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년차인 김윤영씨. 잡지사 편집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최근 목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지난 주말, 찬거리와 휴지, 비누 등을 한꺼번에 사놓을 생각으로 남편과 함께 집 근처 까르푸에 들른 그녀는 깜짝 놀랐다. 의류 매장, 그것도 ‘백화점이나 대리점에서 볼 법한’ 브랜드들이 한 층 가득 들어서 있었기 때문. 이전에 살았던 집 근처에도 할인점이 있었지만 그곳에서 파는 옷들은 선뜻 집어들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가격은 싸지만 마음에 드는 디자인도 전혀 없고, 왠지 모르게 ‘싼 티’가 났기 때문. 그래서 할인점하면 ‘먹을 것, 아니면 잡다한 생활용품을 싸게, 한꺼번에 사는 곳’이라는 것이 그녀가 지니고 있었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곳 까르푸에 들른 후, 그녀의 이러한 생각이 바뀌었다. 1층 매장을 한바퀴 둘러보면서 그녀는 이번 여름 휴가 때 입을 수영복을, 남편은 편하게 입을 티셔츠 2벌을 샀다. “캐주얼의 경우에는 브랜드 종류도 많고 가격 부담도 별로 없어 편하게 집어들 수 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여성복과 남성 정장 브랜드의 상설매장도 있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앞으로는 굳이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게 그녀의 얘기다.
할인점, 의류 유통의 태풍의 눈?
백화점, 대리점 중심으로 형성돼있던 국내 패션계 유통망에 최근 할인점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들어오고 있다.
할인점은 ‘싸구려’ 상품, 혹은 ‘식품’과 ‘생필품’만 판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 즉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할인점에서 옷을 파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할인점에서의 의류 판매가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내셔널브랜드로 구성된 까르푸 목동점 1층 쇼핑몰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 롯데 마그넷의 경우만 해도 이전에는 전체의 15%를 밑돌던 의류부문의 매출이 현재 20%를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서 있다.
이처럼 할인점에서 옷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그저 가격이 싸기 때문일까? 아니면 가격 이외의 또 다른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일까?
시장보다 더 싼 할인점 의류들
물론 할인점 의류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싼 가격이다.
이마트를 찾은 주부 서원정(43세, 성수동)씨는 “잠깐잠깐 밖에 나가거나 집에 있을 때 입을 옷은 주로 할인점에서 사는 편”이라며 “아이템 별로 한꺼번에 진열해 놓고 파는 제품은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가격이 싼 경우가 많고, 디자인도 무난해 입을 만 하다”고 말했다.
까르푸 매장에서 만난 주부 이지영(47세, 목동)씨는 “지하1층에 있는 의류 코너에서는 반바지 한 벌을 3천원∼5천원이면 살 수 있다”며 “어차피 외출할 때 입으려고 사는 건 아니니까 이왕이면 싼 게 좋지 않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부 윤영희(40세, 가양동)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정장 등 갖춰 입어야 될 옷은 백화점에서 할인 행사를 할 때에 주로 구입한다”면서 “하지만 그런 옷이 아니면 굳이 비싸게 살 이유가 없어 할인점에 들렀을 때 산다. 특히 속옷이나 양말 같은 상품은 백화점보다 훨씬 싸고, 시장 제품보다 품질도 좋아 자주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할인점 의류 매장의 한 켠에서는 한 번에 몇 벌씩 카트에 옷을 집어 담는 소비자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반 식품류나 공산품을 사는 것처럼 별 부담 없이 마치 수퍼마켓에서 장을 보는 것처럼 옷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로 백화점의 아울렛 매장이나 시장의 보세 가게를 이용하던 ‘실속파’ 주부들은 할인점 전용 브랜드 혹은 PB 제품의 저렴한 가격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쇼핑 시간 부족한 직장인, 맞벌이 가족들에게 인기
할인점의 또 다른 고객층은 주말마다 매장을 가득 메우는 20대 후반∼40대의 직장인과 맞벌이 부부들.
이들의 마음 속에는 할인점이 먹거리와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입을 거리, 아이들의 놀 거리까지 구비하고 있는 쇼핑센터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까르푸에서 만난 양수경, 이민혁(35세/37세, 목동) 부부는 “둘 다 직장에 다니고 있고 애까지 있어 쇼핑을 하러 일부러 백화점에 가기가 힘들다”며 “여기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방이 크게 갖춰져 있어 아이를 데리고 나오기에 편하다. 캐주얼한 옷은 아이를 카트에 태우고 남편과 함께 고르러 다니곤 한다”고 말했다.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전민태(36세, 성수동)씨는 “할인점을 들른 건 이게 처음”이라며 “휴가라 아내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왔다. 원래 옷은 아내가 사주는 걸 그냥 입는 편인데, 오늘은 모처럼 같이 나온 김에 여행가서 입을 옷도 같이 구경하고 골랐다. 애가 아직 어려 데리고 나오기가 좀 걱정스러웠는데 수유실도 갖춰져 있어 한결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조은희·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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