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빅3의 서울 서남부 상권 패권 경쟁에서 현대가 먼저 칼을 빼들었다. 신세계가 경방과 손잡고 이 지역의 변화를 예고하며 오는 8월 4만3306㎡(1만3100평) 규모의 대형 백화점으로 탈바꿈을 앞두고 있고, 롯데 역시 기존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매장 면적을 넓히고 내외관을 단장하는 등 리뉴얼 준비에 나섰다. 롯데와 신세계가 치열하게 주도권 싸움을 하는 사이 현대 목동점이 선제 공격을 시작했다.
지난 6월 12일 리뉴얼 오픈한 현대 목동점은 영업 면적을 5만9489㎡(1만8000평)에서 6만1050㎡(1만8500평)로 확대하고 「프라다」 「끌로에 「마르니」 등 명품 매장과 「갭」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또 기존 브랜드들의 매장 면적을 넓혀 쾌적한 쇼핑이 가능하도록 했다. 리뉴얼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개장 첫날 48억원을 기록하며 하루 최고 매출을 기록했고, 6월 매출은 전년대비 20%나 증가했다.


명품 유치·버라이어티로 고객 끌어모아
현대 목동점은 이번 리뉴얼의 초점을 명품 유치와 버라이어티로 잡았다. 강남 상권에서 떠오르고 있는 있는 명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는 동시에 젊은 층 중심의 복합몰인 영 시티몰(지하 2층)을 7260㎡(2200평) 가량 늘려 2만2110㎡(6700평)로 확대했다. 전체 영업 면적 또한 5만9489㎡에서 6만1050㎡로 확대됐다. 규모만 놓고 보면 롯데백화점 본점과 맞먹는다.
젊은 층의 유입 확대를 위해 「갭」 「유니클로」 등의 브랜드를 입점시켰고, 지하 2층에는 원형 스테이지와 프랜차이즈 외식 업체 등이 자리잡았다. 오후 8시 이후의 고객이 전체 20%를 차지할 만큼 심야 쇼핑객들이 늘어났다. 명품 매장도 「프라다」를 비롯 「끌로에」 「마르니」 등이 입점해 40개로 늘어났다.
목동점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지난해 5911억원인 매출을 내년에 7000억원대로 끌어올려 전국 백화점 랭킹 5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현대 목동점의 이번 리뉴얼은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복합 구성이 돋보인다.
지하철 출구부터 이어지는 영 시티몰은 CGV영화관을 비롯해 스타벅스·스쿨푸드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외식 업체들이 입점해 있다. 또 CGV영화관 맞은 편에 「MLB」 「코데즈컴바인」 「쿠아」 「카이아크만」 등으로 구성된 소규모 몰을 만들어 고객들이 선택적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세일 기간을 이틀 남긴 지난 10일 영 시티몰에는 티셔츠·반바지 등 여름 상품을 구입하기 위한 고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학생 권은혜(22)씨는 “세일 기간이라 백화점을 찾았는데 리뉴얼을 참 잘 해놓았다”며 “외식 업체를 포함해 젊은 트렌드를 잘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원스톱 쇼핑의 편의성을 고려해 「유니클로」 「갭」과 같은 대형 매장이 입점했으며, 국내 브랜드 역시 넓어진 영업면적과 비례해 매장을 확대했다. 「테이트」 「엠폴햄」 「잭앤질」 등 스타일리시 캐주얼은 56㎡(17평)대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지오다노」 122.1㎡(37평), 「TBJ+앤듀」 「애스크+도크」 등의 베이직 캐주얼도 각각 82.5㎡(25평)으로 매장을 넓혔다.
특히 「갭」은 한국 론칭 이후 처음으로 성인과 키즈를 한데 묶은 이른바 ‘콤보 매장’으로 구성했다. 박효정 「갭」 점장은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자주 방문하는데 아이 옷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의 옷까지 쇼핑하는 형태의 고객들이 많다”며 “넓은 매장 안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상품을 편하게 쇼핑하길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매장 방문 고객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본관은 고객들의 시간을 붙잡을 수 있는 공간에 많은 부분을 투자하는 동시에 경쟁력 있는 여성 캐주얼 브랜드의 매장 확장이 눈에 띤다. 7층을 토파즈 문화 행사장과 갤러리로 꾸몄으며, 5층 아동존에는 키즈까페를 만들었다. 고객 유입의 증가로 인해 4층에 위치한 여성 캐주얼 「타임」 「미샤」 「마임」 등은 평균 매출이 50% 이상 늘었다.
데님존 대폭 물갈이
「갭」이 키 매장으로 입점한 지하 1층 데님존은 리뉴얼을 통해 대폭 물갈이가 이루어졌다. 「GV2」 「지스타」 「D2K」가 빠진 자리를 「지프」 「데님바」 「세븐진」 「리플레이」 「T바」 등이 채웠다. 「데님바」는 월 1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향후 가격 저항이 작은 강남 상권에서 프리미엄 데님으로 자리잡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플랙진스」는 말 가죽 패치의 유니크함을 앞세워 인기몰이 중이다.
49.5㎡(15평)에서 56.1㎡(17평)으로 매장을 늘린 「버커루」는 지난달 1억3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꾸준한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버커루」 매장 관계자는 “지하 2층이 「유니클로」의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한데 반해 데님존은 아동복 위주로 구성된 「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 고객들은 줄어든 데님존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 고객은 “「지스타」 청바지를 수선하러 왔는데 매장이 사라졌다”며 “리뉴얼 이후 매장은 커졌지만 다양성이 부족하고 허전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매장 대형화 이후 성적표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매장 대형화는 이루어졌지만 국내 브랜드의 매출은 감소했고, 대형 SPA 브랜드의 평당 효율은 국내 브랜드 보다 낮게 나타났다. 엠케이트랜드는 리뉴얼 이후 「TBJ」와 「앤듀」를 82.5㎡(25평형) 매장에 함께 구성했지만 20% 이상 감소해 월 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후아유」 역시 실평수는 커졌지만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유니클로」와 동일 상품군으로 분류되는 베이직 캐주얼 브랜드는 매장 위치 변경, 매출 하락 등 악재를 맞고 있다. 또 바꿘 동선으로 인해 고객 유입 역시 원활하지 못하다.
콘텐츠, 상품 경쟁력, 원활한 물류 공급 등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큰 평수를 지향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강신우 차장은 “지하 2층 「갭」 매장 앞쪽에 「데님바」를 구성한 이유도 국내 데님 브랜드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침체기 국내 브랜드가 매장 운영과 관련 움츠려 드는 반면 투자여력이 좋은 글로벌 SPA브랜드의 경우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 역시 고전의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평당 효율을 분석한 결과 「갭」 「유니클로」보다 「지프」 「버커루」 등이 높게 나타났다. 대형 매장 입점을 통한 고객 유입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평당 효율을 고려해 봤을 때 ‘좁은 땅’에서 높은 수수료를 내고 있는 국내 브랜드가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브랜드의 경우 35%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반면 「유니클로」「갭」은 20%대의 수수료를 적용받고 있다. 백화점측은 국내 브랜드의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면에서 SPA 브랜드를 앞서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화하는 유통 다음 카드는?
영등포와 목동 상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번 현대 목동점의 리뉴얼은 패션 유통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 목동점이 꺼내든 카드는 ‘매장 대형화’와 ‘버라이어티’였다. 「자라」 「유니클로」 「갭」 등이 가두점과 백화점 구분 없이 빠른 속도로 매장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백화점 입점 브랜드가 SPA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매장 대형화가 불가피하다.
또 다양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넓은 규모의 매장은 필수 조건이 되었다. 일반 백화점이 평균 매장 크기가 49.5㎡(15평)인데 반해 목동점은 평균 51㎡~66㎡(17~20평)대를 유지하고 있다. 매장 대형화는 이루어졌지만 늘어난 평수만큼 효율은 늘어나지 못했다. SPA브랜드를 우선 고려한 동선과 국내 브랜드의 콘텐츠, 노하우 부족 등으로 인해 국내 브랜드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버라이어티함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영 시티몰은 복합 쇼핑몰로 꾸며졌으며, 각 층마다 까페를 만들어 고객들이 점 내에 머무는 시간을 늘렸다. 특히 리뉴얼 이후 20~30대 고객 비중이 48%에서 53%로 높아져 한층 젊어진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백화점관계자는 “백화점 안에 스트리트 몰을 넣는다 생각했다”며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고객들에게 쇼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현대 목동점은 승패를 떠나 전장의 선봉에 나선 만큼 매장 대형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다양화를 통해 한층 진화된 유통 형태를 보여줬다. 내달 19일 오픈하는 국내 최대 쇼핑몰 타임스퀘어는 어떤 카드를 들고 있을까?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진화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양민 기자
ky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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