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날이 치솟는 원유 값 때문에 석유를 생산재로 사용해야 하는 기업체와 운전자들의 주름살이 늘어나는 반면, 중동 산유국들의 국제적 경제 파워는 날로 거세지고 있다. 물론 화석 연료인 석유의 재고량이 언젠가 바닥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석유 하나로 떵떵거리는 중동 산유국들의 전성시대도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두바이의 국영 투자회사인 이쉬티트마그룹이 미국 패션의 상징인 바니스뉴욕을 인수하면서 세계 패션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패션 유통국으로 거듭나려는 중동의 오일 파워와 패션의 상관성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경제·금융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793명으로 집계된 전세계 군주 및 독재자의 총재산을 추정해 공개했다. 그 결과 1위부터 4위까지는 석유 부국의 군주들이 순위를 싹쓸이하면서 막강한 ‘오일 파워’를 과시했다.
1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 아지즈 국왕으로, 추정 재산은 210억 달러(약 19조7300억원)로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하는 액수다. 아지즈 국왕의 뒤를 이어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이 총 200억 달러(약 18조7900억원)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칼리파 빈 자예드 알-나야한 대통령(190억 달러)이 차지했으며, 4위에 오른 UAE의 두바이 지도자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마크툼은 140억 달러(약 13조1540억원)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에너지 안보 논리와 중동의 동진정책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 맥켄지’도 자체 보고서에서 중동 산유국들이 10년 안에 1일 정유 능력을 400만 배럴 이상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 국가들이 2004~2030년 890억 달러를 정유 시설에 투자할 것으로 추산한다. 선두 주자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는 공격적 투자를 통해 10년 안에 정유 능력을 60%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치솟는 국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정유시설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중동 산유국들은 주로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이미 장거리 시장까지 수출을 늘리기 위해 대형 유조선들을 새로 발주하고 있다.
‘아시아와 석유의 축 형성=중동 국가들의 국제 석유시장 지배력 강화’라는 공식에 따라 최근 부쩍 아시아 시장에 주목하는 ‘동진정책’을 펴고 있다. 서방 시장과 기술에 대한 절대적 의존에 벗어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동과 동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석유의 축’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석유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슈퍼 파워로 군림해온 미국에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는 미래 시장을 겨냥해 잇따라 중국에 정유공장과 원유 저장시설 건설을 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전세계 원유 공급의 40%를 차지하며, 원유 매장량의 75%를 가지고 있다. 중동과 러시아, 서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는 원유 매장량이 계속 줄고 있고, 북미나 유럽, 러시아는 장기적 이익과 환경문제를 고려해 정유 시설 투자에 주저하고 있다.
“중동석유 의존도를 75% 줄이겠다”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에도 불구하고, 분석가들은 중동 의존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세계적인 다국적 패션 기업이나 럭셔리 브랜드들이 새로운 꿈의 시장으로 부상한 ‘중동’으로 발걸음을 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오일 머니의 글로벌 패션 기업 사냥(?)은 세계 패션 유통의 중심 미국 패션은 물론, 패션의 첨단을 달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긴장시키고 있다.
두바이 오일 자본의 바니스뉴욕 인수 의미
최근 아랍에미레이트령 두바이(아랍에미리트의 토후국)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 정부와 투자업체들이 글로벌 M&A 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하고 있다.
두바이는 인구가 90만 명에 불과한 중동의 작은 국가로 한정된 석유 매장량을 제외하곤 볼 만한 역사적 유적지 하나 없는 불모지였다. 그런 두바이가 불과 10여 년 만에 세계 금융과 무역 관광과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타워 크레인의 20%가 두바이에서 사용 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막 전체가 리모델링 중이다.
두바이의 라시드 항구는 중동을 대표하는 물류 무역항으로 자리 잡았고, 세계에서 최고로 호화로운 호텔이라는 버즈 알 아랍, 삼성물산이 건설중인 세계 최
예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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