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에서 쉬거나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동대문 쇼핑타운 앞은 화려한 조명 아래, 쇼핑타운에 드나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10대 학생부터 30∼40대 주부까지 동대문 쇼핑타운은 낮을 방불케 하는 인파로 ‘낮같은 밤’을 연출하고 있다.
같은 시간 킴스클럽 강남점. 사람들이 매장을 돌면서 커다란 카트 안에 이 것 저 것 물건을 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계산대 앞에는 카트 가득 물건을 싣고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이 곳은 밤에도 낮처럼 사람들이 많다. 젊은 맞벌이 부부부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들, 중년 부부와 젊은 커플들까지 모두다 쇼핑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다. 늦은 밤이지만 이 곳의 테이크아웃 코너에는 가족이 함께 치킨, 떡볶이 등의 야식을 즐기는 모습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밤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영화관도 빼놓을 수 없는 놀이 중 하나. 동대문 프레야 타운 10층에 위치한 MMC 영화관은 국내 최초 24시간 상영관이다. 지난 겨울에 문을 연 이 곳은 주말 새벽 시간대 관객수가 5천명에 이르며, 이 시간대 매출이 전체의 50%에 달한다. 새벽 시간대에도 10개 상영관 가운데 3회 이상 매진 사례를 이룬다.
‘달밤의 체조족’ 등장
운동도 이젠 밤에 즐긴다. 자정까지 문을 열거나 아예 24시간 동안 운동을 할 수 있는 헬스클럽이 생기면서 일명 ‘달밤의 체조’도 밤 문화의 조류로 떠올랐다.
명동에 있는 캘리포니아 휘트니스센터에 가입한 7천여명의 회원 중 직장인 비율은 70% 정도. 이 곳은 최근 야간 헬스족이 30% 정도 늘었다. 특히 밤 8∼10시 사이는 발 딛을 틈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고, 폐점 1시간 전인 11∼12시 사이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이전보다 늘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24시간 영업을 표방하고 있는 이들 할인점과 쇼핑타운, 영화관, 헬스클럽은 늦은 밤에서 새벽 시간대에 이 곳을 찾는 이른바 ‘밤 손님’들로 영업에 활기를 띄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낮에만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밤에, 그것도 심야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
물론 아직까지는 일부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이제 ‘밤 문화’도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늦은 밤에 할인점이나 쇼핑타운에서 쇼핑을 즐기고 영화를 보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또 이렇듯 밤을 낮처럼 지낼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밤 문화 누가 즐기나?
밤 문화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낮에는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것.
킴스클럽에서 만난 강미진(30세, 반포동)씨는 “대학 시간 강사 일을 하고 있어 9시 이후가 돼야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이 곳은 일주일에 1번 정도 들르는데 보통 자정 이후에 와서 필요한 생필품을 구입한다”고 말했다.
연예인 매니지먼트 일을 하고 있다는 김진현(32세, 성수동)씨는 “일의 특성상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다. 영화를 보고 싶은데 낮에는 시간을 낼 수 없어 주로 밤에 영화관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두산타워에서 만난 백수현(26세, 신림동)씨는 “직장에서 퇴근하면 이미 백화점은 문을 닫은 후여서 쇼핑을 할 수가 없다. 주말에는 집에서 쉬거나 야외로 놀러 나가는 일이 많아 딱히 쇼핑할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쇼핑을 할 수 있고 볼거리도 많아서 퇴근 후 동료들과 동대문을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킴스클럽 강남점 판촉팀 조성광 대리는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어 가까운 서초구, 강남구에 거주하는 고객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지만 서울 이외에도 성남이나 과천, 안양 등지에서 찾아오는 고객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낮 시간에 집안 일로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는 주부나 퇴근 시간이 늦고 불규칙한 직장인들이 밤 시간을 이용해 쇼핑을 하거나 여가를 즐기고 있는 것.
노는 토요일 늘면 밤 문화 확대될 듯
주5일근무 또는 격주토요휴무 등이 사회적으로 정착되면 이러한 현상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공무원 사회까지 격주휴무가 확산되고 있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일하지 않는 토요일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직원들의 여가선용 기회를 늘리고 토요일 오후에도 민원 업무가 계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총 127 개과(사업소 포함)중 민원업무가 중심인 28개과에서 토요 격주 휴무제를 시범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토요격주휴무제는 각 부서별로 2개조씩 편성해 토요일마다 격주로 1개조는 쉬고 다른 1개조는 오후 5시까지 근무토록 하는 방식으로, 근무시간은 한 주는 48시간, 다른 한 주는 40시간으로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4시간으로 현재와 같게 유지된다.
시 관계자는 “민원인에게 불편이 가지 않도록 근무조를 짜도록 했다”며 “2∼3개월간 시범 운영한 뒤 경제성,
유정원·조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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