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입은 사람들’을 만나려면 압구정으로 가라. 이는 아직도 깨지지 않고 남아있는 패션계의 불문율(?)이다.
혹자는 요즘 압구정 물이 흐려졌다는 등, 이전 같지 않다는 등의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압구정동은 여전히 ‘한국 최고의 패션리더들이 모이는 곳’으로 대접받고 있다.
누구였던가? 어느 의류 브랜드의 디자인실장은 가끔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앞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반나절을 보낸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반나절을 보내고 나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 앞으로 유행할 스타일을 모두 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다.
우리 나라 패션의 선구자로 인식되어지고 있는 이들, 압구정 패션리더들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원하고 있는가?
이들이 원하는 쇼핑 공간과 기업 문화는 과연 어떤 것일까?
앞서가는 패션 스타일과 마인드를 지닌 압구정 패션리더들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편한 것이 최고!
‘멋 부리다 죽어도 좋다’라는 것이 압구정 패션리더들의 모토일 것 같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압구정의 패션리더들이 옷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의외로 ‘편한’ 스타일이다.
지금 막 패션 잡지에서 빠져 나온 듯한 차림새의 김영민 씨(26세, 미대 대학원생)는 “개성 있는 것, 스타일리시한 것도 물론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기본’이다.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한테 어울리면서도 말 그대로 ‘편한’ 스타일. 몇 년 전에는 추워서 얼어죽을 것 같아도 유행하는 미니스커트를 입어야 직성이 풀렸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태인 씨(20세, 대치동)는 “「DKNY」혹은 「돌체앤가바나」 같은 독특한 스타일의 브랜드를 좋아한다”면서도 “하지만 스타일이 아무리 예뻐도 입었을 때 편하지 않은 옷은 사지 않는다. 평상시에 가장 즐겨 입는 스타일은 편안한 세미정장풍 캐주얼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소재 중에서도 니트 소재를 가장 좋아한다. 물론 편하기 때문. 지금 입고 있는 점퍼도 한달 전 「DKNY」에서 구입한 니트 점퍼”라고 덧붙였다.
압구정 거리에서 만난 정수영 씨(22세, 대학생)는 “워낙 편한 것을 좋아해서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며 “요즘 스니커즈가 한창 유행하면서 세미정장에 캐주얼한 운동화 스타일의 스니커즈를 코디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그런 스타일은 벌써 내가 2∼3년 전부터 즐기던 스타일”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갖가지 스타일을 테스트(?)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스타일과 개성은 기본이다. 이들은 이제 스타일과 개성 위에 편안함을 갖춘 옷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명품? 이젠 너무 익숙하다
압구정 패션족들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로 ‘명품’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거리에 지나다니는 이들을 유심히 살펴보자. 조그마한 백, 하다못해 동전 지갑이라도 명품을 하나 정도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명품은 이들에게는 결코 새롭지 않은,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것.
압구정 거리에서 만난 민석준 씨(20세, 압구정동)는 브라운 톤의 코트, 베이지 컬러의 면바지를 입은 평범한 모습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의 차림새 곳곳에도 명품이 숨겨져(?) 있다.
그는 “코트는 작년에 「DKNY」에서 구입한 것이고 바지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제품이다. 신발은 조금 전에 디자이너스 클럽 지하에서 산 31만원 짜리 「프라다」 제품”이라면서 “친구들도 모두 「프라다」나 「페라가모」 신발 한 켤레 정도는 가지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신발이나 모자, 혹은 가방 같은 액세서리 중에 하나 정도는 명품을 갖고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진태경 씨(29세, 분당)는 “이전에는 명품 하나 갖고 있으면 좀 으쓱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이제 어디 그렇느냐”면서 “요즘엔 다들 명품을 하나씩 갖고 있으니까 오히려 하나도 안 갖고 있으면 그게 더 특이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명품이 ‘생활화’되면서 더 특이하고 캐주얼한 명품들을 찾는 패션리더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압구정 골목에 있는 명품샵의 한 점주는 “이전에는 ‘명품’하면 딱 떠오르는 클래식한 스타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선호하는 스타일이 많이 변했다”며 “기본적인 디자인과는 뭔가 다른 특이한 분위기의 상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샤넬」이나 「프라다」 제품도 기존의 「샤넬」풍, 「프라다」풍보다 캐주얼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런 제품들은 구하기가 힘들고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마음에 들면 가격은 상관 않고 구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박신의 씨(23세, 천호동)는 “「구찌」에서 나온 벙거지 모자를 하나 구입하고 싶다”면서 “흔한 명품 스타일이 아니면서도 젊고 세련돼 보여서 좋다. 주변
조은희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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