 브랜드 수주회를 열고 개최하고 있다. 슈즈 및 잡화 브랜드가 주를 이루는 전시회에는 백화점 바이어를 비롯해 다양한 바이어가 전시회를 찾고 있다. 브랜드네트웍스 역시 「수페르가」와 함께 5개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어떤 백화점 편집숍 담당자의 말처럼 국내 편집숍 시장은 과도기적 위치에 처해 있다. 리테일러는 과거 대리점 개설 방식 모델인 위탁제를 통해서는 차별화와 발전에 있어 난관에 봉착해 있고, 홀세일 브랜드·디자이너 브랜드 역시 유니크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한 상품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패션 시장에는 하루가 다르게 각자의 개성으로 무장한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다.
트렌드를 리드할 수 있는 바잉을 통해 재고를 최소화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편집숍은 어디일까? 정글의 법칙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리테일러는 사입 시스템을 정착 시키고 MD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553호 4~5면

김양민 기자
ky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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