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몇 업계의 지인들과 만나서 한숨 나오는(?) 국내 패션산업 현실에 대한 격정 어린 토론을 벌이다가 휴가 기간을 이용해서 우리 보다 앞서서 같은 고민을 해왔을 일본 패션 시장을 돌아보자는 데 의기 투합을 하고 지난달 말 바다를 건너 머리 속이 이글거릴 정도의 폭염 속 도쿄 거리를 하루에 2,30㎞씩 걷는 강행군을 하면서 일정을 마쳤다.
일본 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우리의 현재 모습이나 미래 모습에 대해 여러 차례 이 곳 <패션인사이트> 지면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체험하게 될 느낌은 어떨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업계의 베테랑들을 안내해야 하는 입장에서 신생 여행사의 가이드라도 된 양 스케줄을 마련하는데 적잖은 시간 고민을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오랜 세월 일본 시장을 상품개발 혹은 브랜드 개발의 참고 시장으로 활용해 온 우리들이지만 그들이 경험한 50년 가까운 패션 산업의 시점별 전개를 현재 기준으로 한눈에 소개한다는 전제 설정이 무리인 줄은 잘 안다.
하지만 모든 국내 패션 인들의 관심사인 생존 방법론, 현재의 불량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다음 상황은 어떤 전개가 일어날 것인지? 더 나아가서 시장의 주도권을 행사할 주체는 누구? 혹은 어떤 업종이 될 것인지? 같은 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접근 방법으로 우리와 유사한 성장 패턴을 보여주면서 선진국이 된 이웃 일본의 패션 산업의 역사를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한 스케줄을 다음과 같이 마련해 보았다.

오리엔테이션
위와 같은 일정에 따라 도쿄에 도착한 일행들과 90년대 후반 신주쿠(新宿) 부흥의 기수가 된 다카시마야 타임스퀘어(사진1)를 배경으로 조그만 커피숍에 앉아 아이스커피를 한잔씩 마시면서 다음과 같은 일본 패션 업계와 유통간의 줄다리기와 관련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하였다.
1974년 일본에 우리가 대점법이라고 부르는 大規模小賣店鋪法(실제 명칭은 ‘대규모 소매점포에 속한 소매업 활동의 조정에 관한 법률’)이 기존의 백화점 법을 대신해 처음 시행됐지만 우리의 공정거래법이 백화점에 대해 별다른 제어 장치가 못 된다고 패션 업계가 생각하는 것처럼 일본도 오랜 시간 법 자체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추가로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1977년 기존 지방자치체에서 시행해오던 ‘소매업의 조정에 관한 조례’를 법령으로 개정해 ‘소매상업특별조치법, 약칭 商調法’을 추가로 시행하면서 대형 유통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일본 정부의 정책 변화와 함께 일본의 패션 산업은 심각한 패러다임 변화에 돌입하기 시작한다.
실제 대점법을 강화한 일본 정부는 중소 상공인의 사업활동 확보, 소비자 이익의 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을 내세웠지만 대점법으로 인한 문제점은 법에서 규정한 상업활동조정협의회와 같은 조직들로 인한 대형 유통과 중소 상공인들의 마찰로 이어졌고 실제적인 피해는 백화점은 일부 성장세의 둔화현상이 나타났지만 상대적 약자인 패션기업이나 중소 유통들이 보호대상이 되지 못하고 더 큰 피해를 입게 된 현상이 나타났다.
80년대 이후 일본의 국민들은 엔화의 위력을 해외에서 발휘하기 시작하였는데 지금의 일왕이 즉위하면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平成 Bubble’기에 이러한 행태는 불과 10년을 가지 못하고‘헤이세이 데프레(平成 deflation)’라는 장기 침체 국면을 불러왔다.
이후 약 15년간 일본의 패션 산업계는 커다란 변혁기를 갖게 된다. 이 변혁기 동안 일본 백화점 업계는 크게 합종연횡을 통한 생존방식을 통해서 여전히 일본 전역에 260개가 넘는 점포망을 유지하면서 생존(물론 수익성 면에서는 형편없어짐)하고 있지만 대점법이 보호하려던 중소상공인들의 사업활동은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시장의 요구에 따라 사업행태가 송두리째 없어지거나 축소되고 이 자리를 다른 행태가 치고 들어오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번 여행에서 살펴보려는 부분이 바로 이 시기의 일본의 변화 현장이 중심이 될 것이다.

첫째날, 신주쿠(新宿) 지역
패션인들에게
<김묘환 CMG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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