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1990년대 후 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2000억원대 브랜드까지 속출 할 정도로 가히 폭발적인 수 준의 성장을 거듭했던 캐주얼 시장. 그러나 호시절도 잠깐. 소비자들의 급속한 변화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에 도 적응하기 힘든 상황에서 글로벌 패션 시장을 주도하는 대형 브랜드들의 국내 직진출이라는 악재가 겹쳐 경영 환 경을 압박하면서 캐주얼 브랜드의 위상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특히 「유니클로」 「자라」 「갭」 「바나나리퍼블 릭」에 이어 지난 9월 5일에는 초저가 패스트 패션으로 세 계 패션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포에버21」까지 명동에 초대형 매장을 오픈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공세를 강 화함에 따라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은 이제 ‘생존’을 건 한 판 승부를 앞두고 있다. 최근 본지가 캐주얼브랜드 본부장급 임원과 CEO 31명을 대상으로 현재 캐주얼시장 경기를 묻는 질문에 ‘매우 나쁘 다’를 비롯해 부정적인 응답 비율이 80.6%에 달했다. ‘좋다’ 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고, ‘보통 수준’이라는 응답이 19.4% 에 그쳤다. 올해 예상 성장율을 묻는 질문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는 답변이 61.3%에 달했다. 22.6%는 ‘10% 미만 성장’ 이라고 답했고, 9.7%의 경영자가 10~20%를, 20% 이상 성 장을 전망하는 경우는 6.5%에 불과했다.
소모적인 경쟁이 화 불렀다
이처럼 캐주얼 브랜드들이 맥을 못추고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 며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 때 장기적인 투자와 경쟁력을 갖 추는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권성재 더휴컴퍼니 사장은 “현재 캐주얼 시장이 난관에 봉착한 가장 큰 이유는 인재육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무 리하게 성장위주의 전략을 펴다보니 신입사원을 뽑아 장기 적인 관점에서 투자와 교육을 하지 못하고 당장 실무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 위주로 조직을 구성하게 돼 결과적으로 기업 인프라와 인재확보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경쟁력을 갖추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의 캐주얼 시장은 런칭 3년 이내에 1000억 원대 브랜드 대열에 올라야 ‘성공했다’고 명함을 내밀 정도 로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10 년, 20년 기업을 경영하며 쌓아온 인프라나 인재 확보 등 준 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급작스런 시장 성장을 맞닥뜨리다보 니 고액 연봉을 주고 경쟁기업의 핵심 인재를 스카우트 하 는 등 비정상적인 경쟁이 판을 쳤었다. 좋은 직원 뽑아서 열 심히 훈련시켜 봐야 1~2년도 안돼 다른 회사로 옮기는 풍토 탓에 인재육성이라는 건 엄두도 못내고 너나 없이 인재 빼 오기에 바빳던 것이 우리 캐주얼 업계의 분위기였다. 또 브랜드 이미지나 아이덴티티에 관계없이 디자인만 예쁘고 가격만 싸면 잘 팔렸기 때문에 무리한 스타마케팅과 무분별한 카피가 횡행했다. 결과적으로 경기침체, 소비 성향 변화 등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위기관리를 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실제 경기상황보다 캐주얼 브랜드가 느끼는 체감 현실은 더욱 혹독하게 다가온 것이다.
글로벌 브랜드 직진출ㆍ고마진 유통구조로 몸살
캐주얼브랜드 경영자들은 경영환경을 위축시키는 요소 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고마진 유통구조’(32.3%)와 ‘글로벌 브 랜드 직진출’(31.3%)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대다수 국내 캐주얼 브랜드들의 매출구조는 2~3개 대형 백화점 의존도가 전체 브랜드 외형의 절반이 넘는다. 이들 중 상당수는 35~38%에 달하는 백화점 수수료에 인건비, 인 테리어비 등을 포함한 판매관리비를 합치면 100만원을 팔 아봐야 수중에 쥐는 돈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 다하다. 여기에 생산비, 물류비용, 본사 인건비 및 유지비를 더하면 잘해야 5~10% 안팎의 수익을 내는 데 그친다. 이것도 지금처럼 불경기를 맞기 전의 계산법이다. 60%가 넘는 브랜드가 전년대비 역신장을 기록하고 있는 현재 상황 에서는 이제 ‘적자 폭을 줄여 살아남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2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A본부장은 “그나마 경기가 호황일 때는 적게 남아도 많이 팔아서 이익을 맞출 수 있었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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