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직장에 다닌 지 5년 차가 되는 김경옥(29세, 아현동)씨.
회사로 나서는 그녀의 옷차림은 비교적 간단하다. 얼마 전 구입한 반소매 니트 카디건 세트에 스커트 차림.
아직도 위아래 양복 차림이 일반적인 남자 직원들에 비해서 회사 내 여직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180도로 변했다.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만해도 정장으로 ‘한 벌 갖춰 입는’ 스타일이 일반적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그런 모습은 회사에서 찾아보기가 힘들게 됐다. 정장 바지나 스커트에 간단한 니트나 블라우스를 받쳐입은 게 일반적인 ‘출근복’ 스타일로 정착된 것.
얼마 전부터는 주말 캐주얼 복장제가 실시되면서, 주말엔 아예 면바지나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여직원들도 이제 심심치 않게 눈에 띄게 됐다.
평상시 옷차림이 변하면서 그녀의 쇼핑 스타일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주로 백화점에서 정장 세트를 구입하곤 했지만, 1∼2년 전부터는 정장 바지나 스커트는 백화점 아울렛 매장에서, 니트류는 동대문 평화시장이나 밀리오레 같은 시장에서 구입하는 ‘2원화 정책’을 써 온 것. 정상매장에서 정장 세트를 구입하는 일은 한 시즌에 1∼2벌 정도로 이전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롯데 본점 9층은 그녀가 즐겨 찾는 쇼핑장소 중 하나다.
처음엔 아울렛 매장 때문에 들렀었는데, 최근에는 깔끔한 정장풍에 가격도 저렴한 브랜드들이 많이 들어와서 이제 굳이 시장에 가지 않아도 백화점 내에서 쇼핑을 끝낼 수 있게 됐다.
같은 층에 있는 캐주얼 브랜드들에서도 이제 구경을 하다 한 두 가지 집어드는 게 부담스럽지 않게 됐다. 캐주얼하면 헐렁한 박스형 티셔츠 정도만 생각을 했었는데, 의외로 컬러도 화사하고 스타일도 여성스러운, 회사에서나 집에서 무난하게 입을 수 있을 정도의 옷들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성 중저가 시장 -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다
‘싼 가격’을 무기로 여성들을 공략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유명 브랜드의 기획 상품, 혹은 백화점 PB 등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여성 중가 시장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아예 처음부터 이 시장을 노리고 들어오는 브랜드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머스트비」와 「발렌시아」 같은 중저가 여성 브랜드들은 최근 롯데백화점에서 월 1억∼1억5천만원대의 성적을 올렸고, 「몽소」 「이시데」 등의 대리점 중심 브랜드들도 10평 남짓한 좁은 매장에서 한 달에 평균 4∼5천만원대의 매출을 올리면서 이 시장의 가능성을 입증시켜 줬다. 할인점에서 시작한 「숲」도 정상매장과 대리점을 오픈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여성들의 착장 스타일이 캐주얼화·심플화 되고, 경기 침체에 따라 합리적인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여성 중저가 시장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것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이 시장을 지켜보면 업체들도 이제 발벗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만 해도 「엣마크」 「코코아」 「라인」 「에고」 등의 브랜드가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 트렌디한 감도를 내세우며 신규로 런칭했으며, 「망고」 「에스쁘리」 「쿠아」 등 대형 로드샵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 여성 브랜드들도 이 시장을 노리고 뛰어 들었다.
여성복 브랜드들뿐 아니라,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에서도 여성 소비자들 확보를 통한 세력 확장에 나섰다.
「쏘베이직」에 이어 올해 신규로 선보였던 「에이엠하우스」가 여성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기존 「마루」 「티피코시」 「카스피」 등의 베이직 캐주얼 브랜드들도 여성 라인을 대폭 강화하고 컬러와 소재 고급화에 나선 것.
「에이엠하우스」측은 “런칭 초기에는 여성 라인 30%, 유니섹스 70%로 상품을 구성했다. 그러나 막상 판매에 들어가니 여성과 유니섹스의 판매 비중이 50 : 50 정도로 나타났다. 일반 유니섹스 캐주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보다 「에이엠하우스」에서만 볼 수 있는 편안하면서도 컬러감 있는 여성 스타일의 반응이 훨씬 좋았다”고 되돌아보며 “여름 50%에 이어, 이번 가을에는 70%로 여성 라인을 계속 늘렸다”고 밝혔다.
「티피코시」 「메이폴」 「카스피」 등의 브랜드 관계자들은 “여성 고객들의 비중이 원래 높았던 터라 이전부터 조금씩 여성 스타일을 늘려왔다. 기존의 편안한 스타일에 감도를 보완, 테스트 단계를 거쳐 여성 라인은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일한 여성 중저가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지만 브랜드들은 그 태생(?)에 따라 스타일에 차이를 보인다.
여성복에서 출발한 브랜드들은 여성복의 감도를 바탕으로 디테일을 절제, 가격을 낮춘 정장 스타일 위주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면, 유니섹스 캐주얼에서 시작한 브랜드들은 탄탄한 소싱력과 MD 능력 등의 생산력을 바탕으로 캐주얼한 스타일에 여성스러운 컬러와 피팅감을 가미한 상품을 제안
조은희·엄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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