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액세서리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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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5 오전 9:21:07

“그 신발 어디서 산 거야? 되게 특이하다∼”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다. “이거 특이하지? 아직 우리 나라엔 안 들어왔을 걸? 얼마 전에 남자친구가 외국 나갔다 오면서 사다준 거야.” 은근히 뻐기는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듯한 여학생. 이들 대화의 주제는 ‘신발은 어디서 샀고, 목걸이는 어디 거고, 또 가방은 얼마냐’는 등, 대부분 액세서리에 관한 내용이다. 이전 같으면 ‘어디 옷이냐’를 묻는 얘기가 더 많았으련만, 이제 어디 옷을 입고 있느냐 보다 어떤 액세서리를 하고 있느냐가 더 큰 관심을 받게 된 것. 얼마 전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10대 명품족 이야기, 혹은 스포티한 크로스 백과 함께 떠오른 스니커즈 열풍 등도 따지고 보면 모두 ‘액세서리’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 ‘옷’이 아니라 ‘액세서리’가 패션 리더들의 주 관심사가 된 것이다. 현대 본점의 한 바이어는 “「구찌」 「페라가모」 「루이비통」 「프라다」 등의 명품 브랜드들은 전년 대비 평균 30% 정도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며, 전체 매출의 40∼45%는 핸드백이, 30∼35%는 신발이 차지한다”고 밝혔다. 「푸마」 「아디다스」 「나이키」 등의 스포츠 브랜드의 전체 매출 중 스니커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기저귀 가방’ 혹은 ‘공주 가방’이라는 애칭(?)으로 불리 우는 「나라야」의 누빔 가방은 지난 달 22개 매장에서 8억원 어치가 팔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아가타」는 1평 남짓한 작은 매장에서 평균 6천∼8천만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가방, 신발, 혹은 주얼리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의 관심이 작고 하잘 것 없게만 보였던 액세서리로 옮겨가게 된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나를 표현해주는 것은 옷이 아니다 액세서리(accessory)는 말 그대로 종속물, 부속물을 뜻한다. 옷이 주(主)라면 액세서리는 그저 옷만 입기 섭섭하니까 한 두개 정도 걸치는 하나의 부속품(附屬品)에 불과했던 것. 하지만 이제 그러한 주종(?) 관계는 뒤바뀌어 버렸다. 직장인 노현수 씨(26세, 신대방동)는 “사실 옷은 이제 어느 브랜드든 다 비슷비슷하지 않느냐”며 “아주 개성이 강한 몇몇 브랜드를 빼고는 입었을 때 딱히 ‘아, 저 옷은 어디 거’라는 걸 느낄 수가 없으니까, 옷보다 가방이나 신발 같은 잡화 쪽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미대 대학원에 다니는 오혜영 씨(28세, 압구정동)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그녀는 “옷으로 개성을 표현하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면서 “개인의 개성과 센스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건 옷이 아니라 액세서리다. 똑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더라도 어떤 목걸이와 귀걸이에, 어떤 가방을 메고, 어떤 신발을 신었느냐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제 옷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필수품 개념으로 바뀌었다. 옷에 신경을 쓰는 건 이제 ‘1차원적이고’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고, 그 옷에 어떤 액세서리를 조화시켜 꾸미느냐가 ‘고차원적인’ ‘핵심’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액세서리에 대한 관심은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직장 1년차 양지은 씨(25세, 잠원동)는 “전에는 어떤 브랜드의 옷이냐를 굉장히 따지는 편이었다”며 “요즘엔 차라리 옷은 백화점 행사장이나 동대문 밀리오레에서 사더라도, 핸드백이나 구두 같은 종류는 명품을 사고 싶다. 사실 옷은 아무리 유명한 브랜드 제품이라도 벗어서 상표를 뒤집어보지 않는 한 어디 브랜드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 또 옷은 유행이 하도 자주 변해서 그렇게 돈을 많이 투자할 가치를 잘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민영진 씨(23세, 신림동)씨는 “확실히 전에 비해 액세서리 종류를 사는 횟수가 많아졌다”면서 “전에는 옷 10벌을 사면 가방이나 신발 1개정도 사는 꼴이었다면, 지금은 옷 4, 5벌 사면 액세서리 1개 구입하는 정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에 비해 액세서리에 투자하는 비용도 늘어나고, 구입 횟수 또한 늘어났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얘기다. 고가의 명품부터 트렌디하고 독특한 중저가 제품까지 액세서리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단연 명품 브랜드들. 얼마 전 박봉을 털어 75만원 짜리 「루이비통」 핸드백을 구입했다는 강수정 씨(27세, 회사원)는 “함부로 살 수 없긴 하지만 굉장히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고 말했다. “「마인」이나 「타임」 같은 브랜드서 정장 한 벌을 사도 50만원 정도는 하는데, 사놓고 1년에 기껏해야 10번 정도밖에 더 입겠느냐. 핸드백은 계절 구분이 없으니까 1년 4계절 내내 들고 다닐 수 있는 건데 그 정도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 그녀의 얘기다. 「버버리」 매장 앞에서 만

조은희·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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