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복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A 사장은 몇 해전 대형마트 내 의류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해 대형마트와 가두상권 중심으로 유통을 전개하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A 사장의 예상은 적중해 소비자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대형마트에서도 좋은 조건으로 매장을 내줘 순식간에 매장 수를 50개 까지 늘릴 수 있었다. 게다가 경쟁적으로 신규 출점을 하는 업체들 덕분에 매장 수는 금방 70개가 넘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16~18% 정도 하던 판매 수수료가 어느 순간 20%를 넘더니, 올해는 그동안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던 27%에 달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A 사장은 “올 초 한 대형마트로부터 수수료 1% 인상 통보를 받았다. 해가 넘어갔으니 예상이야 하고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2% 올렸는데 시장 상황을 감안해 올해는 1%만 올리겠다’며 생색내는 담당 바이어를 보니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얘기가 절로 나왔다. 갈수록 수익율이 악화되고 있어 비즈니스 모델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의류브랜드 대형마트서 빨간불
의류 브랜드의 대안 유통으로 떠오르며 러시를 이루던 패션 브랜드의 ‘대형마트行’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수료 등 판매 제반 비용이 백화점 수준을 웃돌면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20% 안팎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의류 브랜드들을 유치해왔다. 패션업체 입장에서도 백화점에서 7000만원 팔고 밑지느니 3000만원 팔고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대형마트의 수익구조에 매료돼 이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를 속속 런칭하는 등 날이 갈수록 시장 규모가 커져갔다.
특히 남성복 시장은 2005년 2천700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3천500억원을 넘어서더니 올해도 4000억을 가뿐하게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15% 내외였던 수수료가 어느덧 25%에 달하면서 말못할 고민에 빠진 브랜드들이 많다. 중간관리자를 세우는 영업 특성상 15% 내외의 중간관리 수수료가 추가로 빠지기 때문에 결국 판매와 관련해서만 40%가 넘는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슬며시 각종 행사에 상품권 증정까지 협력업체에 떠넘겨 실제 외형 대비 비용을 따져보면 오히려 백화점보다 높다는 것이다. 또 대형마트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점포를 확대하면서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들어가는 ‘옵션’형 매장도 늘어 재고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게다가 대형마트 사이의 과열 경쟁으로 인해 5% 미만으로 떨어진 식품ㆍ공산품의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 패션 브랜드의 입점을 늘리는 바람에 브랜드간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졌다.
한 남성복 브랜드 관계자는 “주력으로 가져가고 있는 점포에서조차 전년비 10% 이상 역신장 했는데도 ‘수수료는 당연히 올려야 한다’는 대형마트의 사고방식에 기가막힐 뿐”이라며 “판매 제반 경비에 본사 인건비, 재고 비용까지 합치면 이미 영업이익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졌고, 자칫 차입금이라도 늘어나는 순간에는 적자 경영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마트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회사 방침’이라는 소리 뿐이었다.
그나마 홈플러스의 경우 탄력 마진제를 시험 적용해 일부 브랜드를 대상으로 매출이 높은 점포는 더 받고, 매출이 낮은 점포는 낮춰주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전 브랜드로 확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수수료 1%가 수익율 1%
대형마트 입점 업체 가운데 중저가 캐주얼은 비교적 형편이 나은 편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실익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철수해도 큰 타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수료도 남성복이나 아웃도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옵션형 매장도 서로간의 필요에 의해서 조절할 수 있다. 힘의 구조가 일방적으로 유통업체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마트에 ‘올인’하고 있는 연매출 300~400억원 사이의 소규모 업체들은 상황이 다르다. 힘의 논리에서 밀리다보니 유통에 끌려갈 수 밖에 없고 힘에 부쳐도 수수료 인상 요구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형마트 브랜드의 이익율은 얼마나 될까. 업체 관계자들은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3년 사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대답이다.
실제 한 대형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G 브랜드의 25만원짜리 남성 정장. 원가 7만1500원(3.5배수)에 대형마트 수수료 6만7500원(27%), 중간관리 수수료 3만7500원(15%), 부대비용 5000원(2%)을 제하고 나니 본사수익은 고작 6만8500원에 불과했다.
판매할 수 있는
김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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