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패션기업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거둔 곳은 어디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일모직이 이랜드그룹을 제치고 대한민국 최고의 패션기업으로 등극했다. 수년 간 1위를 고수했던 이랜드는 1조1968억원을 기록, 2위로 밀려났다.
이번 조사는 2008년 매출액 상위 50개 기업집단, 69개 기업을 표본으로 2007년 대비 2008년 실적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일단 이번 분석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팽배해 있는 ‘패션산업 위기론’은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위 69개 기업이 올린 매출은 13조 3925억원으로 집계됐다. 2007년 12조4839억원에 비해 7.3% 신장한 것이다.
또 순이익율도 4.3%로 2007년 6.4%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로써 ‘매출 반토막’ ‘패션산업 고사 위기’라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상세자료 하단 표 참조>
제일모직 매출 톱
제일모직은 지난해 3조72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패션부문(원사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은 1조1616억원. 2007년에 비해 205억원이 증가한 금액이다. 나머지는 케미칼부문과 전자재료 부문에서 올린 매출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좋다. 지난해 영업이익 2402억원 가운데 556억원이 패션부문의 성과다.
이랜드그룹은 패션부문에서만 1조11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랜드월드의 매출 1조7038억원 가운데 2001아울렛의 1조156억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패션부문만 놓고 계산했을 때에도 지난해에 비해 830억원이나 빠지면서 1위 자리를 제일모직에 내줬다. 수익률도 곤두박질 쳤다.
이랜드, 이랜드월드, 데코, 네티션닷컴 4개사 가운데 흑자를 낸 회사는 네티션닷컴 1개 뿐이다. 나머지는 이랜드가 -337억원, 이랜드월드가 -468억원, 데코가 -4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데코는 2006년까지 적자 행진을 지속하다 2007년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적자로 돌아서면서 아쉬움을 샀다.
3~4위는 코오롱그룹의 패션3사(FnC코오롱, 코오롱패션, 캠브리지)와 LG패션간의 대결이었다. 외형면에서는 코오롱 3사가 LG패션을 224억원 가량 앞섰다. FnC코오롱이 4774억원, 코오롱 패션이 2353억원, 캠브리지가 1287억원을 합하면 8414억원이 된다. LG패션은 지난해 계열사로 추가한 파스텔세상의 매출 280억원을 포함해 819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역시 지난해 계열사로 편입된 트라이본즈의 매출이 잡혀있지 않은 수치라 실제로는 LG가 코오롱을 앞질렀을 가능성이 크다.매출도 매출이지만 LG패션은 비교 평가한 45개 기업군(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계열사를 제외하고 LG패션만으로도 영업이익 1058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727억원에 달해 가장 짭짤한 장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1~4위 까지는 이랜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삼성, LG, 코오롱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다. SK네트웍스도 지난해 사업 실적이 괜찮은 편으로 알려졌지만 SK그룹의 지주회사로 여러 사업부문이 연결되어 있어 패션부문 매출만 따로 떼어 볼 수가 없어 이번 비교 평가에서는 제외됐다.
5위는 세정그룹의 몫으로 돌아갔다. 「인디안」 「올리비아로렌」을 전개하는 세정이 4659억원, 「니」 「크리스. 크리스티」를 맡은 세정과미래가 6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월상품 매출이 빠진 수치다. 세정은 주력 2개 기업의 이월 재고를 별도법인 세정이십일로 이관해 유통시키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정이십일이 올린 매출만해도 955억원에 달한다. 3사의 매출을 합치면 6300억원이 된다.
6위는 신성그룹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신성통상이 3738억원, 에이션패션이 1296억원의 매출을 올려 처음으로 5000억원 고지를 돌파(5034억원)했다.7위에는 형지그룹이 올랐다. 형지그룹은 형지어패럴 2619억원, 형지크로커다일 614억원, 형지끌레몽뜨 193억원, 샤트렌 594억원 등 모두 40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 매출 3587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형지어패럴은 첫 4000억원 돌파와 7위 도약 외에도 여러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국내 여성복 시장을 대표해왔던 한섬(12위), 신원(8위), 인디에프(18위) 등을 제치고 당당히 국내 최고의 여성복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8~10위는 각각 신원(4014억원), 금강(3778억원), 나이키스포츠(3640억원) 순이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3590원으로 11위에 랭크됐다. 한국 여성복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한섬이 10위권 밖으로 밀린 것은 이례적인 결과다. 2007년 3186억원으로 신원의 뒤를 이어 10위에 올랐던 한섬은 지난해 826억원(29.9%)이나 껑충 뛰어오른 신세계인터내셔널에 밀리며 10위권을 내주고 말았다.
신장율 에프엔에프, 순이익율 인디에프
매출 신장율은 에프엔에프가 가장 높았다. 에프엔에프는 지난해 「엘르 레이디」를 철수하는 악재 속에서도 1024억원에서 1903억으로 85.5%에 달하는 신장율을 기록했다. 관계회사인 베네통코리아도 12.3%나 매출이 뛰는 등 불황 속에서도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MCM」을 전개하는 성주디앤디도 30.6%의 높은 신장율을 보였고 「노스페이스」의 골드윈코리아가 23.3%, 신원이 21.7%로 상위권에 랭크됐다.외형 규모보다 얼마나 내실있는 장사를 했는지는 매출액 대비 순이익율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순이익율이 가장 높았던 회사는 인디에프다. 2270억원의 매출 가운데 23.1%인 545억원의 이익을 냈다. 또 골드윈 코리아도 매출 2617억원에서 20.8%인 545억원을 이익으로 거뒀다.한섬은 외형 매출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렸지만 여전히 순이익 면에서는 톱클래스다. 지난해 3346억원의 매출 가운데 16.3%인 547억원을 이익으로 실현했다. 이밖에 이엑스알코리아가 매출액 대비 15.8%, 세정이 13.6%로 순이익률이 높았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