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문득 ‘나에게 여성적인 취향이 있는 것 아니야?’ 혹은 ‘나에게 남성적인 취향이 있는 것 아니야?’ 하는 의문을 가져본 적은 없는지… 나아가 그러한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극대화되어 자신에게 동성애적 기질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최근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의 보고서에서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을 고루 갖춘 양성형 남성과 여성이 크게 늘었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즉, 남성의 66.7%, 여성의 57.3%가 스스로 양성형이라고 밝혔다. 지난 연말 대한민국 1739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 사회 청년 세대들의 성 정체성 현실과 이를 어떻게 패션 기획으로 연결할지에 대해 고민해 본다.
바 야흐로 예쁜 남자(Mr. Beauty)와 강한 여자(Ms. Strong)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2005년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젊은 남녀들인 1739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예쁜 외모 때문에 계집애 같다는 놀림을 받을 필요도, 활발한 성격 때문에 선머슴아라는 놀림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그 자체가 자신의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의 고유 영역, 여성의 고유 영역에 대한 고정관념이 허물어지면서, 남성적인 강인함과 여성적인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족’과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당당한 자의식으로 무장한 새로운 여성상 ‘우마드(Womad)족’이 대접받고 있다.
지난 연말, 제일기획은 국내 17세 이상 39세 이하의 전국 남녀를 대상으로 전화 및 1:1 면접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로, 기존 메트로섹슈얼족이나 우마드족 등의 개념과 차별화된, 기존 성 역할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양성성을 추구하는 남녀 성격을 규명한 <2004년, 우리 시대 남녀의 조용한 혁명>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은 조사 대상 300명의 남녀 중 성 역할 변화를 보이는 비율이 남성은 66.7%, 여성은 57.3%나 되었다는 점이다. 그럼 보다 구체적으로 성별, 세대별 성 역할 변화를 살펴보자.
예쁜 남자, ‘Mr. Beauty’
예쁜 남자는 연령대별로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먼저 시대가 요구하는 예쁜 남자의 표본인 ‘꽃미남’ 내지는 ‘메트로섹슈얼족’의 대표 주자인 1924 남성 대학생들. 이들은 남성의 외모도 중시되는 시대의 도도한 흐름에 부응하여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다. ‘외모=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1924들은 다양한 남성용 화장품과 꽃무늬로 대변되는 화려한 의상 등으로 여성 못지않은 예쁜(?) 외모를 가꾸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이들 1924들에게 남녀의 경제적 평등은 너무도 당연한 진리. 이들은 확실한 더치페이 문화의 신봉자로,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다 내던 시절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유산 정도로 치부한다.
두 번째는 2534 미혼 직장인들. 이들은 대학생들만큼 예쁜 얼굴에 집착하지 않지만, 자기관리에 철저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모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게 된 각박한 현실 속에서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베푸는 남녀 관계보다는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원한다. 이들은 데이트할 때 1924처럼 노골적인 더치페이를 요구하지 않지만 남자가 한 번 내면 여자도 한 번 내는 품앗이 형 페이를 선호한다. 세 번째, 기혼 직장인으로 구성된 2839세대는 ‘아름다움을 즐겨라’, ‘성공도 따라온다’라는 모토로 살아간다.
사회문화적으로는 386세대의 끝물(?)이자 오렌지족의 원조로, 역시 외모를 가꾸는 것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기존의 강인하고 마초적인 남성상(경상도식 박력남)을 거부하고, 부드럽고 섬세한 남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이들 2839세대의 경우 맞벌이와 가사 공동 분담은 기본이며, 때로는 전업 주부가 되거나 육아휴직을 내기도 한다. 따라서 퇴근 후 함께 시장을 보는 2839 부부들을 도심 야간 할인마트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한편 이들은 낀세대(?)라고 불리는 이전 30대와 달리 20대의 강점을 벤치마킹하고 40대의 단점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합리적인 세대기도 하다.
강한 여자, ‘Ms. Strong’
강한 여자들도 세대별 차이를 보인다. 먼저 1924 여대생들. 이들은 귀엽고 여성스러운 외모보다는 섹시하고 강인한 외모의 여성이 되고 싶어한다. 이들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먼저 프러포즈하고 남자친구에게 직접 스킨십을 요구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여성이라고 해서 받는 특별 대접은 노! 남성들 앞에서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보이고 싶은 것이 그녀들의 소망이며, 사회에 진출해서는 자신의 능력으로 당당히 성공하길 원한다.
두 번째, 미혼 직장인인 2534세대. ‘슈팅 라이크 CEO
(Shooting like CEO)’를 꿈꾸는 이들은 보수적인 직장 개념의 ‘직장의 꽃’이 되길 거부하
유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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