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업체 출신 A씨는 지난해 상반기 미국 「사우스폴」에 입사했다. 올해로 경력 10년 차인 그는 한국에서 경력을 인정받아 상품기획부 팀장을 맡고 있다.
“맡은 업무는 한국과 비슷하다. 상품기획을 총괄하는 실장 아래 남성, 여성, 영맨, 아동 등 6개 부문별 팀장들이 실무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에 비해 디자이너의 역할이 한정돼 있고, 상대적으로 MD의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최근 미국 패션기업에 한국 출신 인력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능력과 성실함에서 미국 현지인과 비교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사람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오후 6시만 되면 퇴근한다. 시간 외 수당이 주어지고 그에 대한 근무평가도 뒤따르지만 ‘내가 일한만큼 받고 개인 생활을 즐기겠다’는 것이 대다수 미국 사람들의 생각이다. 반면 한국 사람은 개인보다는 팀과 회사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근무 시간도 남보다 일찍 출근해 보통 밤 10시에서 12시까지 남아서 일을 한다. 상품에 대한 안목이나 판단력도 한국 사람이 뛰어나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다.”
A씨는 미국으로 건너 온 이유는 무엇보다 스케일이 큰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은 욕구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A씨는 “사실 급여 차이는 크지 않다. 연봉은 한국에 비해 1.5배 수준이지만 주택 월세와 소득세율이 한국에 비해 높기 때문에 실제 소득은 비슷하다. 뉴욕은 보통 월세가 150만원 정도이며, 독신자는 33%, 기혼자는 27%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사우스폴」은 연매출이 6천억원(도매가 기준)에 이르는 등 스케일이 엄청나다. 따라서 한국 브랜드에 비해 로트(lot) 개념이 다르다. 아무리 적어도 컬러별 1~2만장씩 발주하며, 심지어 하루에 300만장을 발주하기도 한다. 순간 순간이 중요하기 늘 현장과 생산 현장을 돌며 흐름을 체크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제시페니, 시어즈 등 대형 백화점은 직접 판매현장에 나가서 바이어들로부터 상담하며 직접 오더를 챙기기도 한다.
“현장에서 굵은 베테랑 바이어들은 현장에서 몇 십, 몇 백만 장의 오더를 하기도 한다. 본인이 기획한 상품에 대한 평가가 곧 바로 이뤄지므로 늘 긴장을 늦출 수가 없지만, 대형 오더 한 방은 ‘메이저리거의 홈런’ 같은 짜릿함이 있다.”
A씨는 1~2개월에 한번은 세계 각지로 출장을 다닌다. 대부분 인도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이 많지만 유럽과 남미 등 경쟁력 있는 소싱처면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미국 패션 시장에서는 한국 출신 디자인실장이 성공시킨 브랜드가 간혹 이슈가 되기도 한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아비렉스」도 한국 출신 디자이너가 매니저로 참여했다고 한다. 매니저는 대략 15년차 이상 경력자가 맡는데, 연봉은 20~30만 달러 수준이다. A씨는 “초기에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좀더 열심히 일해서 일단 브랜드 매니저로 인정받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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