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國, 섬유·패션 지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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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비준·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등으로 돌파구… 美 소비시장 회복 기대

2008-11-17 오전 10:34:58



오바마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이 섬유·패션 소비시장 되살릴 것
OEM 방식 벗어나 자체 브랜드 수출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해야



내년 1월 20일 취임 예정인 오바마 美 44대 대통령 당선자의 행보가 세계 섬유·패션 시장에도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섬유·패션 업계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 경기가 조속히 회복 국면으로 전환되기를 희망하며 한·미 FTA 비준과 미북, 남북 관계의 개선에 따른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등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 FTA 비준과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섬유·패션 업계는 한·미 FTA 비준을 마치고 미 정부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메이드 인 코리아’로 인정하게 되면 중국 등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 자동차 산업에서의 한미간 무역불균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서 한·미 FTA 비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에 취임하면 자동차 분야를 포함한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설 분위기다. 최근 GM을 비롯한 미 자동차 3사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어 회생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한·미 FTA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 FTA 비준은 미뤄져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고도 5~6개월이 지난 내년 하반기에나 진행, 빨라야 2010년에나 처리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오바마 당선자가 북한과의 직접 대화 등으로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며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업계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으나, 많은 난관이 가로막고 있어 검토에 들어가는 것 조차 시기적으로 늦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바마 홈페이지에도 북핵 문제가 일체 거론되지 않아, 경제 회생에 주력하는 오바마 새 정부의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는 비관적인 분석이다. 또 오바마 정부가 집권 초기에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해 충돌한다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결국 한·미 FTA에서 개성공단의 ‘역외 가공’을 인정, 생산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로 바뀔 것으로 보이나 우선 북핵 문제가 제거되고 미국과 북한, 남북 관계가 호전된 이후 다시 미국과의 협상으로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편 개성공단 진출업체들은 이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늦더라도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보고 내수 시장에 생산 제품을 공급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공정무역’ 앞세운 보호무역주의 거셀듯 

KOTRA는 최근 오바마 정부의 전반적인 통상정책이 공정무역을 내세운 보호무역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이봉수 석좌교수는 “오바마 정부는 미국 중산층을 보호하고 미국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미국 기업들의 해외 아웃소싱에 제동을 거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보호무역주의는 중국 등 수출국에 영향을 미쳐 새로운 무역 장벽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섬유 제품에 적용되던 수출물량 제한조치인 특별 세이프가드, 쿼터제도가 올해 말로 종료되면 중국산 섬유 제품의 미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내년에는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연장을 거론하고 있으나, 관련 단체나 중국에 진출한 국내 업계에서는 올해 말로 종료되는 것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정부의 새로운 보호무역주의가 반덤핑 상계관세 등 새로운 형태의 무역 장벽으로 나타나 해외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 국내 섬유·패션 업체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시장 회복 기대 

국내 섬유·패션 업계는 무엇보다 오바마 당선자의 경제 정책이 반영되어 미국 경기가 조속히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구매력이 향상되지 않고는 어떤 긍정적인 요인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경제는 금융 위기에서 소비자가 주도하는 공황으로 옮겨 가는 분위기이다. 한국섬유마케팅센터 LA 지사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는 의류뿐 아니라 자동차, 가전, 식당 할 것 없이 모두들 경기 침체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특히 의류는 그 동안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던 주니어의 지존 에버크롬비(Abercrombie)와 아메리칸 이글(American Eagle) 등도 매출이 감소하고, 오히려 동종 업계에서 가장 저가인 상태로 매출도 상대적으로 적었던 에어로포스텔(Aeropostale)만 현상 유지하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중산층이 붕괴되며 월마트가 4~5%, 타겟이 6~7%, 갭이 9%, 에버크롬비가 12% 정도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국 시장의 바로미터인 월마트 매출이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희망이 없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부시 정부 시절에는 기대 조차 할 수 없었지만 오바마 당선자의 강력한 경기 부양 정책이 효과를 보여 섬유·패션 소비 시장이 조속히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 'O세대' 신 소비층 부상

지난 9일 뉴욕타임즈는 오바마 후보의 승리를 이뤄낸 젊은 층 유권자 등 오바마 지지자들을 'O세대'로 소개했다. O세대는 지난 1940년대에서 1960년대 초의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비교적 젊은 사람들로 이번 선거에서 상당수가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다. O세대의 특징은 인터넷을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하나로 묶인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수많은 유권자를 방문하고 나이든 사람들을 찾아가 오바마 후보 지지를 설득했고, 18~29세의 젊은 층 유권자들의 66%가 오바마 후보에게 투표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들은 오바마 후보에게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보았고, 오바마 정부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와 같이 개인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개방성·투명성 그리고 팀웍을 중시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하나로’ 묶여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패션 시장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 하며 미국 내 유통 구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인 개방성과 투명성을 패션에서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미국 소수 인종 ‘뉴 아메리칸 드림’

이번 대선에서 미국 내 소수 인종의 힘이 커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1980년 대선 당시 소수 인종은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33%를 차지했다. 오바마 당선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사람들이 미국 인구의 14.8%를 차지하고 있는 라틴계와 4.4%를 차지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었다. 퓨리서치는 “미국 인구는 현재 3억명으로 2050년 4억3800만명까지 꾸준히 늘어나며, 인구 증가의 82%가 이민자로 채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이번 선거를 통해 다인종, 다문화를 수용,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안 등 소외 계층을 껴안는 ‘뉴 아메리칸 드림’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따라서 오바마 당선자가 이들에 대한 사회 복지 정책을 강화하며 생활이 향상되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패션이 새롭게 주목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중남미 관계 개선 신시장 부각

이란이나 중남미 등 불편한 관계를 가졌던 국가들과 미국이 관계를 개선하며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가 지난 7일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수용할 수 없으며, 이란이 테러조직을 지원하는 활동도 중단해야 한다고 명백하게 밝혀 이란과 당분간 충돌이 예상된다.

이란은 오바마 당선자가 취임 후 이란에 대한 정책 변화를 가져올 인물로 기대해 왔다. 특히 오바마 당선자는 “적대 관계에 있는 이란과 북한의 지도자를 조건 없이 만나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란의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미국의 대선 다음날 오바마에게 축전까지 보냈었다.

당장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고 있는 오바마 당선자이지만 이란과의 관계는 회복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과 중남미의 관계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반미 국가들과 이념적 대립은 줄어드는 반면 통상 압력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자는 중남미 외교관계 강화 의지를 강조해왔다.

새 정부의 중남미 외교 핵심은 좌파 정권인 쿠바, 베네수엘라다. 오바마는 쿠바계 미국인들의 여행 및 송금 자유화 조치를 약속하고,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대화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베네수엘라산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차베스 대통령과 회동의사도 밝혀왔다.

오바마는 남미 미국의 골칫거리인 콜롬비아의 마약·게릴라 퇴치 프로그램과 멕시코, 중미 국가들의 폭력범죄 등과의 전쟁에 대한 지원도 약속한 상태다. 볼리비아, 가이아나, 아이티, 온두라스 등 빈곤국에 대해서는 부채탕감 의사를 밝혔다. 이란이나 쿠바·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과 미국의 관계가 개선되면 섬유·패션 신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업계의 대응 방향

오바마 정부와의 재협상 가능성을 우려하는 국내 섬유·패션 업계는 한·미 FTA 비준을 준비하는 정부를 돕고, 개성공단이 우리 업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때까지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OEM 수출 단계를 벗어나 중국뿐 아니라 미국 등에도 자체 브랜드를 수출을 할 수 있는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현지 전시회에 소재 업체뿐만 아니라 의류·패션 업체의 적극적인 참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섬유·패션 업계의 미국 시장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미국으로의 섬유·의류 수출 실적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해외 생산 기지로 수출되는 원자재가 다시 제품으로 만들어져 미국으로 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질적으로는 줄지 않았다”면서 “미국 시장을 예의 주시해야겠지만 가능한 비중을 줄여나가며 경험을 살려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는 시장 다변화 전략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조언했다.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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