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패션, 가격 경쟁력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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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0 오후 2:19:43


그 동안 할인점은 장밋빛 청사진으로만 그려왔다. 실제 할인점은 그에 걸맞은 성장을 해왔다. 매출도 출범한 지 10년이 안 되는 지난해 21조6천억원을 넘었다. 같은 해 16조6천억원을 기록한 백화점을 5조원 가량 앞지른 것이다. 패션업체들도 유통비 부담이 큰 백화점을 박차고 2~3년 전부터 할인점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할인점으로 진출한 패션업체들 사이에서 할인점 시장에 대한 불만과 문제제기가 일고 있다. 할인점의 정책과 전략 부재로 인해 패션이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효율경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대안유통이 되리란 기대는 고사하고, 생존을 위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현 시점에서 할인점 패션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또 패션업체에서 기대하는 생명력 있는 유통채널이 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이마트 월계점에서 만난 이윤희(31세) 씨는 다섯 살 된 여자아이를 두고 있는 맞벌이 주부다. 결혼 전만 해도 그녀는 의류는 당연히 백화점에서 사는 것으로 알았다. 결혼한 뒤 직장일과 살림을 병행하다 보니 쇼핑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고, 경제적으로 부담도 돼 자연히 백화점과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대신 생필품을 사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 가량 할인점을 찾으면서, 그곳 의류 상품이 가격에 비해 품질도 괜찮다고 생각해, 이후 아이 옷 사는 것은 할인점을 주로 이용했다. 더욱이 할인점을 이용하면 백화점의 절반이하 가격에 옷을 살 수 있고, 남은 돈으로 아이를 위한 다른 곳에 쓸 수 있다는 점이 그녀에게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하지만 올 초부터 할인점에서 그녀가 아이 옷을 사는 구매 빈도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거의 할인점에서 구매를 않고 있다. 할인점 의류가 그녀로부터 외면받게 된 이유는 뭘까?

처음에는 할인점 아동복 매장에서 판매하는 디즈니 만화 캐릭터가 큼직하게 들어간 상품이 친근하고 예쁘기도 해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익어 식상해진 것이다. 또 캐릭터가 들어간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 상품은 다양성도 부족하고, 백화점 상품과 비교해 품질 차이도 커 보였다.

그래도 매장을 지나다 매대에서 판매하는 옷이나 눈길을 끄는 기획상품이 있을 때는 가끔 한두 벌 사기도 한다. 하지만 정상상품에는 거의 손이 가지 않는다. 매장 앞에서 연중 상시로 행사판매가 진행되는 통에 정상상품을 사는 것은 왠지 밑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행사나 기획상품에 익숙해지면서 가격도 그녀에게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졌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할인점에서 본 것과 같거나 비슷한 상품이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우연히 찾게 된 동대문 두타 6층 아동복 매장에 자신이 찾던 아기자기한 상품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결국 그녀의 관심은 할인점에서 인터넷과 동대문으로 향하게 됐다.


저가 일변도 전략이 문제
최근 업계 일각에서 할인점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잦아졌다. 할인점들이 정책과 전략 부재로 인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패션 유통채널로서 가치를 못 주고 있다는 목소리다. 할인점들이 일반 가두점과 같은 인숍 형태 매장을 강화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가격 이외의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할인점을 주력 유통망으로 전개하다 올 초부터 가두점 유통을 병행 전개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백화점과 가두점의 대안유통이 되리란 기대와 달리 현재의 할인점은 필요해서 의류를 구매하는 단순한 판매 장소”라며 “이는 할인점들이 일반 생필품과 같은 개념으로 패션에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의 근거로 이 관계자는 할인점의 전단지 광고를 들었다. 그는 “할인점 광고에서 브랜드별 차별화된 상품이나 마케팅 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세일 광고만 있을 뿐이고, 이조차 30∼40% 어정쩡한 것은 실을 수도 없다. 적어도 70% 이상은 돼야 수록이 가능하다”며 할인점 마케팅에는 초저가 가격전략만 있다고 성토했다.


아동복 정상 판매 20∼30%…무분별한 세일 행사 지적
이처럼 할인점의 정책과 전략이 가격 일변

박찬승 기자
pcs@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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