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소매업’ 베이비부머 창업자를 잡아라
가+
가-
관리력·사회 경력·자본력 두루 갖춘 ‘수준급 인력’

2009-05-11 오후 6:44:25



대기업 건설계열사 상무로 재직하고 있는 있는 한 모씨는 요사이 고민이 부쩍 늘었다. 25년 동안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니며 직장인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까지 올랐지만 올해 인사에서 후배가 먼저 전무로 승진하면서 곤란한 처지가 됐다. 두 딸을 시집 보낼 때까지는 직장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내년 승진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이제 슬슬 퇴직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직장 생활 25년을 건설계통에 종사해온 터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업종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에 창업 관련 사이트를 뒤져보지만 딱히 마땅한 아이템이 눈에 띄지 않는다.불현듯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의류회사 임원으로 있는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삽겹살집에서는 10만원 어치 팔려면 4명이, 1시간에서 1시간 20분 동안, 서빙을 14~18번 가량 해야하지만 옷장사는 잘만하면 10분도 안걸린다”는 것이었다. 맥주집에서 우스갯소리로 한 얘기여서 그냥 웃고 넘겼는데 아무래도 뇌리를 맴돈다. 옷장사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서 온라인 사이트 이곳 저곳을 기웃거려보지만 마땅한 정보가 없다. 차라리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는 게 낫겠다 싶어 급히 저녁 약속을 잡았다.


베이비부머는 대부분 ‘퇴직 예정자’

최근 한 캐주얼업체 임원이 실제 자신의 친구가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한 내용이다. 자신의 자문을 통해 확신을 얻게 된 한 씨는 현재 직장생활을 정리하면서 프랜차이즈로 가입할 브랜드 선정과 대상 점포 물색 등 창업 준비에 한창이라고 한다.

한 씨의 경우로 대표되는 국내 기업인력의 주력군인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퇴직이 시작되면서 패션 소매시장에도 ‘새로운 피’가 유입되는 등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일반적으로 6?25 전쟁이 끝난 1955년생부터 63년생까지를 베이비붐 세대라고 일컫는다. 지난 2007년부터 1955년생의 퇴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올해는 글로벌 경제 위기를 맞아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주 퇴직 대상이 되는 1957년~1959년생 직장인은 65만8000여명 수준이고 앞으로 10년 동안 퇴직자는 무려 210만명에 이른다.50세 안팎의 ‘한창’ 나이에 퇴직을 하게 된 베이비붐 세대들이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평균수명이 80~90세로 늘어남에 따라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가까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조사기관의 통계를 살펴보면 이 또래의 퇴직자 가운데 상당수가 창업 비용으로 2~3억원 가량을 투자할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사업을 벌이거나 이자 수입으로만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를 종자돈 삼아 남은 여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이다.

퇴직자들이 물밀 듯 몰려 나오면서 요식업, 주류업 등 각 소매업종에서는 이들 베이비붐 세대들의 자금과 창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창업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 신문과 집지 등 정보매체에서도 이들을 겨냥한 기획기사와 광고를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이 이와 같은 맥락이다. 200만명 이상의 퇴직자를 투자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창업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패션소매업은 전문분야다?

대다수의 예비 창업자들은 프랜차이즈 제과점이나 고깃집 등 먹는 장사를 창업 우선순위에 둔다. 패션 소매업은 전문 분야라고 생각해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패션 소매업은 ‘위탁제 프렌차이즈’가 일반화 되었기 때문에 상권 환경에 적랍한 브랜드만 잘 선택한다면, 큰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최근에는 가두상권 대리점에 강했던 캐주얼 외에도 여성복과 남성복, 아동복, 이너웨어, 패션잡화 등 전 복종에 걸쳐 대리점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건국대와 공동으로 ‘패션창업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능력 있는 창업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이랜드그룹 송진용 실장은 “해당 부분의 전문가들의 탄탄한 이론교육과 함께 현장교육을 통해 초보자들도 이 과정을 마치면 매장운영에 충분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잉공급으로 인한 유통채널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패션 소매점 역시 투자 대비 리스크가 높은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할인점과 인터넷쇼핑몰의 저가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허울 좋은 기업형보다 최선 다하는 실속형 각광

국내 패션 소매업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호황을 누렸다. 흔히 ‘상권시대’로 불리는 이 때는 명동과 동성로, 광복동, 충장로, 은행동 등에 A급 점포를 가진 점주가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했다.

브랜드들도 마진을 더 주고,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 주더라도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여타 상권의 점주들 또한 이들 핵심 상권에서 반응을 봐 가며 브랜드를 선택했다.일단 브랜드를 선택한 이후에는 모던 것은 브랜드를 전개하는 본사 몫이었다. 잘 팔리는 상품의 재고가 적으면 영업사원을 붙잡고 떼를 쓰는 정도였지, 본사의 이익은 뒷전이었다. 매장 관리도 판매사원에게 일임했다.

최근 이러한 상권시대 점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권은 지역상권과 할인점, 아웃렛으로 쪼개져 매출은 반토막 났고, 더 이상 과분한 대우를 해 주는 신규브랜드도 나오지 않는다. 간판을 바꿔 달고 싶지만, 기존 투자비와 운영비를 감안할 때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핵심상권의 한 점주는 “매출은 반 토막 났는데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실력 있는 판매사원 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건비가 비싸 채산성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소매업에 대한 디테일일 갖춘 실속형 점주들은 불황을 모르고 있다. 이들은 상권 내 경쟁 브랜드 점포 시장 조사를 통해 부진 상품에 대해선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은 기본이고, 대안 상품을 얘기하기도 한다. 지역 내 영화관과 버스 정류장, 지하철에 광고를 하는 등 본사 못지 않는 마케팅을 펼치는 등 능동적이다.

매장관리 또한 직접 상품을 진열하고, 고객을 관리하는 등 실전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브랜드를 보는 기준도 다르다. 여타 상권에서 뜬 브랜드보다는 내게 맞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매출 외형이 적더라고 상권과 주변 유동고객, 투자비용 등을 꼼꼼히 따져 3000~4000만원을 팔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실속형 브랜드’를 찾고 있다.

브랜드를 전개하는 패션 기업들도 상권과 점주 선택 기준을 바꾸고 있다. 무조건 A급 강권, 경험이 많은 점주보다는 늘 연구하고 소매업에 집중하는 ‘실속형 점주’를 선화하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초보라도 본사의 가이드를 잘 따라 성실하게 운영하면 A급 점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소매 전문가들은 “경험이 많은 것도 도움이 되지만, 때론 과거 패러다임에 집착해 시장흐름에 역행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점주가 얼마나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